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빼 바지 입고 푼수연기 해보고 싶어요"

[스타 데이트] 미스코리아 김성령
"몸빼 바지 입고 푼수연기 해보고 싶어요"

“끼는 전혀 없어요. 어리숙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계산에 어둡죠. 하지만 일단 연기를 하게 되면 제가 생각해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독하게 변해요. 남들이 어떻게 보든 괘념치 않는 편이죠.”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1TV 대하사극 ‘무인시대’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미스코리아 출신 미시 탤런트 김성령(36). 천하의 권력자들을 손바닥 안에서 주무르는 당찬 여걸 ‘무비(無比)’로 제 2의 연기 인생을 맞은 그녀는 정말 노력하는 연기자다. 연기와 가정 생활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영리함은 영 부족하다. 힘든 상황을 연기할 때는 전날 밤부터 우울한 기분에 빠져 지내면서 감정에 몰입하는 연습을 한다.

“갈수록 더 힘들고 책임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후배들은 ‘언니 정도 되면 이젠 안 떨리잖아’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무비 역할을 맡고는 전에 없던 울렁증이 생겨, 진정제를 먹기도 했다니까요.”

이렇게 여린 연기자 김성령은 여느 남자보다 대가 센 ‘무비’를 어떻게 평가할까.

“야심 많은 여자죠. 자식을 버려서라도 천하를 쥐려는 대가 센 캐릭터인데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상황 판단이 빠르고 정확한 정치가라는 점은 높이 살 만해요.”


단아한 얼굴, 몸매 돋보여

사극과 인연이 많은 김성령은 지난해 KBS2TV ‘명성황후’의 ‘미찌꼬’역으로 출연했다 곧바로 ‘무인시대’로 말을 갈아탔다. 단아한 얼굴 선과 옷 맵시가 사극과 잘 어울려서 일까. 그녀는 남성 드라마임을 천명한 이 작품의 캐스팅 1호로 꼽히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지방 촬영에 고전 의상 등 신경 쓰이는 것이 많은 사극이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더 없이 좋아요. 제가 나타나면 남자 연기자들이 ‘무비’ 왔다고 얼마나 반겨주는지 몰라요. 아줌마임에도 불구하고 인기 짱이죠.”

김성령은 96년 결혼한 남편의 사업 본거지가 부산이라 서울로 올라오기 힘들어 주말 부부로 지낸다. 그녀는 방송 활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살배기 아들과 함께 서울 친정집에 머물고 있다. 방송 활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주일에 4일은 경북 문경 새재와 경기도 수원을 오가기 때문에 남편과는 1주일에 한 두 번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지난 주말에 부산 집에 내려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안이 텅 비어 있더라구요. 내색은 안 했지만 마음이 참 아팠어요. 남들은 미스코리아 출신 아내랑 사는 게 부럽다고 하지만 그럴 때면 우리 남편은 웃으며 그래요. ‘한 번 살아보이소.’ 그래도 방송 일이라면 두 말없이 외조해 주는 남편이 너무 고맙죠.”

그녀는 남편과 아들을 보면 너무 미안해서 그냥 집안 살림만 할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은 바깥 일을 하는 게 즐겁다고 한다. 일이 없으면 한없이 쳐져서 존재감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는 것이다. “젊게 살 수 있어 좋잖아요. 특히 어려운 촬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껴요.”


‘왕과 비’열연 기억에 남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축복의 해인 88년에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뒤 대학에서 교내 방송국 아나운서를 맡은 경험을 살려 KBS 2TV ‘연예가중계’로 방송에 첫 발을 내디뎠고, 이후 연극 영화 드라마 CF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선보였다. 91년에는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대종상 신인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15년째 맞는 그녀가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는 작품은 99년에 출연한 KBS 1TV 대하사극 ‘왕과 비’라고 한다.

“한 맺힌 폐비 윤씨의 영(靈)에 사로잡힌 듯 했어요. 하루종일 독기 서린 폐비 윤씨에 빠져 있다 보니 정서적으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연기의 묘미를 비로소 느꼈어요. 덕분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지요.”

촬영이 없는 날에는 아들을 데리고 동네 할인점에 가 동네 아줌마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소탈하고 선한 성품이나 극 중에서는 유난히 표독스런 역할을 맡아온 김성령. 총 150부작으로 방송될 무인시대에서는 약 50회 방송 분까지만 출연할 예정인데, 다음 번에는 현대극에서 밝고 착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미스코리아의 이미지가 따라 다녀서 좀 한정된 역할만 해왔어요. 물론 그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지만 조금 욕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에요. 가령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나오는 몸빼 바?입은 동네 아낙네 역할도 자신 있고, 천한 느낌의 캐릭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거창한 욕심은 없지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 프로필
  • 생년월일: 1967년 2월 8일 학력: 인하공업대학교 전자계산학과 데뷔: 1988년 미스코리아 진 가족사항: 남편 이기수(사업가)씨와 1남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0-02 10:39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