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밤참의 유혹을 뿌리쳐라


학회나 모임 등으로 늦게 집에 들어가거나 늦게까지 책을 읽다 보면 피곤하기도 하고 좀 출출한 것 같기도 해서 냉장고를 한번쯤 열어본다. 그리고 옆에 놓인 광고 전단지에 슬쩍 눈을 돌린다.

‘24시간 야식 배달 전문’ 여름철에 밤이 짧아지고 야간 활동이 많아지게 되면 저녁 먹은 이후에 깨어 있는 시간이 많게 되므로 밤참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야근을 하는 직장인이나 수험생, 밤에 주로 활동하는 올빼미족 중에 특히 이런 사람들이 많다.

밤에 먹게 되면 살이 찌고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먹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유혹을 뿌리치기는 정말 힘들다. 게다가 야식으로 먹는 것들은 보쌈, 족발, 치킨 등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은 것이 많다. 순간적인 밤참의 유혹은 비만뿐만 아니라 소화기능에도 좋지 않다.

위장은 하루종일 움직이는 심장과는 달리 밤이 되면 쉬어야 한다. 저녁에는 사람의 기운이 안으로 들어가고, 밤이 되면 장으로 들어가서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음식물을 과도하게 먹고 바로 눕게 되면 소화되지 못하여 적취(積聚)가 생기게 된다. 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며 트림하고 신물이 올라오는 등의 증상이 있게 된다.

음식이 위안에 있는 상태에서 누워 잠을 자면 위산이 역류하는 역류성 식도염이 생길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는 위궤양 발생 빈도를 높인다고 한다.

요즘에는 밤에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들을 그저 식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평하기보다는 ‘야간식이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이라는 질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낮에는 별로 먹지 않다가 하루 식사 양의 절반 이상을 저녁 이후에 먹거나 밤에 잠이 들었다가도 식욕을 느껴 잠을 깬다면 야간식이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야간식이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또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뚝 떨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스트레스는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게 되는데 이것은 식욕을 증가시키고 따라서 밤참 먹는 것을 유도한다.

야간식이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밤에 많이 먹게 되므로 아침에는 속이 더부룩해서 밥을 안 먹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불규칙적인 식습관이 계속 악순환하게 된다. 아침은 반드시 먹고, 점심식사는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이므로 탄수화물을 풍부하게 섭취하며, 저녁식사는 소화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가볍게 먹어야 한다. 밤에 배고픔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으면 저녁을 8시경에 먹는 것이 차라리 낫다.

야식 먹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것을 먹도록 한다. 물이나 우유 한잔, 오이, 당근 등이 좋다. 과일은 당분이 적은 수박이나 토마토 같은 것을 먹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밤참을 찾게 만드는 스트레스를 적당히 해소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비법이 없으므로 자신만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먹는 생각을 잊을 수 있는 자신만의 오락거리나 운동, 음악 감상 등을 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도록 한다.

손진인(孫眞人)이 양생법을 말하면서 “새벽이 되면 죽 한 그릇을 먹고, 저녁밥은 지나침이 없도록 하여라”고 했고 밤에 먹는 것이 새벽에 먹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였다. 곡식을 먹어서 생기는 기운이 사람의 원기(元氣)를 이기게 되면 살이 찌고 장수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 말은 소식(少食)과 함께 남은 음식의 칼로리가 없도록 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한방에서는 입에 즐기는 맛이 많은 것은 몸에 음액(陰液)이 부족하여서 허화(虛火)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치료에서도 음액을 보충하고 몸을 가볍게 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건강한 상태는 아침에 깨었을 때 배가 고픔을 느끼는 상태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야간식이증후군! 증상이 좀 심각하다고 생각되면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 2003-10-05 15:04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