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기상개스터3인, 인기 기상도는?



날씨 예보가 부쩍 신선해졌다. 기존 기상 예보의 고정된 틀을 바꾸는 신세대 기상캐스터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련된 외모와 톡톡 튀는 진행으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세대 기상캐스터 3인을 만나봤다.


"90초를 위해 12시간을 뛰어요"

KBS 한희경
1인 다역의 멀티플레이어, 흥미있는 날씨정보에 주력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반팔 옷을 입고, 30도에 이르면 민 소매 옷을 입죠. 제 옷차림만 봐도 날씨를 금방 알 수 있어요.”

KBS 한희경(24) 기상캐스터는 ‘8시 뉴스’(K2TV)와 ‘주말 9시 뉴스’(K1TV)에서 날마다 일기예보를 하고 있다. 또 ‘생방송 KBS저널’(K2TV ,日 07:00~08:30), ‘지구촌 뉴스’(K2TV 月~金 10:40~11:00)에서도 일기예보를 한다. 언제나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그녀의 예보는 녹화방송인 다른 예보와 달리 생동감이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생방송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담되고 떨렸는데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세수하듯 자연스런 삶의 일부가 됐어요.”

한희경은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은 PD와 작가, 그래픽 요원, 방송 진행자 등 1인 다역을 해내는 ‘멀티 플레이어’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1분 30초간의 짧은 일기 예보를 위해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준비해야 해요. 기상청에서 자료를 받아 기사를 작성하고, 시청자들이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그래픽을 준비하고, 방송에 출연하고… 덕분에 짧은 기간에 방송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얻었지요.”

그녀가 늘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날씨를 더욱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상청 자료는 기본이고 신문이나 패션잡지 기사, 드라마, 시장정보 등 다양한 곳에서 자료를 모아 멘트를 작성한다. 또 “맑은 날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세요”라는 기본 메이크업 정보를 곁들이고, 패션이나 세차 같은 생활정보도 꼼꼼히 챙긴다.

“대구나 광주 등 특정 지역의 날씨가 이상기온을 보여 자세히 짚어준 날에는 지역 감정이 있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쳐 곤혹스러워요. 무엇보다 속상한 것은 일기 예보를 뉴스의 말미에 으레 따라붙는 코너로 여길 때죠.”

이목구비가 뚜렷해 시원한 인상을 풍기는 한희경은 2000년 12월 KBS 기상캐스터 공채로 입사했다. 여자 기상캐스터의 경우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전 단계 정도로 여기고 응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처음부터 기상 캐스터를 목표로 준비했다고 한다.

“영화 ‘업 클로즈 앤 퍼스널’이란 영화를 보고 일기예보를 저렇게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일기예보를 뉴스 속의 일부로만 생각하지 생활 속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진행자가 될 겁니다.”

앞으로 더욱 신뢰감을 주는 방송인이 되겠다는 그녀는 “방송 경험을 충분히 쌓은 뒤 날씨와 관련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 KBS 한희경
  • 생년월일: 1978년 7월 18일 출신학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입사: 2000년 12월 KBS 기상캐스터 공채 현재: KBS2TV 8시 뉴스, KBS1TV 주말 9시 뉴스, 생방송 KBS저널, 지구촌 뉴스


    하늘만 쳐다보며 사는 '명랑소녀'

    MBC 안혜경
    톡톡 튀는 진행, "생활정보 전하는 전문가 되겠다"

    MBC ‘9시 뉴스데스크’의 말미를 장식하는 기상캐스터 안혜경(23)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녀는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행동에서도 날씨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프로 근성을 발휘하며 ‘날씨와 생활’의 참신한 진행자로 주목 받고 있다.

    “예전에는 거의 땅만 보고 살았는데, 요즘은 늘 하늘을 보면서 살아요. 하늘을 보는 게 남들보다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겉으론 ‘마음의 여유’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방송 일에 쫓기다 보면 식사를 거르는 일이 허다하다. 매일 아침 9시에 방송국에 도착해 기상청 자료를 챙기고 10시부터 아이템 회의에 들어간다. 11시에 야외촬영을 떠나 다시 방송국에 들어오는 시간은 오후 3~4시. 이때부터 편집하고 그래픽 준비하고, 방송용 원고 쓰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밝게 해줄 멘트까지 생각해 내야 한다.

    “매일 지방 야외촬영까지 당일에 끝내야 하니 숨가쁘죠. 며칠 전에는 인천의 소래포구에 다녀왔어요. 인터뷰하느라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생동하는 봄 기운을 전해줄 수 있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167cm의 껑충한 키에 유난히 동그란 눈을 가진 안혜경은 고향인 강원도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방송인이 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명랑소녀’다.

    MBC 9시 뉴스데스크가 정통 뉴스인만큼 ‘단정하게 가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녀는 방송의 고정된 틀을 깬 진행으로 시청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재미를 준다. 산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휙 뒤돌아서며 “여러분 산새 소리가 들리시나요?”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살리고, 흐르는 물 속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면서 날씨를 전하기도 한다.

    톡톡 튀는 진행에만 신경 쓰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야외촬영 때 메이크업 가방을 아예 들고 나가지 않는다. 더워서 땀이 나면 땀 흘리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고, 추위서 얼굴이 빨개지면 빨개진 모습 그대로 방송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녀는 “화면에 예쁘게 나오는 것보다 날씨에 따른 변화를 얼굴 모습에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웃는다.

    강릉대 원예조경학과 4학년 재학 중에 KBS 리포터로 나섰던 것이 방송과의 인연을 맺은 계기다. 안혜경은 “솔직히 아나운서를 준비하다가 기상캐스터가 됐지만, 누구나 궁금해 하는 날씨 정보를 매일 전달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첫 방송 때 너무 떨려 대본을 잊어버리거나 말을 더듬는 실수를 낸 뒤 화장실에 가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처음의 설레던 마음을 잃지 않고 전문성을 키워, 귀감이 되는 기상캐스터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 MBC 안혜경
  • 생년월일: 1979년 8월 11일 출신학교: 강릉대 원예조경학과 입사: 2001년 12월 MBC 기상캐스터 공채 현재: MBC 9시 뉴스데스크


    "신나는 내일을 전해 드릴게요"

    SBS 조경아
    순발력 있는 새내기, 쉽고 기분좋은 예보에 노력

    “지역별 상세한 날씨 예보를 원한다면, SBS 8시 뉴스를 보세요.”

    SBS ‘8시 뉴스’의 조경아(24) 기상캐스터는 일기 예보의 ‘골라 보는 재미’를 강조한다. 사람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느껴지기 쉬운 날씨 예보도 ‘날씨와 관련된 생활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는 방송’과 ‘기본 날씨 정보에 충실한 방송’ 등으로 성향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그녀는 특히 “SBS는 작은 섬 지방의 날씨 변화까지 세세하게 짚어주는 지역별 예보가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날씨 예보는 또 쉽고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고기압ㆍ 저기압 같은 전문 용어를 가능한 사용하지 않고, 맑은 날씨에는 “오늘 기분 좋은 날씨였죠”라며 편안한 대화형 어조로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밝고 환한 얼굴 표정을 짓는 것도 필수. 그녀는 신나는 날씨 예보를 위해 스스로에게 즐거워지는 주문을 건다고 한다.

    3월부터 SBS 8시 뉴스를 맡은 새내기인 조경아는 MBC ㆍKBS보다 한 시간 빨리 방송되는 SBS 8시 뉴스의 특성상, 민첩하게 일기 예보를 준비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오후 8시와 9시에 내보내는 각 방송의 메인 뉴스는 모두 오후 5시 기상청으로부터 전달되는 날씨 예보를 사용하므로 준비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까닭이다.

    오후 5시 자료를 토대로 한 시간 안에 준비를 끝내고 오후 6시에 녹화에 들어간다. 요즘 같은 변덕이 심한 날씨에는 오후 9시에 뉴스가 끝날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급작스럽게 날씨가 변할 경우 재촬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 “얼마 전에 갑자기 호우주의보가 나와서 방송 시간에 임박해 재촬영을 하느라 진땀을 흘린 적이 있어요. 여름에는 집중호우 등 비상 상황이 많을 텐데 빨리 순발력을 키워야죠.”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를 졸업한 조경아는 기상캐스터로서는 신참이지만, 동아방송 패션전문 MC의 경험이 있어 방송 생활은 3년째다. “패션이나 오락 같은 방송은 시청대상이 한정돼 있지만 날씨는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차분한 이미지와 특유의 섬세함으로 하루를 개운하게 마감 짓는 SBS 기상캐스터 조경아. 이따금 날씨는 예보이지 보도가 아닌데 ‘오보’를 내보냈다며 거세게 항의하는 경우가 있어 곤혹스럽단다. 그녀는 “기상캐스터는 경륜이 쌓일수록 전문성을 더욱 인정 받는 분야”라며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친근한 기상캐스터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 SBS 조경아
  • 생년월일: 1978년 11월 5일 출신학교: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 입사: 2002년 12월 현재: SBS 8시 뉴스

    기상캐스터들의 말말말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예요"

    “특히 옆 모습이 예뻐야 해요” - 기상도를 가리키며 진행하는 날씨 예보의 특성상 예쁜 옆 모습이 중요하다며. 한희경

    “관찰력이 좋아야 해요” - 날씨와 우리 생활의 전반적인 모습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안혜경.

    “경쟁률 500대 1이 넘었어요” - 기상캐스터의 높은 인기에 관해. 조경아

    “결국은 방송에 적합한 사람이 뽑히죠.” - 기상캐스터는 방송 능력과 날씨에 관한 전문 지식 등을 두루 갖춰야 하지만, 아무래도 선발할 때에는 방송에 적합한 용모와 언어 구사능력을 갖춘 사람이 유리하다며. 한희경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에요”-1분 여의 짧은 방송을 위해 하루종일 긴장해야 한다며. 안혜경

    “밤일이 좋아요”- 아침에는 목소리가 잠겨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조경아

     

    입력시간 : 2003-10-01 17:4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