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녹차가 몸에 좋은 이유


인류가 수 천 년 동안 음용해 오던 녹차가 요즘 들어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음료수나 차로 마시는 것은 물론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속옷, 녹차 화장품까지 등장했다.

동의보감은 녹차의 효과에 대해 극찬하기를 “양생의 선약이며, 부작용이 전혀 없고 혈압을 내리고 소화를 도우며 이뇨작용이 있고 잠을 적게 하며 가래를 삭이고 갈증을 없애며 뱃속을 편안하게 하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기운이 상쾌해지고 술을 깨게 하고 식중독을 풀어주고 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기생충을 없애준다.” 라고 기술하였다.

이런 녹차의 약리적인 효능들이 현대 과학에 의해 최근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어 녹차의 인기를 더해 주고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은 남자 노인의 엉덩이 피부에 녹차 추출물을 발라 엉덩이 피부가 두꺼워지고 팽팽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녹차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손상을 막아주며 모공을 줄이고 주름을 펴주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피부 미용에도 좋다.

녹차를 팩으로 얼굴에 바르거나 녹차 우린 물에 세수를 하면 피부가 보송보송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녹차함유 화장품도 제품화되어 있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순천향대학교 연구팀은 녹차추출물로 가글린을 하면 입 냄새, 충치,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에 대한 탁월한 살균효과가 있다고 하여 동의보감의 기록된 사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였다. 비만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으로 녹차를 마시면 체중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인들이 육류와 기름진 음식을 매일 먹는 데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하여 비만한 사람이 적은 이유를 이들이 물처럼 마시는 차 때문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녹차가 체내에 축적된 기름기를 쫙쫙 녹여서 빼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음식물로 섭취한 지방의 흡수를 감소시키고 기초대사율을 높여 체중을 줄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녹차 1잔의 열량은 1칼로리 정도로 거의 물과 같다. 녹차를 100잔정도 마셔야 커피나 콜라 같은 탄산 음료수를 한잔 마시는 것과 같다.

커피와 콜라 대신 녹차를 마시면 살이 덜 쪄서 좋고 녹차의 유익한 성분인 카로틴, 비타민 C, 비타민 E의 항산화 비타민과 칼륨,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 성분도 같이 먹게 되니 좋다.

녹차의 효능을 나타내는 성분은 카테킨(catechin)이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의 한 종류로 녹차 특유의 떫은맛을 낸다. 녹차 한잔에 대략 100mg이 들어있다. 카테킨은 유해 활성산소를 차단하여 노화와 암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일본의 시오즈카현의 암 발생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데 이 지역 사람들은 녹차를 많이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병 예방효과도 있어서 콜레스테롤과 녹차추출물을 같이 먹인 쥐들은 콜레스테롤만 먹인 쥐들보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녹차는 4000년 이상 음용되어온 음료로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 단, 커피보다는 적지만 녹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 녹차의 카페인은 커피보다 흡수가 천천히 일어나므로 마신 즉시 심장을 빨리 뛰게 하거나 두뇌를 각성시키는 효과는 적다. 아무리 좋은 녹차라도 너무 진하게 마시거나 많은 양을 마시게 되면 속을 쓰리게 하거나 숙면을 방해 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식후 한잔 정도가 좋겠다.

녹차에 들어 있는 탄닌은 철분과 결합하여 철분의 흡수를 감소시키므로 빈혈이 있는 사람이나 철분 제재를 먹고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녹차 한잔을 정갈하게 준비하는 여유와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육우의 저서 ‘다경’에는 차는 덕을 갖춘 사람들이 마시기에 가장 알맞은 음료수라고 하였다. 경쟁해야 하는 사람은 많고 돈은 없고, 덥고 짜증나는 한 여름. 책에 나온 대로 다기를 다 차려놓지 않더라도 깨끗한 유리잔에 맑은 얼음을 넣은, 초록빛 녹차물을 생각만 해보아도 갈증이 사라지고 마음이 상쾌해진다.

박현아(가정의학전문의)


입력시간 : 2003-10-05 15:33


박현아(가정의학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