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요리의 깊은 맛, 미식가도 "띵호아"

[맛이 있는 집] 청담동 예상하이
광동요리의 깊은 맛, 미식가도 "띵호아"

상하이의 밤은 어떤 느낌일까? 느닷없이 ‘웬 상하이?’ 싶겠지만 만다린어로 ‘상하이의 밤’이란 의미를 지닌 차이니즈 레스토랑 예상하이를 찾았을 때, 불현듯 머리를 스친 생각이다.

서양 세력이 몰려 들어온 개항 시기에 지어진 서양식 건물이 즐비한 와이탄지구나 초현대식 고층 빌딩이 들어선 푸둥지구, 강물 위로 번지는 네온사인의 화려한 빛깔들…. 과거와 현재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여행자들에게는 한편 멋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상하이의 야경이다.

학동사거리 번잡한 큰길에서 조금 비켜나 있는 예상하이는 상하이의 밤을 조금 낭만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지닌 실내는 상하이의 어느 고급 식당을 찾아온 듯한 느낌이다.

청나라 시대의 물건이라는 탁자며 장식장, 높은 벽면을 길게 메운 글씨 탁본과 커다란 말 동상 등 골동품으로 꾸민 실내는 중국향을 진하게 풍긴다. 하지만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적당히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짙은 톤을 이용해 편안하게 기분을 가라앉힌다. 아무리 장식이라도 너무 많으면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골동품들은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인테리어는 서량 사장이 직접 했는데 원래 인테리어 전문가라고 한다. 고목 느낌의 짙은 밤색 탁자와 의자, 유리로 지붕을 얹은 테라스, 좀더 편한 2층의 단체 공간 등 한 장소 안에 세 가지 공간이 들어 있다. 테라스에는 두 개의 테이블이 있는데 저녁 시간 연인들에게 적격이다.

예상하이는 정통 광동식 요리를 선보인다. 한때 차이니즈 퓨전 요리들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다시 복고 취향. 정통을 유지하면서도 아몬드 콘프레이크를 넣은 새우 요리처럼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한 요리들도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힐튼호텔 출신의 왕본취 조리장을 선두로 상하이와 홍콩에서 초빙해온 조리사들이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광동식 중에서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들을 중심으로 선보이며 차츰 강한 맛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중국 식당에서는 워낙 메뉴가 많아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생선류, 쇠고기류, 돼지고기류, 닭고기류, 야채류 그리고 면류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점심시간에 찾는다면 식사류 중에서 해산물 탕면이 좋다. 가격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선이고 내용도 만족스럽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이 일품이다.

살코기보다 닭발에서 더 좋은 맛을 우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청양고추를 넣어 개운한 국물에 신선한 해산물을 넉넉하게 넣어 씹는 맛도 좋고, 달걀 반죽한 면발의 쫄깃함도 맛에 한 몫 한다.

밤 9시30분이 지나면 나이트 메뉴라고 해서 메뉴판이 바뀐다. 식사류와 안주류 가격이 조금 내려가고 술의 종류가 많아진다. 안주는 한 접시에 9,000원 정도, 중국술 외에 와인과 맥주도 주문할 수 있다. 저녁시간보다 오히려 저렴하게 술까지 한 잔 할 수 있어 오히려 밤에 찾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격식 있게 차려 두었던 테이블 보를 걷어버려 조금 더 자유스러운 분위기로 바뀐다.

중국 요리를 먹으려면 고량주처럼 독한 술을 곁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와인은 병으로 마시는 것이 기본이나 한잔씩 주문할 수도 있다.

음식 정보 한가지. 중국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오이처럼 생긴 것의 정체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짜사이라고 하는 이 채소는 중국 양자강 근처에서 자생하는 겨자과 식물의 뿌리. 소금에 절인 것을 캔으로 수입해 흐르는 물에 짠기를 없앤 다음 고추기름과 양념으로 버무린 것이다.

▲ 메뉴 : 해산물탕면 10,000원, 예상하이 특선볶음밥 10,000원. 런치코스는 40,000원부터, 디너코스는 50,000원부터. 나이트메뉴에서 식사류는 1,000원씩 할인된다.

▲ 영업시간 : 점심시간부터 새벽 6시까지. 02-546-8740

▲ 찾아가기 : 학동사거리에서 강남구청 방면으로 10m, 왼편 무등산 골목으로 20m 정도 들어가면 있다. 청담동 유씨어터 근처.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2 16:33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