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산책] 웃으면 건강이 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표정하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나온 이야기지만, 실제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요즘의 사회를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겨운 지를 말해주고 있다. 다들 무표정하고 멍한 얼굴에 하루하루 전쟁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경제난과 사회의 여러 가지 흉흉한 사건들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앗아가고 있다. 아침 신문을 펴 보기가 두려울 정도이다.

웃음이 사라지면서 홧병처럼 검사상 별 이상은 없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두근하며 속에서 열이 치밀어 오르고 목에 뭔가 걸려 있는 것 같이 거북하다고 한다. 머리가 아프다, 소화가 안 되고 식욕이 없다, 어지럽고 진땀이 난다, 만사가 귀찮고 재미가 없다, 항상 우울하고 허망한 느낌이 든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잠이 잘 안 온다 등등을 호소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일소일소 일노일노 (一笑一少 一怒一老)’, ‘소문만복래 (笑門萬福來)’ 같은 말은 이제 식상할 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항상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유쾌한 웃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강과 행복의 상징으로 통용돼 왔다. 40년 동안 웃음과 건강을 연구한 스탠포드 의대 윌리엄 프라이 박사는 웃음의 생리적 효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자연 진통효과이다.

웃을 때 뇌하수체에서는 엔돌핀과 같은 자연 진통제가, 부신에서는 염증을 낫게 하는 화학물질이 나와서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 둘째, 웃음에 의해 동맥이 이완되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혈압을 낮춘다. 셋째, 웃음은 스트레스와 분노, 긴장을 완화시켜 심장마비와 같은 돌연사를 예방한다. 넷째, 면역력을 높여 감기와 같은 감염질환은 물론 암이나 성인병에 대한 저항력도 높인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칠정(七情), 즉 감정에 따라 인체 기(氣)의 흐름이 달라진다고 한다. 웃음으로 인해서 생기는 즐거운 감정은 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한다. 그리고 슬픈 느낌은 즐거움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효과가 있는 웃음을 사람들은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잃어 간다. 과학적으로 웃음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섯 살 난 어린이는 하루에 300 번 웃고 정상적인 성인은 겨우 열 일곱 번 정도 웃는다고 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차 한잔과 함께 웃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도록 하자. 차에는 온갖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이로운 성분이 들어 있는데 요즘과 같은 세상에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열을 식혀준다. 대추와 소맥을 같은 분량으로 달여 먹거나 합환피, 자소엽, 죽력, 석창포 등을 차로 달여 마시면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좋다. 또 파와 무즙을 먹으면 신경쇠약으로 인한 불면증이나 마음의 불안상태가 호전된다.

억지로 웃더라도 기운차게 온몸으로 웃게 되면 그 효과 역시 동일하다고 한다. 쾌활하게 웃을 때 몸 속의 650개 근육 중에서 231개가 움직인다.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배꼽이 빠질 듯이’ 크게 웃기를 권한다. 그것이 지금 사회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처방전이다.

매사에 불평하지 말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생활 자세를 의도적으로라도 가져서 자신의 삶에 건강과 행복도 추구하고, 이를 지켜보는 주변사람의 마음까지 밝고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 2003-10-06 09:36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