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에스프레소 향기


사람들이 최초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십자군 전쟁 이전의 오스만 투르크 제국 전성시대였다. 이 왕국은 회교 국가였기에 많은 사람들은 사막을 가로질러 예루살렘으로까지 낙타를 타고 성지 순례를 다녔다. 이때 사막에서 졸음을 ?고 기도를 드리기 위한 가장 주요한 수단이 커피였다. 사막은 물도 귀했지만 연료도 귀하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커피는 작은 양을 끓였고 나눠 마시게 되었다.

커피가 유럽으로 전파된 이후에도 이렇게 작은 양을 마시는 것이 커피의 전통이 되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작은 양의 커피를 빠르게 추출한다는 의미로 ‘에스프레소’라고 이름을 붙였다.

현재까지 에스프레소는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한 커피이면서도 가장 과학적으로 발전된 음료로 일컬어진다. 그렇기에 요즘 한국 사회에서 부는 에스프레소 커피 바람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이제 원형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보는 것이 옳다.

에스프레소 열풍이 불기 전에 커피숍에서는 관련 에피소드가 적지 않았다. 커피숍의 메뉴에 에스프레소를 처음 넣었더니 사람들은 이름이 예쁘다며 주문했다가 진하고 쓴 맛에 기겁을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메뉴판에 에스프레소를 ‘번개 맞아 보셨어요? 이 커피 마시면 그 기분 알아요!’라는 해학적인 카피를 집어넣었더니 용감하게 마시는 사람은 적어도, 쉽고 즐겁게 이해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도 순수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에스프레소를 가장 좋아한다. 레귤러 커피처럼 오랫동안 마실 수는 없지만 추출할 때의 코를 찌르는 진한 향기와, 마시고 난 후에 볼 안쪽의 양 옆에 오랫동안 남는 진한 커피 향이 좋다. 걸으면서, 일을 하면서 그 향기는 늘 좋은 느낌으로 나를 일깨운다.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06 10:12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