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커피향 가득한 가을여행


요즘은 집에서도 꽤 많이들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듯 싶다. 두 주에 걸쳐 에스프레소 커피 추출 실습 강좌가 있었다. 처음에는 취업을 염두에 두려니 했으나 실제로는 대다수 가정에서 즐길 요량이었다. 20대에서 60대까지 골고루 분포된 연령층이었는데 그들의 적극적인 배움에 공간을 제공한 이도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처음에는 지도를 받았지만 이내 스스로 에스프레소 원액을 추출하고, 고운 우유 거품을 만들고 하더니 카레 라떼, 카푸치노, 라떼 마끼아또 등 그들이 원하는 여러 가지의 커피가 탄생시켜 냈다. 입가에 우유 거품을 묻혀가며 마시며 웃는 모습들에는 세상에서 가장 절실한 것을 얻은 사람들의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세상의 행복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될 지도 모른다.

또 다른 팀과는 2년째 계속 되는 ‘커피 여행’을 떠났다. 여행이라 해야 서울이나 서울 근교의 커피가 괜찮은 곳을 순례하는 정도인데, 이번에는 커피가 괜찮은 과천 외곽의 카페로 결정해 떠난 것이다. 마침 과천 시청에서의 행사가 있어 꽃 전시회도 잠시 보고 나지막한 야산도 길 따라 다녀보기도 하며 가을을 만끽했다.

여물어 가는 대추나무, 밤나무 사이로 잠자리 떼가 날아 다니고 있었다. 도착한 카페에는 가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은 때문인지 실내보다는 야외 테라스의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우리도 그 사이에 어렵사리 자리를 마련하여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한 커피가 나왔다. 커피에는 가을의 향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우리는 그 향기 속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그리고 이내 기억 속에 잊혀질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눴다. 우리 곁에는 조그만 행복이 머물고 있었다.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09 18:56


한승환 커피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