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주택대출이 집값 안정에 도움

[특별기고] 주택금융공사법에 거는 기대와 우려
장기주택대출이 집값 안정에 도움

주택보급률 100%. 꿈만 같던 수치가 지난해 말 현실로 다가왔다. 건설교통부 등 관련 기관의 추계에 따르면 2002년 말 기준으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택보급률은 전체 가구 수 대비 주택 수를 의미하는 것.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한 가구 당 한 채 씩은 소유할 수 있는 수준으로 주택이 보급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1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국민 소득이 국민 모두의 생활 형편을 반영하는 것이 못되듯, 100%의 주택보급률 역시 상당수 서민들에게는 그저 남의 얘기일 뿐이다. 실제 국민들의 내 집 마련 정도를 알 수 있는 ‘자가 거주율’은 지난해 말 현재 54.2%에 불과하다. 아직도 절반 가까운 국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정적 주택대출이 관건

이런 현실을 배경으로 정부는 주거 수준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장기주택 대출시장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골자는 내년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장기주택대출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내 집 마련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보다 저렴한 금리에 장기로 안정적인 주택대출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

장기주택대출은 이전의 평균 3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대출기간이 20년 이상 장기이며 고정금리로 대출하여 국민들에게 보다 안정적으로 주택자금을 공급하는 제도이다. 대출금리 또한 정부가 전액 출자한 주택금융공사의 유동화 자금이 재원으로 이용됨으로써 민간보다 저렴하게 제공될 수 있으며 소득공제 등 세제 지원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효 금리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 제도가 실효성 있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우선 현재 주택담보대출로 많은 수익을 얻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장기 주택대출시장에 참여할 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기본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을 생각해보면 쉽게 도출된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은 향후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하시킬 수 있는 불안 요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가계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가 침체되어 가계부채 상환부담이 증가되고 부동산가격의 하락과 소비감소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일본식 복합 불황의 가능성이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단기 주택담보대출은 이와 같은 부정적 시나리오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장기 주택대출상품도 은행들이 향유하고 있는 단기 수익을 다소 축소시킬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 수익구조의 선진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감안할 때 개별 금융기관 스스로도 장기 대출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주택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수준으로 개별 차입자가 장기주택대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강남권 주택가격과 비교할 때 이러한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은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주택자금 지원이 강남권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강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현재 450만호로 추정되는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이용하여 장기저당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규모가 소득에 비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투기목적 주택수요 축소시킬 것

또한 제도 시행에 따라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원론적으로 볼 때 주택금융이 확대됨에 따라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택금융 수요는 주거목적의 실수요자 수요와 투기목적의 투자자 수요로 구분된다.

정부의 주택금융 지원이 계획대로 실수요자에게 한정하여 지원되는 경우 실수요자의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반대로 투기 수요자들의 수요를 크게 감소시켜 주택 가격의 상승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의 전ㆍ월세입자였던 실수요자들이 대거 내 집을 마련함으로써 전ㆍ월세 수요가 감소하여 투기목적 투자자들의 주택수요를 급속히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장기주택대출제도는 국민들의 주거복지 확대 외에도 주택금융의 선진화,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이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정부의 세심한 정책시행과 금융권 등 시장참여자의 적극적인 鎌?및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입력시간 : 2003-10-10 15:49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