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무안 연방죽 유황오리


무안 백련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 가장 큰 백련 자생지라고 한다. 커다란 저수지가 온통 백련으로 뒤덮였으니 이만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백련지에는 지금 활짝 핀 백련으로 뒤덮였다. 보통 백련이 피는 것은 늦여름인데 올해는 비가 많이 오고 수온이 낮아 꽃 피는 시기가 늦어진 것. 한창 피어날 때는 지났으나 아직도 꽃을 볼 수 있어 주말이면 찾는 이들이 많다.

백련은 그 향기가 그윽하면서도 멀리 퍼진다. 화려하게 코를 자극하는 꽃들과는 달리 향기가 나는 듯 나지 않는 듯 알아차리기 힘들다. 꽃송이를 코에 가까이 가져다 대면 그제야 은은한 내음이 기분 좋게 온 몸을 감싸 안는 것이 느껴진다.

백련지는 일제 시대 때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저수지다. 당시에 마을 주민 가운데 한 사람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백련 열두 뿌리를 가져다 심었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차츰 늘더니 마침내 저수지를 가득 메우게 된 것이라고 한다.

백련지 주변에는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작은 마을이 전부였는데 연꽃을 보러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최근 몇 해 들어 연꽃축제도 열리고 하면서 근처에 식당이 들어섰다. 저수지 입구에 지난 여름에 문을 연 ‘연방죽 유황오리’집은 유황오리 요리와 연잎 부침개를 내 놓는다. 독특한 것은 고기를 연잎에 싸서 먹는다는 것.

얼핏 생각하기에 연잎을 쌈으로 먹는다고 하면 풋내가 나거나 쓰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방 따온 연잎은 싱그러운 맛이 마치 허브와 비슷하다. 약간 쌉싸름하면서도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맛이다. 오리 고기와도 잘 어울려 상추 한 장, 연잎 한 장 위에 고기 한 점, 양념 된장을 올려 먹으면 고기 맛이 한 결 살아난다.

유황을 먹여 길러 몸에 좋은 오리 고기는 주물럭으로 먹어도 좋고 양념을 하지 않고 그냥 구워먹어도 좋다. 구우면 기름기가 빠져나가면서 고기가 고소해진다. 다른 곳에서는 보통 오리고기와 양파, 버섯 등을 같이 구워 먹는데 이 집에서는 연근을 곁들여 준다. 연꽃 고장에 왔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연잎을 쌈으로 먹을 것을 생각해 낸 것은 기막힌 아이디어다. 원래 연잎으로 차를 만들기도 하고 술을 담기도 하는데 쌈으로 못 먹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맛과 향도 좋고 건강에도 그만이다.

연잎을 잘게 잘라 차를 만들면 은근한 단맛과 향이 피어 오른다. 연잎으로 담는 연엽주는 금방 올라와 잎을 채 펼치기 전에 도르르 말려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술이 적당히 익으면 싱그러운 연잎 향기가 고스란히 술 안에 녹아 퍼진다.

연방죽 유황오리의 또 다른 별미는 연잎 부침개. 반죽할 때 연잎을 같이 갈아넣어 만든다. 부쳐서 접시에 담아 나오면 선명한 녹색이 군침 돌게 만든다. 다른 야채는 장식용으로만 조금 넣을 뿐 부침개 맛은 연잎에서 나온다.

백련지처럼 크지 않지만 주변으로 연을 심은 크고 작은 논들이 몇 개 있다. 주민들이 키우는 것도 있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시범용이나 연구용으로 키우는 것도 있다. 저수지 주변과 논두렁을 따라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백련지를 가로지르는 목재 다리 백련교도 꼭 건너볼 것. 백련 외에도 부들, 부레옥잠 등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있어 아이들 자연학습에도 효과적이다.

백련교 끝에 연결된 잔디광장에 가면 무안 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이 있다. 연향차와 연화주, 연엽주, 연잎차, 향 등 연꽃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연실(씨앗)이나 연근을 구입할 수도 있다.


▲ 메뉴 : 유황오리 주물럭 2만5,000원, 생고기 2만5,000원, 훈제구이 3만원. 연잎부침개 5,000원 061-282-3970


▲ 찾아가기 :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로 나간다. 일로읍 소재지를 지나 820번 지방도를 따라간다. 나들목 나와서부터 백련지 표시가 잘 되어 있어 표지판만 쫓아가면 된다. 나들목에서 10여분 거리. 무안군 소재지에?갈 경우 811번 지방도로를 이용한다. 30여분 소요. 백련지 입구에 바로 연방죽 유황오리 집 간판이 보인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06 13:58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