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통계, 그 수치의 함정과 확률



■ 천재들의 주사위

데이비드 살스버그 지음/최정규 옮김/뿌리와 이파리 펴냄

숫자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연봉이 얼마인지 알뿐 근로소득세가 소득의 몇%나 되는지, 국민연금은 또 얼마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다. 그에게 복잡한 숫자가 끝없이 나열되는 통계학을 들이대면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통계학하고 나하고는 상관이 없어!"

그러나 그는 통계학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침투해있는지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는 아핌 신문에서 '비 올 확률 80%를 확인한 날, 귀찮다라도 우산을 챙겨나갔을 것이다,. 아마 이번 추석에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들은 '가장 안 막히는 시간대'를 골라서 고향에 다녀왔을 터이다.

물론 그는 하루종일 해가 쨍쨍하는 바람에 우산을 든 자신의 멋쩍을수도 있고, 고속도로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차량 속에 갇혀 있었을 수도 있다. 말하자면 확률의, 통계학의 함정을 몸소 경험한 셈인데, 자 그렇다면 통계학은 과연 어느 정도 정확산 수치를 말해주는가?

'천재들의 주사위'는 소박하게는 이러한 궁금증에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 해답의 실마리는 "확률의 본질이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서 출발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수치의 정확한 값이 아니라 어떤 수치가 나타날 확률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확률과 숫자들의 분포다"라는 피어슨의 혁명적 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통계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부딪치는 불가항력의 난제 -알 수 있는 것은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그 수치에 근접하는 근사값이라는- 에도 불구하고, 통계학이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첨단과학등에 활용된 과장을 면밀히 추적해 보여준다.

그 과저에서 독자들은 기계론적 결정론을 뒤엎고 통계학을 과학의 당당한 분야로 끌어올린 천재들의 공로를 감상할 수 있고, 21세기에는 어떤 과학혁명이 그동안 연승 행진을 해온 통계학을 제치고 과학의 중심부로 진군할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지은이는 일반인의 눈높이로 통계학 이론과 발전사, 통계학의 비밀을 풀어내고 잇다. 뿐만 아니라 통계학 발전의 저변에 깔린 세계관의 변화를 제시하는가 하면, 기초 수학의 이론도 알기 십게 설명한다.

전문적인 수학 공식과 어려운 이론을 가급적 배제한 채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다양한 실례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통계학의 세계로 이끄는 지은이의 힘이 놀랍다.

입력시간 : 2003-10-0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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