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자유를 향한 날갯짓


■ 제목 : 구속된 평화 (Peace in Bondage)
■ 작가 : 에라스터스 도우 팔머 (Erastus Dow Palmer)
■ 종류 : 대리석 부조
■ 크기 : 76.2cm x 65.44cm x 3.8cm
■ 제작 : 1863
■ 소장 : 뉴욕 알바니 역사, 미술사 인스티튜트 
(Albany Institute of History and Art, Albany, NY)

요즈음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소망은 무엇일까? 정치ㆍ경제적 안정과 함께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 어린시절부터 교과서에서 봐 온 진부한 명제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것을 꿈꾸고 있다. 그것은 비단 우리만의 바람이 아닌 전세계가 오랜 세월 동안 추구해 왔던 것이다.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세계 3대 시민혁명 중의 하나인 미국 독립혁명은 1775년 페트릭 헨리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면서 절정을 이루고 다음 해에 독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미국인 조각가 에라스터스 도우 팔머는 백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 강렬한 독립 역사의 기억이 빛을 바랬을 무렵에 과거 영국 식민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신대륙의 소망을 새로운 마음으로 묘사했다. 그의 부조 ‘구속된 평화’에서 외면적으로 느껴지는 신체의 구속과 절망은 내면적으로는 자유를 갈망하는 시민혁명의 이상을 담아낸 것이었다.

작품 안의 날개 달린 여인에게서 그리스 신화의 여신이 연상되는 것은 고대 그리스 로마 양식을 좇았던 당시 미술계의 신고전주의 영향으로 보여지지만 목수로부터 시작하여 인생 항로를 개척했던 작가 팔머는 어떤 전문적인 교육 없이 고대 예술의 특징이었던 형태의 이상적 단순화를 스스로 깨달아 표현했다. 그의 대표 조각 ‘백인 노예상’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화려한 기교와 완벽한 아름다움을 선호하기보다 내면의 감정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작가였다.

순박한 빛깔의 하얀 대리석 위로 아로새긴 여인을 보며 오늘도 어딘가에서 접힌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와 희망의 세계로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꿈을 생각해 본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07 16:49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