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지도학과·카지노학과 등 취업률 90%이상 학과에 학생들 몰려

[이색학과] "우린 취업난을 몰라요"
장례지도학과·카지노학과 등 취업률 90%이상 학과에 학생들 몰려


#1. 충남 아산시 소재 선문대학교 순결학부에 재학중인 강훈필(24ㆍ00학번)씨. “순결? 그런 학과도 있냐, 뭘 배우냐” “거기에 다니면 다 순결하냐”는 등 이색 학과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놀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씨는 당황하기는커녕 당당하기만 하다. 단순히 ‘튀는’ 학문이 아니라 ‘(생각이) 틔인’ 학문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남학생이 순결학과에 다니는 게 이상하나요? 중요한 건 미개척 분야인 만큼 젊은 지식인으로서 도전할 일이 많다는 거잖아요.”

그는 졸업 후 성 교육 전문가나 청소년 지도사 등 전공과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사회 지도자로서 성장하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순결이란 내 아들에게 나처럼 살라고 얘기할 만큼 정직한 삶을 뜻해요. 모두가 물질 문명의 발달에만 신경을 쓰는 시대에 올바른 정신 문화를 일군다는 것처럼 가치 있는 학문은 없다고 믿어요.”

올해로 설립 5년째를 맞은 선문대 순결학과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일한 학과다. 졸업 후 순결지도사, 아동지도사, 가족문제상담사 등 성과 가족 관련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순결학과 재학생은 전원 기숙사비를 면제 받고 신입생 전원이 장학금을 받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받는다.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인기도 높은 편. 그 동안 5회에 걸쳐 선발된 신입생 중 선문대 전체 수석 입학자는 2회, 차석도 2회를 휩쓸었다.


#2. 1999년 2월 경산대 한문학과를 졸업한 심규현(30)씨는 1년 만에 다시 서울보건대 장례지도과에 들어갔다. 한문학과 졸업 후 우연히 장례용품 회사에 취직돼 근무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더 힘들게 하는 장례 문화는 개선돼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

졸업도 하기 전에 국립의료원 관리과에 취직돼 1년 10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박씨는 “장례는 경기를 타지 않는 안정적인 분야”라며 특히 “그 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올바른 체계를 잡는 작업이 정말 필요하다. 장례지도사 외에도 이 분야 전문 교육자나 관련 상품 개발 연구원 등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하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 학과 이필도 교수 역시 “삶의 질을 연구하는 학문은 많지만, 죽음의 질을 연구하는 학과로는 장례지도과가 유일하지 않느냐”며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 뿐만 아니라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3회 졸업생을 배출한 이 학과의 취업율은 98%. 이 교수는 “산업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장례 서비스가 더욱 주목 받고, 전문 장례지도사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색학과가 뜨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집계한 2003학년도 전문대 지원률 상위학과를 살펴보면, 전체 평균 지원율 4.6: 1을 훨씬 웃도는 인기 ‘이색 학과’를 발견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뷰티 코디네이션과, 영상음악과, 여행ㆍ항공정보학과 등은 지원율이 20: 1 안팎에 이른다.

‘대학 졸업=실업’으로 이어지는 취업난이 극심하다 보니 취업 전망이 밝은 이색학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것. 이색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반드시 취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는 추세다.

92년 설립된 외국어대의 미얀마어과는 국내에선 유일한 학과로 매년 졸업생의 80%안팎이 미얀마 현지 기업 등에 취업하고 있다. 경북 과학대 포장과는 93년 신설, 매년 50~60명의 졸업생 중 70% 가량이 삼성ㆍLG전자,해태제과는 대기업에 취직한다. 99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강원도 태백의 카지노 학과도 5년째 95%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70~80년대 태동한 부동산 학과도 갈수록 뜨거워지는 부동산 열기를 타고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서일대와 강원대 등의 부동산 학과는 최근 수년 동안 건설업체와 시행사, 관공서 등에 90% 이상이 취직하는 등 취업 걱정이 없는 과로 꼽힌다.

학생 수의 감소도 이색 학과의 대거 신설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9월 16일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5일 시행) 원서접수 마감 결과에 따르면, 총 67만, 3,585명이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소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2,337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도 신입생 유치를 위해 취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학과를 대거 신설,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 전문대 관계자는 “신입생의 부족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미달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톡톡 튀는 차별화 전략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전문적인 일을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이색학과가 요즘 각광 받는 이유다. 특히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첨단 분야의 신 직종에 도전하는 것은 예로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직업 차별이 뿌리 깊게 내려온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직종 개발 차원에서도 환영할 만하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노동부 중앙고용정보원 직업연구팀 최연순 연구원은 “이색학과들이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실용학과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학과의 높은 인기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색학과에 지원할 때에는 단순히 취업 문제만 고려할 게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학문으로서의 깊이 등 원론적인 면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미래의 성장가능성과 자아 실현 등을 감안하지 않고 손쉽게 취업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학사지원팀 이승근 부장은 “시대의 조류에 맞게 고용 창출이 유망한 ‘틈새 학문’이 다양하게 개발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현재 인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미래 유망학과라고 단언하기는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선택을 당부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 사무총장도 “이색학과를 선택할 때는 당장의 취업 수요만을 고려한 편협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각 대학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지에 관심을 둬야 한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2004년 신설 톡톡 튀는 전문대 이색학과

대전 대덕대 유도무기과, 총포ㆍ광학장비과

원주 상지영서대 국방정보통신과

전북과학대 VJ과

청강문화산업대 무대디자인과, 무대공연과

강릉 영동대 사이버경찰과

충북 주성대 로봇완구과

부산예술문화대 샵(shop)디자인과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0-30 16:1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