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아깝잖은 쫀득쫀득 건강식

[맛이 있는 집] 인천 서구 연희동 할매왕족발
발품 아깝잖은 쫀득쫀득 건강식

족발하면 많은 이들이 장충동 왕족발을 떠올린다. 장충동에 오래된 집들이 많고 이들이 길가에 길게 늘어서 족발거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충동 족발만이 최고는 아니다.

인천 서구 연희동에 가면 장충동 이상으로 맛좋은 족발을 맛볼 수 있는 족발집이 한 곳 있다. 장충동의 원조집들만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13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할매왕족발’이 그 곳.

유명한 족발집이라고 해서 막상 찾아 가보면 반찬이나 쌈장 맛은 좋은데 족발 맛이 별로라고 느낄 때가 있다. 너무 많은 객을 받느라 족발을 삶는데 신경을 못 쓴 탓인지 족발이 덜 삶아 졌거나 너무 푹 삶아진 경우다.

족발의 생명은 쫀득하게 씹히는 맛으로 너무 질기거나 너무 물컹하면 맛이 반감된다. 이 집이 돋보이는 것은 족발의 쫀득함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양념이 들어간 육수에서 적당히 삶아진 이 집의 족발은 쫀득할 뿐만 아니라 비릿한 맛도 나지 않는다. 특별한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 이 집에 단골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두툼하게 썰어진 족발을 새우젓에 적신 후 쌈장을 조금 넣고 상추에 싸먹으면 입안 가득 고소한 맛이 퍼진다. 여기에 술이라도 한 잔 곁들이면 그 맛은 더욱 배가 된다.

여기서 잠깐, 족발에 관한 속설 하나. ‘족발은 앞발이 맛있다?’

족발집에서 뿌리는 전단지를 보면 ‘저희 집은 앞발만을 사용합니다’라고 써있는 광고문구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앞발로 만든 족발이 뒷발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게 사실일까. 과학적으로 검증된 자료는 찾아볼 수 없지만 족발 매니아들은 경험상 이 속설에 신빙성이 있다고 말을 한다. 그렇다면 왜 앞발이 훨씬 맛이 좋은 걸까.

족발은 돼지의 다리 중에서도 발목과 발 부위로 만드는데, 이 부위에는 육중한 몸체에서 오는 하중을 견디기 위해 물렁뼈라고 불리는 연골이 발달되어 있다. 족발에서 맛과 영양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이 물렁뼈인데, 무거운 머리를 받쳐야 하는 앞발쪽 물렁뼈가 뒷발쪽 보다 더욱 발달돼 있고 영양분도 많다고 한다.

또한 앞발의 경우 늘 움직이는 부위라서 비계도 거의 없는 편인데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앞발이 뒷발보다 더 맛이 좋은 건 아닌지. 이는 속설에 불과할 뿐 믿고 안 믿고는 독자의 몫이다. 이런 속설 때문인지 이 집 역시 대부분의 집들처럼 앞발을 주로 쓴다.

하여간 돼지족은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을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어 전 세계에 걸쳐 좋은 음식 재료 중 하나로 인기가 높다. 또한 족발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산모의 모유분비를 촉진하는 먹거리로 알려져 있다. 돼지족을 삶은 물에 상추씨와 감초를 넣고 달인 물을 수시로 마시면 산후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효과적이라고 한다.

한편 족발은 수은과 단석독을 제거하고 숙취를 방지하는 등 여러 가지 효능을 가지고 있어 건강식으로도 권할 만하다.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1 16:51


손형준 자유기고가 boltagoo@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