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와 아이와 친해지기

[두레우물 육아교실] "아빠를 싫어하는 아이"
아빠의 육아와 아이와 친해지기

Q. 저는 4살 된 딸과 18개월 된 아들을 둔 엄마인데요, 아이들이 아빠를 싫어해서 고민입니다. 특히 큰애는 아빠를 남 대하듯 합니다. 자기 물건도 아빠는 못 만지게 하고, 아빠한테 전화했을 때 바꿔줘도 말도 안하구요. 아이가 자꾸 아빠를 멀리하니까 남편도 마음이 상했는지 화를 내더라구요.

원래 남편 성격이 무뚝뚝해서 아이 어려서부터도 기저귀 한번을 안갈아줬어요. 그러니 이제와서 아이랑 어떻게 놀아야 할지를 모르겠나봐요. 아빠와 아이들이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저만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서울 마포구 연남동 정모씨)


아빠의 육아는 '선택' 아닌 '필수'

<월간 좋은 엄마>가 아빠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75%의 아빠들이 “육아는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대답해, 육아에 대해 아빠들도 높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실제로 아빠들의 육아 참여수준은 높지 않다.

긴 시간동안 아빠 혼자 아이를 돌보는 일을 곤혹스러워 하거나, 위 사례의 아빠처럼 아이를 다루거나 놀아주는 방법을 모르는 아빠, 아이가 기분좋을 때는 놀아주다가 칭얼대고 보채면 엄마한테 보내려는 아빠(두레우물 육아상담실 ID : leaf597)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엄마가 전업주부인 경우, 아빠들은 아내가 외출했거나 아플 때에 한해서 아내를 돕는 차원으로 육아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빠의 육아는 상황에 따른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의무이자 권리로 생각해야 한다. 아빠의 육아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첫째,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신지용 원장은 “만3~6세에 아빠와의 친밀한 교류가 적었던 아이들은 학령기에 사회성이 떨어진다거나, 만 2세 이전에 아빠와 목욕을 경험한 아이의 사회성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강조했다.

둘째, 아이의 세계관이 넓어진다. <아빠 뭐해?>(도서출판 이프)라는 육아경험담을 공동집필한 두 아이의 아빠 김세중씨(서울대 국악과 강사)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것보다 아빠와 둘이 키우면 아이의 관심사도 두 배로 커지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아이가 아빠의 직업을 이해하고, 아빠의 취미생활이나 모임에 동참하면서 세상과 친해질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셋째, 아빠 자신을 위해서도 육아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애착은 출생 후 만 2세까지 정서적, 육체적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친밀감을 말하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자식과 아빠와의 관계는 평생 소원해질 수 있다.

위의 사례처럼 아이가 엄마와는 정서적으로 밀착된 반면 아빠한테는 배타적이고, 아빠가 가족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는 유아기 때 애착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아빠가 기저귀를 갈고 목욕시키고 우유를 먹이는 행동들은 아이에게 좋은 것일 뿐 아니라 아빠 자신도 육아로 인한 행복감,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사회생활 할 때에도 좌절을 극복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넷째, 자녀의 성의식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아들에게는 아빠가 바람직한 성역할 모델이 될 수 있고 딸에게는 이상적인 이성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아들이 엄마와 지나치게 밀착되면 사회생활이나 결혼생활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때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엄마 없이 아이 돌보기에 자신감 가져야

그렇다면, 아빠들의 육아 참여,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먼저 엄마는 아빠와 아이만이 시간을 갖도록 빠져줘야 한다. 처음에는 남편이나 아이의 반발이 있더라도, 남편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미덥지 않더라도, 맡겨야 한다. 또,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과자나 장남감을 사줄 때 아빠를 통해서 건네주게 하면서 아빠와 아이가 친해질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두레우물 육아상담실 ID : yysoa)

그리고 아빠들은 스스로 아이 돌보는 일과 놀아주는 일을 못한다고 물러설 것이 아니라 육아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엄마들도 처음에는 서툴렀으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차츰 능숙해졌듯이 하다보면 누구나 할 수 있게 된다는 걸 믿어야 한다.(<아빠 뭐해?>의 김세중씨)

또한 아빠들은 시간 나면 놀아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육아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겉으로 표현되지 않는 애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말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애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신지용 원장)

“육아를 하지 않는 남자는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 말은 일본 후생성이 벌인 남성의 육아 참여 캠페인의 캐치프레이즈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반쪽짜리 육아를 해온 게 아닌가 반성해 볼 일이다. 서점에 가면 초보 아빠들을 위한 육아 서적과 자녀 교육서, 그리고 아빠들의 다정한 목소리로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아빠용 그림책들이 널려있다. 그런데 그 책을 사가는 사람도, 읽어주는 사람도 대부분 엄마들이다. 그것부터가 아빠들이 해야 할 일이다.


아이의 연령에 따른 아빠의 육아참여 필수항목

아동연령 발달과제 특징 아빠 참여 필수항목

0-1세 애착 전적으로 부모의 보호와 보살핌을 우유먹이기, 기저귀갈기, 목욕시키기, 영아기 요하는 시기로, 이때부터 아빠와의 밤에 자다 깰때 아빠가 일어나 돌보기. 관계가 친밀해져야 한다. 먹고, 싸고, 자고, 노는 것에 아빠와 엄마가 함께 혹은 교대로 참여.

1-3세 자율성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 장난감을 이용한 다양한 실내놀이 하기 걸음마기 하면서 함께 좌충우돌하는 시기.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와 하루이상 보내기 아이와의 신체적 접촉과 놀이가 많이 필요한 시기.

3-6세 사회성 본격적으로 외부에서의 놀이가 많아지는 아이와 외 식하기, 영화보기, 여행하기, 학령전기 시기. 엄마가 하기 힘든 운동 등을 아빠가 목욕시키기, 그림책 읽어주기, 자전거 타기 함께 한다. 실외놀이를 함께 하기.

6-12세 학교생활과 친구관계에서 급진적 발달을 축구나 야구 등 운동기술 가르쳐주기, 학령기 근면성 보이는 시기. 아빠가 놀이는 물론, 운동과 엄마 없이 아이와 함께 식사준비하기, 학습에까지 참여하는 것이 좋다. 특정 과목을 정해서 지도하기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 인터넷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박경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22 11:26


박경아 자유기고가 koreap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