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눈처럼 깨끗한 귀여운 푼수떼기

[스타 데이트] 영화배우 겸 탤런트 박진희
별처럼, 눈처럼 깨끗한 귀여운 푼수떼기

섹시하고 청순하다. 거기에 싱싱하고 담백하다. 영화배우 겸 탤런트 박진희(25)는 카멜레온이다.

박진희의 출발점은 1999년 이동통신 단말기 걸리버 CF에서 늘씬한 다리였다. 이후 스타덤에 오른 박진희는 그러나 KBS 미니시리즈 ‘비단향꽃무’ 와 SBS 특집극 ‘먼길’ 등에서는 슬픈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 청승맞은 이미지의 여인으로 변신하여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알고 보면 꾸밈없고 시원한 웃음이 매력적인 그녀가 본래의 모습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출연한 MBC 주말극 ‘그대를 알고부터’.

그런 그녀가 5월 1일 개봉하는 영화 ‘별(제작 스타후릇ㆍ감독 장형일)’에서는 수연 역으로 한결 더 ‘쿨’한 연기쪽으로 나아간다. 발랄한 단발머리에 ‘견공’들과의 농담을 즐기는 수의사 ‘수연’은 올해 막 대학을 졸업한 싱그러운 배우 박진희와 쏙 닮았다

“섹시한 쪽과는 거리가 멀어요. 처음에 얼토당토 않게 섹시 이미지로 나아간 덕에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을 얻었지만요. 반면 수연이는 연기하면서 실제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비슷했어요. 어딘가에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저와 꼭 닮은 모습일거라는 상상을 해요.”

영화 ‘별’은 지난 겨울 내내 겨울산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소백산의 설원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화면에는 더 없이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한겨울 촬영은 그야말로 추위와의 전쟁이었다.

“해발 1000m에 영하 20도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산이었으니 얼마나 추웠겠어요. 썰매를 타는 장면을 찍을 때는 얼음 조각으로 변한 눈이 얼굴에 내리는 바람에 고스란히 맞아야 했어요. 또 산은 날씨가 급변하는 바람에 촬영이 곧잘 중단됐는데 이게 제일 안타까웠어요. 빨리 촬영해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데 날씨 때문에 자꾸 미뤄지니까 속 상했죠.”

상대역 유오성과는 이미 영화 ‘간첩 리철진’을 통해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들이 연출한 다정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두 사람은 “궁합도 안 본다”는 띠동갑. 흔한 키스 신 한 번 없지만, 이들의 연기는 가슴 아린 첫 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두 번씩이나 만난다는 게 얼마나 큰 인연인가요. 훨씬 편하게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12살 연상의 대선배라 말 붙이기도 어려웠는데…그래도 호칭은 쭉 ‘선배님’이라고 불렀죠.”

활달한 성격이지만, 예의 범절이라면 연예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그녀다. 영화 속 직업이 수의사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애완 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따뜻한 마음씨다. 그녀는 실제 집에서 푸들 세 마리와 요크셔 한 마리를 키운다. “원래 푸들 한 마리를 키웠는데 이후에 낳은 새끼를 다른 곳에 보낼 수가 없었어요. 요크셔는 길 잃은 개였는데 불쌍해서 키우게 됐죠.”


영화 속 수의사 역, 죽은 강아지로 수술 연습

그렇게 정 많은 박진희가 가장 힘들어 하며 찍었던 장면이 바로 유오성의 애견 ‘알퐁스’의 수술 장면이었다.

영화 촬영 한 달 전부터 천을 꿔매는 연습을 했지만 아무래도 피부와 천의 느낌이 다를 것 같아 스태프가 구해준 죽은 강아지로 수술 장면을 재연습했다. “아무리 죽은 강아지였지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도 “고생한 흔적이 영화 속에 팍팍 묻어나 전에 없이 보람을 느낀다”는 게 그녀의 변이다.

이처럼 어려움도 많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아름다운 ‘별’을 눈이 시리도록 본 덕분인지 그녀의 얼굴은 한결 맑아진 느낌이다. “예뻐졌다”며 칭찬을 말을 꺼내자 “그렇죠? 저 예뻐졌죠. 별처럼 눈처럼 깨끗해졌죠”하며 환하게 웃는다. 내숭이 없는, 솔직 담백한 그녀다운 반응이다.

살도 많이 빠진 듯했다. 상큼한 단발머리와 어울려 한층 경쾌한 모습이다.

“사실 저 다이어트 했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해본 적이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랑 수영하고, 뜀뛰기하고, 오후에 에어로빅이나 스쿼시 치고…하루 3~4시간은 기본이었죠. 열심히 운동한 덕분에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몸의 치수는 1인치 줄었어요. 근육도 붙어서 더욱 균형 잡혀 보이네요.”

그런데 무슨 얄궂은 연유일까. 미녀 배우 박진희의 이상형은 독특歐綏?소문나 있다. “마른 사람은 예민할 것 같아 별로”라며 “넉넉하게 배가 나온 남자가 이상형”이란다. 스물 살 때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순수한 사랑을 경험했다는 그녀는 앞으로 혼자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다.

요즈음 영화 홍보로 인해 영화 촬영할 때보다 더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박진희. 그녀에게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아직 영화 작업이 끝난 게 아닌데 어떻게 감히 다음 작품을 생각해요? 얼마나 소중한 작품인데….” 영화의 매력에 푹 파묻혀 있는 그녀의 두 눈이 ‘별’처럼 아름답다.


■ 프로필

생년월일: 1979년 1월 8일 키: 167cm 몸무게: 48kg 가족사항: 1남 1녀 중 막내 취미: 수상스키, 영화보기 학력: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0-01 17:15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