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문화읽기] 온라인 문화와 저작권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온라인의 매출이 CD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오프라인의 매출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문화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음악과 관련된 향유와 소비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고, 산업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온라인 음악 시장이라는 파이가 먹음직하게 구워져 오븐에서 냄새를 풍기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벅스뮤직과 음반업계의 대립은 온라인 상에서 문화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면서, 동시에 온라인 음악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처절한 생존경쟁인 셈이다.

지난 5월 15일 서울지법은 소리바다 운영자의 저작권침해 방조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실제로 mp3 음악파일을 주고받은 수백만의 이용자들이 기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이트 운영자들만 따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취지였다. 사실상의 합법성을 인정받은 소리바다는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리바다가 기소될 때부터 예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음악을 전송하는 음악사이트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그래서 7월 1일부터 벅스뮤직을 제외한 푸키ㆍ맥스mp3ㆍ스톤라디오 등의 음악사이트들은 월 3,000원의 사용료를 부과하는 유료화를 시행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현재는 무료운영을 고집하는 벅스뮤직과 저작권을 요구하는 음반업계와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소리바다에서 벅스뮤직으로 상대가 변하면서, 문제가 되는 지점도 변했다. 소리바다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P2P 방식을 통한 mp3 음악파일의 복제였다. 반면에 벅스뮤직의 경우는 스트리밍(streaming)을 통한 음악 전송이 논란거리이다.

음악 파일을 PC에 다운로드했다가 재생하는 방식인 mp3와는 달리, 스트리밍은 파일을 PC에 저장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따라서 스트리밍 방식에서는 복제나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다. 외국에서도 온라인 및 디지털 음악에 관한 저작권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냅스터의 경우처럼 mp3파일 공유와 관련된 것이고 스트리밍 서비스와 관련된 사례는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서비스하는 사이트가 비즈니스 모델로서 개발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일간스포츠, 7월 15일)

최근에 스트리밍 방식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7월 15일 법원은 뮤지컬 공연을 녹화해서 홈페이지를 통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한 회사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스트리밍을 통한 전송을 위법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법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지라,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다. 순수한 공유를 위해 비상업적인 방식으로 스트리밍 방식을 사용하는 사이트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개인 홈페이지에 스트리밍 방식으로 걸어놓은 한두 곡의 음악도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닐까. 비상업적인 정보 공유의 영역이 위축된다면, 인터넷이 참으로 삭막해질 것 같다.

누가 어떤 사업을 하든 간에 인터넷 음악 사업에서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은 네티즌이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기웃거려보았는데, 벅스뮤직과 음반업계의 대립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참으로 다양했다. 우선 한국의 음반산업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신이 생각 외로 크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라이브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가수와 타이틀곡을 제외하고는 들을 노래가 없는 CD에 대한 불만은 네티즌들의 일반적인 정서이다.

또한 앨범 구매와 관련된 네티즌의 태도는 ‘소비’(消費)가 아니라 ‘소장’(所藏)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소비행위와 문화행위가 통합되는 지점, 달리 말하면 앨범을 구입하는 소비행위가 문화적 선택이자 표현이기를 욕망한다.

음악에 대한 정보가 음악으로 제공되는 시대의 소비자들은 대단히 섬세하고 까다롭다. 소장할 가치가 있는지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음반을 구입해 왔다는 경험담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입어본 후에 마음에 들면 옷을 사는 것처럼, 음악도 들어본 후에 구매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는 음악을 상품정보나 상품광고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스트리밍으로 전송되는 음악 그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자 할 것이다. 아마도 이 지점이 인터넷 음악사이트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턱이 될 것 같다. 인터넷에서 정보와 상품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물음은 음악의 영역을 넘어서 인터넷 문화의 방향과 별鳧?결정하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식 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3-10-06 09:50


김동식 문화평론가 tymp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