"물 오른 연기로 드라마 '광' 내야죠"

[스타탐구] 박광현

"물 오른 연기로 드라마 '광' 내야죠"

“배역이 확정되고 난 다음에 매니저 형이랑 촬영장을 한바퀴 뛰었다니까요. 하하하.”연기자인 이상 배역의 크고 작음에 연연해선 안 된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단독 주연이 주는 설렘이 그처럼 좋았다는 탤런트 박광현(27).

그동안 ‘그 햇살이 나에게’ ‘나쁜 여자들’ 등의 드라마에서 주연 급으로 연기하긴 했지만 단독 주연은 처음이라고 했다. 1997년 SBS 톱 탤런트로 뽑히면서 시작한 연기 생활도 어느덧 6년차. 주인공에 대한 욕심이 나지 않을 리 없다.

“일단 대본 분량부터 차이가 나던데요? 어휴. 잠 한번 좀 푹 자봤으면 좋겠어요”라고 엄살을 피우지만 웃음이 얼굴에 절로 퍼지는 것을 막지를 못한다. 이처럼 ‘행복한 박광현’을 만들어 준 작품은 지난 4월 7일부터 안방극장을 찾아가고 있는 MBC 월화 미니시리즈 ‘내 인생의 콩깍지’다.]

부잣집 딸에 조금은 철없어 보이는 명랑 발랄 상큼한 최은영(소유진 분)과 함께 10년에 걸쳐 아옹다옹한 끝에 사랑을 이루는 무대책 무경우의 뻔뻔남 서경수가 바로 그가 맡은 역할이다.


가장 박광현스러운 캐릭터

어찌 보면 뺀질뺀질하고 얄밉기 그지없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보고 있노라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캐릭터. 박광현 그 자신과 꼭 닮은 인물인데. “드라마의 연출을 맡으신 한희 감독님이 드라마 기획 때부터 절 염두에 두셨대요. 그만큼 박광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캐릭터, 박광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란 뜻이겠죠? (웃음)”

‘내 인생의 콩깍지’는 어찌 보면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내용을 띄고 있지만 사실감이 돋보이는 상황들과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들, 그리고 뮤지컬 드라마라는 이색시도로 젊은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뮤지컬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 상 매회 주인공의 극중 심정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퍼포먼스 형태를 선보인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터.

“지금의 감독님이 사실은 작년에 ‘고무신 거꾸로 신은 이유에 대한 상상’이라는 뮤지컬 단막극을 만드셨거든요. 그때 출연제의를 받았었는데 스케줄이 도저히 안 되었어요. 무척 아쉬웠죠. 결국 이번에 다시 캐스팅 되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을 거예요. 그만큼 감독님이나 작품에 대한 믿음이 컸기에 부담감이 있을 턱이 없죠.”게다가 중도하차 할 수밖에 없었던 음반 활동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악에 대한 정열도 충족시킬 수 있어서 그에겐 일석이조의 기회가 됐다.

지난해 10월 박광현은 가수 겸업을 선언하며 1집 앨범 ‘비소’를 대중 앞에 내 놓았었다. 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애정도 있었고 완성된 곡들에 대한 자부심도 남 못지 않았다. 그러나 ‘탤런트의 가수 외도’라는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는 게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노래는 뜨는데 음반은 안 팔리는 음반 불황기가 발목을 잡았다. 한창 활동을 할 때쯤 지금의 드라마에 캐스팅 되는 바람에 가수로서의 꿈을 자연스레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얘기 하나 들려드릴까요? 매주 드라마에 들어갈 노래를 녹음하러 녹음실에 가는데 하루는 작곡가 형이 그러더라고요. ‘광현아, 너 노래 좀 한다. 앨범 내도 되겠다’하하하! 그 형은 제가 가수로 앨범 냈던 걸 까마득히 몰랐던 모양이에요.”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제가 전력질주 해야 하는 건 역시 연기라는 걸 깨달았어요. 게다가 이렇게 뮤지컬 드라마에서 그 경험을 살릴 수 있으니 좋잖아요. 녹음할 때마다 긴장 바짝 한다니까요. 그래도 명색이 가수로 앨범까지 냈는데 어설픈 실력을 보여줄 순 없거든요.”

녹음실에 가랴 촬영하랴 바쁘기 짝이 없는 일정에 한 짐을 더 해주는 건 바로 상대역을 맡은 신인 연기자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이번 드라마엔 유독 많은 신인들이 등장한다. 특히 박광현의 상대역들은 소유진을 제외하곤 거의 다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져 유난히 촬영시간이 길어진다고.

하지만 새로운 얼굴들과의 작업이 자신에게도 신선한 활력소가 될 줄은 몰랐다며 특유?넉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다면 소유진과의 호흡은?


호흡척척, 찰떡궁합 연기

“찰떡궁합이래요. 어, 진짠데? 오죽하면 지켜보시던 스태프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너네는 작품 몇 편 호흡 맞추고 온 애들 같다고. 근데 유진씨랑 함께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작업이 뭐예요.

드라마 캐스팅 전엔 변변한 인사 한번 나눈 적 없는 사인데. 그런데도 이상하게 호흡이 잘 맞아요. 서로 눈빛만 보면 언제 커트 할지 너무 잘 아니까 감독님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들 그래요. 이 얘기, 감독님이 들으시면 안 되는데.(웃음) 유진씨나 저나 이번 작품에 단단히 콩깍지가 쓰인 것 같아요.”

물론 연기자가 아닌 인간 박광현에게도 사랑의 콩깍지는 있었다고 했다. 4년 전, 그에게 배신이라는 쓰린 상처를 남겨주고 간 여자. 그녀에 대한 사랑 이야기는 그가 작년에 낸 앨범 가사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고. 타이틀 곡 ‘비소’는 그녀가 남긴 상처에 대한 경고, 후속곡 ‘그래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당부의 메시지가 담겨져 그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 아픈 기억들을 뒤로 한 채 이제는 연기 콩깍지에 쓰인 연기자 박광현의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그에게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떤 분들은 그러세요. ‘내 인생의 콩깍지’에서 보여준 경수의 모습이 지금까지의 박광현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응축시킨 것 같다고. 맞는 말이죠. 그러려고 노력했고요. 하지만 작품 안에서 곧 변신하는 경수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시간에 따라 성숙하는 경수의 모습에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경수처럼 저 박광현도 시간에 따라 조금씩 성숙하는, 달라진 면모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내 인생의 콩깍지는 바로 연기니까요!”

김성주 연예리포터


김성주 연예리포터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