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옥동자는 일등 신랑감


오래 전에 일 관계로 알게 된 사람 하나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신기(神氣)를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그가 내 얼굴을 가만히 들어다 보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장형은 관상이 아주 대단한 사람인데…. 근데 얼굴에 칼만 한번 대면 운이 확 트일거야.”

당시 뭔가 한단계를 뛰어넘어 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나는 뜻대로 일이 풀리지않는 상황 속에서 내심 답답해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내 속내를 들어다 보기라도 한 듯이 던진 그의 한마디는 한동안 나를 갈등하게 만들었다. 그냥 무시해 버리기에는 그의 언동이 진중했고, 멀쩡한 얼굴에 칼을 대는 방법이 뭘까 궁리를 해보니 제일 만만한 게 쌍꺼풀 수술이었다.

그냥 미친 척 하고 확 일을 저질러 버릴까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몇 번의 고민 끝에 포기하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살아가는데 그다지 불편함이 없는 내 얼굴을 두고서 이런저런 이유로 성형수술을 고려했던 전적을 가진 사람이 어디 나 하나 뿐이겠는가.

눈 뜨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겨나는 게 성형외과이고 ‘성형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을 만큼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선호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우리네 사회가 겉으로 보여지는 외모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남자들도 면접시험을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그저 못 생기면 미안한 게 요즘이다.

이런 판국에 정말 못생긴 얼굴 하나로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개그맨이 있다. 정종철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옥동자’라고 하면 ‘아,‘ 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나 역시 처음 정종철을 봤을 때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을 정도로 웃기게 생긴 그의 외모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오죽하면 정종철 본인이 자신의 웬수같은 외모가 주는 콤플렉스가 극에 달했던 사춘기 때 중학교 졸업 앨범에 실린 자신의 얼굴을 칼로 도려내기까지 했겠는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일찌감치 돈벌이를 해야 했던 정종철이 냉면집에 취직을 하고 주방일을 맡았는데 주인의 요구가 아주 단호했다고 한다. “넌 절대로 홀에 얼굴 내밀지마. 손님들 밥맛 떨어진다.”

한번은 집에서 개그 콘서트를 모니터하고 있을 때였다. 딸 아이가 하도 울보 짓을 하며 징징거리길래 ‘너 자꾸 울면 옥동자한테 시집 보낸다’ 했더니 갑자기 딸의 두 눈이 동그레지며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딸이 말썽을 부리면 우리 식구들은 입을 모아 ‘옥동자한테 시집 보내야지’ 외치고 그러면 딸은 흠칫 놀라 잠시 동안이라도 미운 짓을 멈추곤 했다.

과거 이주일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라며 미안한 기색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금 옥동자는 당당하게 ‘에헤헤헤’ 웃어가며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우리들을 사로잡고 있다. 만약 옥동자가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비관해서 그냥 구석방에 처박혀 있었더라면 우리는 지금처럼 즐거운 주말 저녁을 보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옥동자를 연기자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아끼는 이유는 자신의 거대한 콤플렉스를 누르고, 단점을 장점으로 뒤바꾼 당당함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믿고 꿋꿋하게 노력하는 옥동자를 보고 있으면 삶을 사랑하는 사람의 당당함을 느낄 수 있다.

못생겼다고 구박받던 정종철이 이제는 ‘옥동자’라는 아이스크림 이름에도 등장하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모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거액의 계약금을 주겠다는 제의도 받았다. 액수를 전해들은 아내가 놀라서 물었다.

“옥동자가 그렇게 상품성이 있어요?” “애들은 옥동자를 사람으로 안보거든. 그냥 걸어 다니는 캐릭터 자체로 인식하니까.” “허긴, 얼굴이 못생겨서 그렇지 재주가 좀 많아요? 정말 그렇게 계약만 되면 완전히 재벌이네.” 한동안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던 아내가 중얼거린다. “우리 딸내미 정말 옥동자한테 시집 보낼까….”

이진희 부장


입력시간 : 2003-10-06 18:34


이진희 부장 jin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