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상승랠리서 조정장세로, 연말 800선 예상

저가 매수 마지막 기회인가?
5개월 상승랠리서 조정장세로, 연말 800선 예상

3월 중순 종합 주가 지수 500 언저리에서 시작해 전고점(775)을 찍기 까지 무려 5개월 가까이 지속된 상승장에서 개인들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했다.

“이번 상승장에서 수익을 낸 사람은 전체 투자자의 5% 정도다. 나머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하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을 먼 산 바라보듯 지켜만 본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800선을 앞두던 9월초 “현장에서 들리는 개인들의 ‘객장 지수’는 500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을 정도였다.

외국인이 주도하는 핵심 블루칩과 개인들이 선호하는 대중주간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빚은 결과였다. 한 투자자는 “별로 수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지수만 올라가니 상대적 빈곤감을 넘어 피해의식 마저 느꼈다”고 했다.

주가가 5개월간의 상승 랠리를 접고 본격적인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발점은 환율과 원유가 날린 ‘원-투 펀치’였다. 달러 약세를 용인키로 한 선진 G7 국가의 ‘두바이 합의’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결정이 잇따라 내려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며칠간 700 지지선을 이탈하기도 했다.

개인들의 머리 속은 복잡하다. 뒤늦게 시장에 참여한 이들은 “혹시 막차를 탄 것이 아닐까”며 전전긍긍하고 있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이들은 “이번이야 말로 저가 매수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입질을 해본다. 과연 하반기 주가에 희망이 있는 것일까. 증권사 리서치센터 장 10인의 입을 통해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을 전망해 본다.


10월말까지 바닥은 650~680

“조정은 주~욱 계속된다.” 9월 중순부터 시작된 이번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적어도 10월 한 달간은 조정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박성근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주가가 조정 없이 5개월 가량 상승했기 때문에 이번 조정은 1~2개월은 지속될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보자면 11월 중순 정도까지도 조정 국면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3~8월 계속된 큰 반등 국면이 마무리되는 분위기가 4분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이나, 거꾸로 10월말~11월초 고점을 찍은 뒤 연말로 갈수록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김영익 대신증권 투자전략실장)도 있었다.

그렇다면 조정 기간 중 주가의 바닥은 어디일까. 10명의 전문가 중 무려 9명이 종합주가지수 650~680 범위 내에서 바닥 혹은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윤수 상무는 680~690의 벽이 지켜지면 횡보가 가능하지만 무너질 경우 640선까지도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고,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은 700을 지지선이라고 밝혀 향후 추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외국인 매수가 장세 관건

전문가들은 의외로 이번 조정의 직접적 계기가 된 ‘환율 쇼크’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하반기 주식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 변수로 환율 문제를 꼽은 전문가는 단 2명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이근모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환율에 대해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더 이상 하락하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도 “환율 절상이 경기가 고점에 달했을 때 오면 문제가 되지만 경기가 턴하는 시점에서 절상이 이뤄진다면 큰 변수가 되기는 힘들다”고 해석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은 것은 ‘국내 내수 경기 회복 여부’와 ‘외국인 투자의 지속 여부’(각 4명). 환율 쇼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내수는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내수 경기가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상승장을 주도한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얼마나 받쳐주느?역시 하반기 장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미국 경기 회복(3명), 국내 경기 회복세(2명), 수출 및 D램과 IT 경기(2명), 국내 정치 상황(1명), 3분기 혹은 4분기 기업 실적(1명) 등도 하반기 주가를 가늠할 수 있는 변수로 지적됐다. 이색적인 시각으로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꺼지면서 소비를 위축시키고 주가 하락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김영익 실장)는 견해도 있었다.

연말 주가에 대해서는 붉은 빛과 푸른 빛 전망이 교차했다. 4명(김영익, 박성근, 박윤수, 이종우)은 연말 주가의 고점을 730~770 정도로 비교적 어둡게 예측했고, 5명(백기언, 윤세욱, 이근모, 전병서, 정태욱)은 800~900의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조홍래 동원증권 부사장은 연말 전망치를 당초 ‘800 이상’에서 ‘750~800’으로 하향 조정, 상대적으로 중간적인 의견을 냈다.

이들 10명의 연말 예상 주가를 산술적으로 평균해보면 795.5. 다소 작의적이긴 하겠지만 이들의 예상을 종합해 본다면 10월말까지 조정 국면을 거쳐 연말에는 종합주가지수 800 안팎까지 상승할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 셈이다.


보류 vs 적극 투자, 수출주 vs 내수주

연말 주가에 대한 전망 만큼이나 개인들의 시장 참여 시점에 대한 의견도 크게 엇갈렸다. 적극 매수 권장(이근모, 전병서), 저가 매수 타이밍(정태욱)의 긍정적 견해에서부터 내년 이후에나 투자 바람직(박윤수), 주가지수 650 이하 매수(이종우) 등의 부정적 견해까지 다양했다. 대체적으로는 조정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말~11월초를 매수 시점으로 추천했다.

추천 업종은 크게 봐서 ‘수출주’와 ‘내수주’로 나뉘는 양상. 백기언 메리츠증권 상무는 “큰 흐름은 여전히 수출 주도형 정보기술(IT) 업종이 향후 장세를 견인할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이라면 반도체, IT, 전기ㆍ전자 등 수출주를 사서 ‘홀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근모 부사장은 “수출 주도의 경제 회복은 이미 지난 만큼 당분간은 백화점, 은행 등 내수주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가스 등 유틸리티 업종이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블루칩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추천 종목으로는 한때 목표주가가 60만원까지 제시됐던 삼성전자(4명)가 역시 가장 많았고, 은행 업종의 대표 주자 국민은행과 수출주의 대명사 현대자동차가 각 3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밖에 수출주로는 포스코 LG전자 삼성SDI 등이, 통신주로는 SK텔레콤 KT 등이, 내수주로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태평양 농심 CJ 등이 거론됐다.

또 3분기 실적 개선주로 금호전기 한국제지 하이트맥주 대덕전자 삼성테크윈 등이, 배당 투자에 적합한 종목으로 에스오일 KT&G 대한전선 부산가스 풍산 한국가스공사 LG상사 등이 꼽혔다.

이영태기자


입력시간 : 2003-10-10 13:25


이영태기자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