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천 연어 축제, 맨손을 잡기 등 다양한 이벤트

[주말이 즐겁다] 강원도 양양
남대천 연어 축제, 맨손을 잡기 등 다양한 이벤트

온 산하를 울긋불긋 물들인 오색의 단풍이 짙어질 무렵이면 동해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저 멀리 알래스카의 베링해까지 떠났던 연어가 귀향의 꿈을 간직한 채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이다. 단지 어릴 적 노닐던 고향의 물비린내가 그리워서가 아니다.

연어는 어미의 품 같은 모천(母川)으로 돌아온 뒤 알을 낳고 결국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어미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 최대 연어 회귀모천

동해와 접하고 있는 양양의 남대천(南大川)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연어의 고향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말쯤이면 날마다 수백, 수천 마리의 연어떼가 물고랑을 만들며 남대천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국내 하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70%쯤이 이곳 남대천으로 돌아오는데, 한해에 10만 마리가 넘는 연어가 이곳을 찾는 셈이다.

남대천이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연어 모천이 된 데는 양양 내수면연구소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원래 연어는 남대천을 거슬러 올라가 산란하였지만, 물줄기 중간중간에 수중보 같은 장애물이 있고,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하기도 어려워 부화율이 턱없이 낮았다.

그래서 연구소에선 1984년부터 매년 연어를 강 하류에서 포획해 인공수정한 후 치어를 방류하는 방류재포양식(放流再捕養殖)을 반복했고, 그 결과 1990년대 초부터 회귀하는 연어의 마릿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현재 연구소가 방류하는 연어 치어는 한 해에 약 1,500만 마리. 남대천 연어 회귀율이 평균 1.5%라 하니 방류한 치어 100마리 중 겨우 한두 마리만 살아오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연어는 왕연어, 홍연어, 시마연어 등 7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연어는 입이 개처럼 생겼다고 해 ‘도그 새먼(Dog Salmon)’으로 불리는 종이다. 아가미가 길고 강인한 녀석은 수컷이고, 배 주변에 혼인색인 붉은 반점이 선명한 녀석은 암컷이다.

연어는 알에서 깨어난 뒤 4~5㎝쯤 자라면 민물을 떠나 바다로 나간다. 그로부터 3~5년을 지내며 체중 3~6㎏의 성어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모천으로 돌아온다. 머나먼 북태평양에서 사투를 건 긴 항해를 시작하는데, 하루 14㎞, 1년에 5,000㎞ 이상 헤엄치는 험난한 여정이다. 그리고 고향의 강 하구 앞바다에 다다르면 20일쯤 떠돌며 고향의 내음에 적응한 뒤 비로소 강을 거슬러 오른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 연어는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아 짝을 맺고, 상류의 자갈 깔린 곳에 지름 1m, 깊이 30~50㎝ 정도의 구멍을 파내어 산란장을 만든다.

그리고 암컷이 그곳에 지름 0.67㎝ 앵두 같이 예쁜 알을 3,000 개쯤 쏟아내면 수컷은 그 위에 우유 같은 정액을 흘려 수정한다. 암컷은 알을 낳은 뒤 체력이 소진되어 바로 죽어버리고, 수컷 또한 다른 수컷과 천적 등으로부터 사력을 다해 알을 보호하다 1주일쯤 지난 후 따라 죽는다. 참으로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일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곳 남대천에선 자연 상태에서 일생을 마치는 연어는 거의 없고, 대부분 내수면연구소 직원들의 손을 거친다. 14명의 직원들은 매년 가을이 되면 남대천에 설치한 그물로 연어를 포획해 알을 받아 낼 채란장(採卵場)까지 옮긴다. 연구소 그물로는 한 해에 보통 3만 마리쯤의 연어를 포획하고, 양양 앞바다에선 정치망으로 10만 마리쯤을 잡아 올린다. 물론 이 기간엔 어업 허가를 받아야만 연어를 포획할 수 있다.

이렇게 잡아 올린 연어의 알을 채란장에서 받아낸 다음, 인공수정과 부화 과정을 거치면 연어의 치어가 탄생한다. 그리고 이듬해 3월쯤 연어 치어를 방류하는데, 치어는 보통 50일쯤 남대천에서 머물며 모천의 냄새와 수온 등을 익힌 다음 동해로 빠져나간다. 이후 연어 치어는 일본열도를 지나 북태평양의 북단인 베링해까지 험하고도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다.

남대천 연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양양 주민들에게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도 큰 몫을 해서, 통계에 따르면 연어 축제를 전후해 남대천을 찾는 관광객이 2만명 가까이 되고 이들로부터 30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산에서 나는 송이버섯과 강에서 잡은 연어가 양양 주민들의 쏠쏠한 수입원이 되는 셈이다.


'맨손으로 연어잡기'가 가장 인기

올 연어축제는 11월 첫째 주말인 1일과 2일 이틀간 남대천 둔치 일원에서 펼쳐지는데, 지난해 축제가 태풍의 영향으로 취소되었던 터라 올해는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의 기대도 어느 해보다 높은 편이다. 축제 첫날엔 오전 9시 30분부터 30분간 용왕제를 지낸 다음, 10시 정각에 개막식 행사로 이틀간의 축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는 맨손으로 연어잡기. 남대천에 풀어놓은 연어를 맨손으로 잡는 행사인데, 물론 현장에서 포획한 연어는 본인이 가져갈 수 있다.

또 연어생태전시관에선 연어의 생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고, 연어 탁본뜨기 등의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다. 이외에도 연어요리 무료시식회에선 연어 즉석요리도 맛볼 수 있다. 양양군 문화관광과(033-670-2239)에 문의.


▶ 교통 서울→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주문진 방향)→현남 나들목→7번 국도(양양 방향)→25km→남대천 행사장 코스가 가장 빠르다. 한계령의 늦가을 단풍 감상하려면 서울→양평→홍천→인제→원통→한계령→남대천 행사장 코스를 선택해도 괜찮다. 단풍철엔 심하게 막히므로 일찍 귀갓길에 오르는 게 좋다.


▶ 숙식 남대천 행사장 주변에 민박집과 여관 등 숙박할 곳이 많다. 행사장 근처의 천선식당(033-672-5566) 등에선 바다에서 잡은 연어 구이(1인분 1만원)와 회(1인분 1만원)를 맛볼 수 있다.

입력시간 : 2003-10-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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