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제때 먹는 하루 세끼가 보약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아침을 거르는 사람의 비율이 34% 라고 한다.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을수록 아침을 거르는 횟수가 많고,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나이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에서 아침 결식률이 높다. 하루 3번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 한국인은 둘에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아침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거나 집중이 잘 안된다거나 시간이 없다거나 살이 찌는 것 같다는 것이 밥을 먹지 않는 주된 이유이다. 식탁에 차려 놓은 음식도 시간이 없어서 숟가락도 못 대고 집을 나서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하루 중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는 알려진 것 만해도 40가지가 넘는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A, B, C, D, E, 칼슘, 철분, 마그네슘, 구리, 섬유소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고 여기에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영양소도 많다. 이들 영양소의 인체 내의 역할은 굉장히 다양하며, 영양소 상호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영양소라도 너무 많거나 부족하게 되면 영양의 균형이 깨어지게 된다.

실제로 어떠한 식품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 영양의 균형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종합비타민도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먹는 식품은 슈퍼마켓 식품매장보다 더 다양하여, 매 식사 마다 영양소를 하나하나 계산하여 먹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때문에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식품을 먹어야 하며, 대략 하루 30가지 이상의 식품으로 만들어진 식사를 한다면 크게 영양부족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루 한 끼, 또는 두 끼 만의 식사로는 30가지 이상의 다양한 식품섭취가 가능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영양부족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아침식사는 하루하루 새로 시작하는 우리 몸 신진대사에 발동을 거는 것과 같다. 잠에서 깨어나서 1시간 내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아침을 먹어주어야 신진대사와 정신기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아침을 먹으면 살이 찔 것을 걱정하는 젊은 여성도 많은데, 이는 잘못된 건강상식이다.

최근 핀란드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증명하였는데, 헬싱키 대학의 안나 케스키 라코넨 박사는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면 오전 중에 군것질을 하기 쉽고, 담배와 술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운동을 덜하여 체중이 증가하기 쉬운 것으로 분석하였다.

게다가 부모가 이침을 거르는 경우는 자녀들도 대부분 아침을 먹지 않게 되어 하루 중 집중력이 떨어지고, 학업성적도 뒤처지게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수험생의 건강관리에 매번 등장하는 ‘아침 먹기’의 중요성을 검증한 연구였다.

아침식사는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도구가 되므로 세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식사이다. 무엇을 먹는가도 중요한데,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한국식 음식으로는 밥과 국, 생선이나 고기 몇 점이면 충분할 것이고, 빵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토스트와 계란, 우유가 좋겠다. 밥에다 물 말아 김치 몇 조각 허겁지겁 먹고 나오거나 버터나 딸기잼 바른 식빵 한 조각, 크래커와 커피 또는 컵라면으로 때운다면 단백질의 섭취가 부족해진다.

우리 몸의 소화액은 하루 3번 분비량이 많아진다. 이 때가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때이다. 식사라는 것이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가져온 습관이기 때문에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아도 때가 되면 위산과 소화액의 분비량이 증가하여 위장관으로 유입될 음식물을 대비한다.

그래서 제 때에 음식을 먹지 않으면 뱃속에서 소화액들이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난다. 들어와야 할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 남는 소화액과 위산이 위벽을 자극하게 되어 위염과 위십이지장궤양, 기능성 위장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한 밤중이 되면 수면과 휴식을 준비하면서 소화액의 분비가 감소하고 위장관 운동도 조용해지게 되는데, 이 때 야식이나 간식을 하게 되면 위장이 쉬어야 할 시간에 초과업무를 해야 하므로 소화기능 장애가 오기 쉽다.

저녁을 너무 늦게 하는 것도 건강에는 좋지 않다. 퇴근이 늦거나 출퇴근 거리가 길어서 저녁 8시 이후에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는 점심식사 후 장기간의 공복으로 인해 폭식을 하기 쉽고, 식후 노곤감으로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들게 된다. 뱃속에 음식물을 넣은 채 자게 되면 다음 날 속이 거북하고 얼굴과 손발이 붇는다. 그러므로 식사 후 3~4시간은 절대로 눕거나 잠들지 않는 것이 위장건강을 ㎸?좋다.

늦은 저녁은 뱃살의 주범이 되기도 하는 데,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우리 몸에서는 섭취한 에너지를 체지방으로 저장하려는 경향이 커지게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한 다이어트 불문율의 하나가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시녀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자”이다. 우리 몸이 예측하는 시간에 적절한 식사를 해주는 것이 건강의 가장 기본이 된다.

이 글을 읽고 어떤 분들은 ‘저는 몇 십 년을 하루 두 끼만 먹고 살았는데요? 한 끼 꼭 더 먹어야 하나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종족에서는 하루 2끼만을 먹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규칙적으로 4~5끼를 먹기도 한다. 남과 다른 식사횟수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습관이고, 이로 인해 영양결핍이나 영양과잉이 생기지 않는 다면 굳이 한 끼를 더 먹을 필요는 없다.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


입력시간 : 2003-10-06 09:33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