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착착 감겨오는 메밀 막국수, 한 그릇 훌훌

[맛이 있는 집] 춘천 명가막국수
입안에 착착 감겨오는 메밀 막국수, 한 그릇 훌훌

춘천에 갔다. 이제는 춘천의 명물이 되어버린 한 유명한 작가를 만나러 간 길이었다. 공지천의 짙은 안개 같기도 하고, 저녁 무렵 의암호에 붉게 내려앉는 노을 같기도 한 그를 만나기로 한 시간은 늦은 오후. 점심시간이 막 시작될 즈음에 춘천에 내렸다.

장마가 끝났는지 오랜만에 새파란 하늘에 가벼운 구름이 날아다닌다. 어디선가 춘천이 살기 좋은 도시 1순위로 꼽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강과 호수가 아름답고, 깨끗한 거리, 인심 좋은 사람들…. 이 도시에서라면 지금 보다는 좀더 느긋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춘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시내, 교외까지. 곳곳에 보이는 것이 닭갈비 아니면 막국수다. 춘천에서 가장 흔한 메뉴이자,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이 바로 이 두 가지일 것이다. 닭갈비는 명동 닭갈비 골목이나 한림대 후문 쪽에 있는 닭갈비 골목을 비롯해 맛있는 곳이 숱하게 많다.

막국수 집은 도처에 깔려있다. 많은 곳 가운데 명가 막국수는 춘천 토박이들도 모두 맛을 인정하는 집이다. 호반 막국수에서 명가 막국수로 이름을 바꿨는데 아직도 춘천 사람들은 호반 막국수라고 부른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주중에도 늘 손님들이 많다. 점심, 저녁 시간에는 넓은 식당 안이 사람들로 가득해진다. 춘천 사람들도 “막국수 한 그릇 할까?”하고는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라고.

친근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막국수가 담겨 나온다. 반찬은 수북하게 담긴 열무 김치 한가지다. 그야말로 서민적인 먹거리다. 먼저 먹는 법을 배워보자. 비빔 막국수를 주문하면 육수 주전자를 함께 내준다. 육수를 조금 부어 양념을 고루 비빈다. 입맛에 따라 식초나 겨자를 곁들여도 좋다.

입안에서 보들 거리는 메밀국수에 딱 어우러지는 양념. 시원한 열무 김치까지. 양념은 보기에만 붉을 뿐 그다지 맵지 않다. 후루룩 면발을 빨아 당기다 보면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양이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사리를 따로 주문해도 되고, 처음부터 곱배기로 주문해도 된다. 아니면 메밀부침이나 감자부침 한 접시를 같이 먹으면 양이 적당하다. 주문하자마자 구워 뜨거울 때 바로 내주는 메밀부침, 감자부침 맛도 각별하다. 가격도 저렴해 한 접시에 4,000원씩이다.

명가막국수가 있는 윗샘밭에서 소양댐까지는 지척이다. 여행으로 춘천을 찾은 사람이라면 소양댐 가는 길에, 혹은 다녀오는 길에 들르기 좋다. 소양댐으로 형성된 소양호는 물빛이 특히 아름답다. 짙은 청록빛 물이 주변의 산자락을 잔잔하게 비춘다.

소양호에서는 시원하게 호수를 달리는 유람선도 좋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는 청평사가 제격이다.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15분 정도 배를 타고, 선착장에서 절까지 30여분을 걸어 들어간다. 청평사 계곡은 물이 맑고 고목들이 우거져 시원하다.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있는데 그 중에 구성폭포는 높이가 9m 정도로 쏟아지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청평사는 역사가 꽤 오랜 고찰이지만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은 회전문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근래에 새로 지은 것이다.

절 마당에 놓아둔 벤치에 앉으면 대웅전 뒤로 우뚝 솟은 오봉산의 기암 봉우리들이 올려다 보인다. 절 지붕과 바위 봉우리의 조화가 보기 좋다. 청평사에서 소양호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배편은 오후 6시30분이나 7시 정도에 끊기므로 시간을 충분히 두고 돌아 나오도록 한다. 절 아래쪽에 산장이나 식당들이 몇 군데 있다.

▲ 메뉴 : 막국수 4,000원, 편육 7,000원, 메밀부침 4,000원, 감자부침 4,000원. 033-241-8443

▲ 찾아가는 길 : 춘천 시가지를 벗어나 소양댐 방면으로 간다. 소양2교를 건너 우회전, 소양강을 따라 달린다. 천전삼거리를 지나면 윗샘밭 종점에 이른다. 13번 버스 종점으로 명가 막국수 간판을 비롯해 몇몇 개의 식당들이 몰려있다. 춘천 시내에서 15분 정도 소? 윗샘밭에서 소양호까지 5분 정도 걸린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5 14:42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