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몰카' 파문] 유흥가 암투에 놀아난 권력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청주 키스 나이트 클럽 출입 장면을 담은 ‘몰카’(몰래 카메라)의 파장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검찰은 몰카의 원본을 SBS로부터 압수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했으나 SBS측이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테이프 인도를 거부함에 따라 관련자들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사법 처리를 고려중이다.

또 ‘몰카’의 배후를 놓고 청와대와 언론, 정치권내 대립이 여전히 팽팽한 상태다.

청주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몰카의 배후에 대해 지금까지 이해당사자에 따라 상반된 해석이 제기돼 왔지만 최근 들어 정치적 음모론은 조금씩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태다. 키스 나이트 클럽 대표 이원호씨의 개인 원한에 따른 작품이라는 시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검찰도 몰카 배후에 대한 수사 대상을 이씨 주변으로 압축하고, 일부 인물에 대해 출국금지를 시킨 것도 그 같은 매락이다.

이에 따라 몰카의 배후는 키스나이트클럽 대표 이씨의 청탁 협박용 자자극설, 이씨 경쟁업주의 제작설, 내부 불만세력의 음모설, 청주 유흥업소를 장악하려는 조폭의 압박용설 등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씨의 자자극설은 최근 양 전 실장이 4월17일 청남대 방문 때 이씨의 나이트클럽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6월28일 술자리 파문 때 청탁 로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씨가 양 전 실장과의 4월 만남에서 검경의 수사를 막기 위해 로비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자 재차 로비 실패에 대비한 ‘구명용’ 혹은 ‘협박용’으로 몰카를 제작했다는 것. 자작극설은 몰카가 양 전 실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키스나이트클럽의 내부 촬영은 물론 양 전실장의 동선을 판화처럼 찍어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익분배에 불만, 내부 음모설도

경쟁업주 제작설은 대형 나이트클럽인 키스의 등장으로 영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쟁업주가 이씨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청주 지역의 나이트클럽들이 한달 매출액 100억원이 넘는 키스나이트 클럽이 들어서면서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음모설은 키스나이트클럽의 경영과 수익 분배 과정에 불만이 있는 공동 투자자가 이씨를 몰아내기 위해 몰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0여억원을 출자한 키스 나이트클럽은 이씨와 이씨 부인이 50%, 국정원 출신의 홍모씨가 37%, I건설사 대표 한모씨가 13%의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운영을 맡은 이씨가 경비를 부풀려 수익을 줄이는 방법으로 다른 투자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줄이는 바람에 특히 홍모씨가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홍씨가 경영권 장악을 위해 이씨 제거용으로 몰카를 제작했다는 것이 요체다.

조폭 압박용설은 이씨가 1989년 청주 북문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배후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데, 당시 살인사건에 가담한 조직폭력배가 지난해 만기 출소해 이씨에게 거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압박용으로 몰카를 제작했다는 것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0-05 20:1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