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의원 "내가 대선자금 총괄, SK 돈 100억원 당 유입도 내 책임"

총대 멘 김 총장, 제 2 강총장 되나
김영일 의원 "내가 대선자금 총괄, SK 돈 100억원 당 유입도 내 책임"

9월24일 한나라당에는 주군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진 한 의원의 일이 새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서울지법이 사무총장을 지낸 강삼재 의원에 대해 구 안기부 예산 1,197억원을 선거자금으로 불법지원한 혐의로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을 선고하자 강 의원은 미련없이 의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이를 놓고 당내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YS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강 의원은 정계은퇴라는 고강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엄호 사격 없는 주군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있었겠지만 결국 그는 자신을 희생양으로 만들면서 사건을 일단락시켰다.

한달 뒤인 10월26일 한나라당은 SK 100억원 유입 건과 관련, 역시 당시 사무총장을 지낸 김영일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김 의원은 “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검찰에 출두해 사건의 진상을 한 점 의혹없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인지설과 관련, “이 전 총재는 자금의 모금과 집행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파문 확대를 자신의 선에서 막겠다는 의도다. 이른바 ‘제2의 강삼재’가 출현한 셈이다.


"이 전 총재는 모른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사무총장 겸 선대위 본부장에 있으면서 자금 총괄 관리는 철저히 자신이 했기 때문에 이 전 총재는 SK 100억원 유입에 대해서는 일절 아는 바가 없다는 것과 모든 책임을 최종 집행자인 자신이 지겠다는 것이다.

즉 대선자금에 관한한 이 전 총재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실제 SK로부터 당에 들어온 100억원은 모두 현금이었다. 수표도 아닌 현금 다발이 오갔다면 계좌 추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금에 직접 손을 댄 사람들의 진술 외에는 달리 수사할 방법이 없다. 설령 자금관리자가 실제 상황을 증언하더라도 정황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사실로 밝혀지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자금 관리자가 자신의 선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고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수사당국이 특별히 이에 대해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당 지도부가 정말 몰랐을까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으로 쓴 금액은 200여억원. 그런데 SK로부터 절반에 가까운 100억원이 들어왔다면 그만한 큰 뭉칫돈을 놓고 지도부 상의 없이 총장 전결로 배분됐다는 것은 좀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당의 핵심 지도부와의 의견 교환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전 총재는 당시 전국 유세 활동과 TV토론회 준비에 전념할 때였다. 간접적인 사후보고라면 몰라도 직보까지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구나 10월20일 공항에서 이 전 총재가 단호하게 “모르는 일”이라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어쨌든 김 의원은 이 전 총재와 서청원 전 대표에 대한 보고 여부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다고 한 점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만 입을 다물면 밝혀질 수 없는 일이기에 혼자 안고 가겠다는 뜻으로도 보여진다.


자금사용처 파악 쉽지 않을 듯

김 의원은 모든 것을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공언했지만 자금의 사용처 부분이 쉽게 드러나기는 힘들다. 대선은 중앙당ㆍ지구당 조직 외에 수십여개의 공ㆍ사조직이 뒤엉켜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 사무총장이 일일이 이 조직들에 대한 자금 전달책을 맡을 수도 없고 여러 단계의 중간 지점을 경유해야 하는 여건을 감안한다면 자금 전용 부분도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이 총괄했던 점을 감안할 경우 부국팀 등 이 전 총재의 사조직이 아닌 공식 당 조직인 지구당 별로 나뉘어 쪼개졌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는다.

어찌됐던 김 의원은 ‘제2의 강삼재’를 자처했다. ‘자물쇠’만이 자신도 살고 이 전 총재도 살고 당도 사는 길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 2003-10-29 15:47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