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아이들 몸과 마음의 치유법

[두레우물 육아교실] "뚱보 스트레스에 성격까지 나빠졌어요!"
살찐 아이들 몸과 마음의 치유법


Q: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많이 뚱뚱한 편입니다. 근데 비만도 문제지만, 애가 뚱뚱한 게 스트레스가 되니까 성격까지 안 좋아져서 걱정이예요. 운동도 안하려고 하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하고도 안놀구요. 집에만 있으니까 TV나 컴퓨터 앞에만 하루종일 앉아있어요.

옷 입을 때나 거울 보면서는 엄청 신경쓰면서도 먹는 건 줄일 생각을 안해요.특히 목마르면 물을 안먹고 꼭 음료수를 찾아서 제가 안사다 놓으면 그거 가지고 짜증내고 힘들어 죽겠어요. 애가 스스로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을 해야 저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몇일 식단도 짜보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애랑 싸우고 또 원래대로 돌아가고…. 그런 식이네요. (두레우물 육아상담실, ID : 29hma)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살이 찌기에도, 살을 빼기에도 좋은 방학. 뚱보들에게 있어 방학은 함정이자, 기회! 비만아를 둔 가정에서는 이번 방학을 벼르고 있을 터. 엄마 마음이야 비만 캠프도 보내고 싶고, 수영학원도 등록하고 싶지만, 그러나 아이가 순순히 따라줄까?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

아이의 살은 빼야겠는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뚱보 스트레스에 아이의 성격까지 나빠졌다면? 그렇다면 아이도 부모도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일 것이다. 이미 엉키고 설킨 실타래에서 먼저 풀어야 할 매듭과 나중에 풀어야 할 매듭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신지용 원장(신지용 신경정신과)은 “놀랍게도 아동의 비만 문제의 많은 경우 그 핵심이 ‘부모-자녀 관계’의 문제에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는 3세 이전에 ‘적절한 좌절’을 통해 욕구가 충족될 때까지 견디는 것을 배워야 하는데, 위 사례의 경우처럼 식욕을 참지 못하는 비만아들은 어려서부터 ‘적절한 좌절’을 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건강을 위한다는 이유로, 혹은 아이를 과보호하여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다 먹였을 수도 있고, 부모가 지나치게 먹는 것을 간섭해 역으로 음식에 집착하는 아이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아이가 뚱보가 된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첫번째 매듭을 푸는 방법이다.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두번째 매듭은 아이가 받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해줌으로써 풀릴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에 길들여져 초등학생 이상의 나이가 됐다면 이제 와서 먹는 욕구를 강압적으로 억제시키려는 시도는 아이와의 갈등만 키우기 쉽다.

비만 아동의 경우 스트레스가 쌓이면 짜증, 부정적 사고, 열등감, 교우관계 문제, 학습 부진 등을 유발하거나 심하면 피해의식이 커지고, 집단 따돌림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므로, 아이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것이 당장의 다이어트보다 급선무다.

이때 스스로 뚱보라는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아이에게 “돼지같이 그만 좀 먹어!”하는 식의 상처를 주는 말은 절대 금물. 혹시 부모 스스로 ‘뚱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는 ‘뚱보’에서 탈출한다고 해도 ‘뚱보 스트레스’로부터는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뚱뚱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줄 때, 아이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자신의 건강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가수 빅마마 알지? 그 언니들 뚱뚱하지만 노래는 기차게 잘 부르더라~”하면서 성공한 사람 중에 뚱뚱한 사람들의 예를 들어준다든지, “뚱보라고 기죽을 필요 없어. 엄마는 너의 지금 모습 그대로도 너무 예뻐. 하지만 너의 건강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게 좀 있어” 하고 아이에게 용기를 주면서, 한편으로는 비만으로 생길 수 있는 소아 성인병 등의 질병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주어 스스로 노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세번째, 아이 스스로 체중조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열렸다면 음식, 운동, 생활 습관 등 다이어트 계획을 짜서 실천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다이어트를 시키는 게 안쓰러워 미뤄서는 안 된다.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과는 달리 지방세포의 수 자체가 많아지기 때문에, 소아 비만을 방치했다간 영영 뚱보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지고 성인병에 걸릴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칼로리 낮?식騈막?조절해야

소아과 전문의 표 소아과 표진원 원장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음식조절을 할 때 먹는 양을 줄이기보다는 양은 유지한 상태에서 칼로리가 낮은 식단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비만아 대부분이 고칼로리 음식 위주로 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편식을 고치고 불필요한 군것질을 금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운동은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는 격렬한 운동보다는 걷기, 수영 같은 운동이 좋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흥미를 느껴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또한, TV나 컴퓨터 앞에 오랜 시간 앉아있지 않도록 시간제한을 하고, 그 대신 다른 흥미있는 취미를 갖도록 유도한다. “TV 좀 그만 봐!”라고 화내기보다는 “아빠랑 배드민턴 칠래?”하는 식으로 부모가 동참하는 것이 좋다.

방학을 앞두고 아이들은 ‘방학계획표’를 짠다. 비만아를 둔 가정에서는 이번 방학에 ‘우리 가족의 방학계획표’를 짜보라고 권하고 싶다. 엄마, 아빠, 아이가 각각 지킬 일을 항목을 만들어 함께 노력하는 거다. 엄마도 인스턴트 음식 사주는 대신 집에서 손수 만들어주는 노력을 보여주고, 아빠도 아침운동을 함께하는 노력을 보여줄 때 아이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 것은 아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무조건 날씬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 날씬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건강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이건 미의 기준이 왜곡되어있는 우리 사회 전체가 명심해야 할 진리다!

뚱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동화책
   

■ 뚱보 은땡이(원유순 글 백명화 그림 세손교육 펴냄)

뚱보로 놀림받던 은땡이(은비)가 교내 어린이 자랑대회에서 반대표로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용기를 되찾는 내용. "세상의 뚱보들아, 뚱뚱한 건 죄가 아니야. 그렇게 죄지은 사람처럼 살 필요 없어.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 그러나 꼭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거야. 운동을 하지 않아 건강까지 해치는 뚱보는 날씬이들에게 멸시를 받아도 싸."

■ 뚱보면 어때, 난 나야(이미애 글 최철민 그림 파랑새 어린이 펴냄)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어버린 뚱보 동빈이. 하지만, 땅꼬마 수호, 키 크고 마른 왕따 성현이와 삼총사가 된 후, 친구들의 응원 속에 스스로 살 뺄 결심을 하고, 실천한다는 내용. "나 자신을 사랑하나요? 생긴 모습 그대로의 나 말예요. 거울에 비친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멋진 사람이랍니다."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 인터넷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박경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2 17:19


박경아 자유기고가 koreap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