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은 고부가가치 성장산업" IT시장보다 더 유망…인재관리가 경영의 키워드

[재계 인물탐구] 이혁병 ㈜캡스 사장
"보안은 고부가가치 성장산업"
IT시장보다 더 유망…인재관리가 경영의 키워드


경비보안 전문업체인 ㈜캡스의 이혁병(50)사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삼성동 본사 빌딩에 도착했다. 우연히 1층 로비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이 사장과 조우했다.

“사장님께서 직접 1층까지 내려와 담배를 피우십니까.” “지난해부터 금연빌딩으로 바뀌면서 제가 직접 솔선 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라고 이사장은 소탈한 웃음으로 반겼다. 그 한 마디에 첫 인상이 달라진다. 사장실은 맨 꼭대기인 6층. 무인경비보안 업체이기도 하지만 방재ㆍ방범 업라는 특수성 때문에 캡스는 지난해 본사 건물 전체를 금연빌딩으로 정했다. 이 사장이 직접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러다 보니 하루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는 이 사장 역시 직원들과 함께 1층까지 내려와 담배를 피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이 같은 개인적 불편함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조직이 정한 룰이므로 사장이라도 그 룰을 깰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해군장교 출신으로 태권도와 유도 유단자인 이 사장의 절도 있는 모습은 첫 눈에 경비보안 업체 사장으로 제격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최근 경마에 푹 빠진 탓인지 가을 햇살에 검게 그을린 얼굴은 한층 건강해 보인다.


국내 최초 이중관제시스템 구축

“외환위기 때 이상으로 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불경기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경비보안시장 상황은 어떨까 궁금했다. 이 사장은 대뜸 엄지 손가락을 꼽아 보였다. 국내 무인경비업계는 매년 고성장을 기록하며 2000년 연 매출 4,300억원이었던 것이 2001년 5,000억원, 지난해 7,000억원 규모로 늘어 조만간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란다.

이 사장은 “연 평균 20%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무인경비 시장은 정보기술(IT)와 반도체 시장보다 더 큰 성장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비’라는 어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인력 중심의 산업이라기보다는 하이테크와 네트워크, 보안인식 산업으로 한층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캡스는 무인경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에스원(45%)에 이어 두 번째(35%)로 고객이 많은 업체다. 1971년에 설립됐지만 99년 미국 타이코 그룹(2002년 포천지 선정 세계 103위 기업)에 인수되면서 세계 100여개국에 걸쳐 78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1위의 경비보안업체 ADT의 국내 법인으로 거듭 났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이중관제시스템을 구축해 24시간 서울 삼성동 본사와 장안동 관제실을 통해 고객의 안전을 경비해 주는 백업 시스템을 갖췄다.

또 CTI 기반의 콜센터를 구축해 1대1 맞춤상담 서비스를 실시할 만큼 신뢰감을 높였다. 인천신공항 외곽감지시스템을 비롯해 유럽정상회의(ASEM) 시스템과 양양공항 외곽경비시스템 구축 등 대형 국책사업 및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캡스는 그 우수성을 인정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캡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이 사장은 취임 1년만에 타이코 그룹의 국내 화재ㆍ시큐리티 (Fire&Security) 사업 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유통업체들의 상품도난방지시스템 업체인 ADT 시큐리티코리아와 소방ㆍ화재 경비전문업체인 동방전자산업㈜를 모두 책임지게 된 것이다. 그가 지난 1년간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업경쟁력은 고객서비스가 좌우

이 사장은 취임직후 그 동안 누적된 직원들의 불만과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빚어진 노사갈등으로 심한 격랑을 겪어야 했다. 파업기간은 1개월 여로 비교적 짧았지만 은행 경비와 현금이송 서비스가 마비되는 등 기존시장을 경쟁사에 빼앗길 만큼 큰 시련을 맛봐야 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고 새 사장이 오자마자 민주노총에 가입한 캡스 노조는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을 앞세워 파업에 돌입했다. 기존 군부?및 공기업과 운동선수 출신 직원이 많았던 탓에 그 분위기는 험할 대로 험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공기업 색채가 강한 데다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불거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파업의 근본 원인이었다.

이 사장은 기지를 발휘했다. 자신이 몸담아온 다국적 업체인 캐리어 유나이티드에서 익힌 사내조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축에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달려든 것이다.

‘닥터 캡스’가 그의 첫 작품이었다. 이 사장은 직원과 사장 간의 직접 대화채널 구축을 통해 직원들로부터 각종 불만과 건의 사항을 핫라인으로 보고 받는 ‘닥터 캡스’를 통해 잘못된 조직 문화를 하나씩 시정해 나갔다. 이 사장은 지난 한해 동안 250여건의 직원 요구사항을 처리한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다. 가장 손에 꼽을 만한 큰 변화는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근무조건을 2교대에서 3교대로 바꾼 것이다.

이 사장은 또 부서ㆍ직급 별 커뮤니케이션 미팅을 활성화하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수평적 조직 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원활한 대화 활동을 독려했다.

이 사장이 조직문화를 변화시킨 것은 무엇보다 “조직이 편해야 서비스 정신이 살아난다”는 그의 독특한 경영철학 때문.

“직원이 회사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되면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결국 고객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법이죠.” 그는 또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확대와 함께 근무조건 개선에 힘을 쏟았고 그 결과 파업 당시 75%에 달했던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은 현재 33%대로 낮아진 상태다.

이 사장은 “앞으로 무인경비시장의 경쟁이 가속화하면 할수록 기업의 경쟁력은 바로 고객 서비스에서 좌우될 수 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조직의 인재관리가 가장 중요한 경영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타이코 본사를 설득해 무려 100억원 규모의 첨단 시스템을 본사에 설치했다.


"경영은 종합예술"

이 사장은 그동안 꾸준히 전문경영인을 향한 경력을 쌓아왔다.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우그룹 기조실 전략기획 과장을 역임한 뒤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이 사장으로 있던 대우반도체에 근무하다 이 전장관을 따라 ㈜한국신용평가로 옮겨갔다.

그곳에서 수석연구원 겸 기조실장으로 4년간 일하면서 전문 경영컨설턴트로의 입지를 굳혔다. 그가 전문경영인의 소양을 쌓기 시작한 것은 이때다.

에어컨과 냉동ㆍ냉장고를 만드는 다국적기업 캐리어 유나이티드 아시아 본부에 다시 입사한 그는 사업담당이사를 거쳐 캐리어 계열 국내회사인 CRO코리아와 합작회사인 캐리어LG 사장을 연거푸 거친 후 지난해 3월 ㈜캡스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사장은 “경영은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영업과 마케팅, 재무, 기획 어떤 것도 CEO라면 등한시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의 종합예술이 ‘캡스’에서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3-10-16 11:27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