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연인에서 결혼으로 골인한 연예인 커플과 그들의 파경

어! 진짜 사귀는 거야?
극중 연인에서 결혼으로 골인한 연예인 커플과 그들의 파경


#풍경 하나

20여년간 방송된 MBC 농촌드라마 ‘전원일기’를 오랫동안 시청한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사항 중 하나가 극중 연인 사이로 나오는 복길이(김지영)와 영남(남성진)이 드라마가 종영되기 전 맺어질 수 있을까 였다.

하지만 ‘전원일기’ 끝나는 날까지 이들은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내년 5월 1일 결혼한다는 두 사람의 최근 발표로 극중에서 성사시키지 못한 결혼식을 실제 올리게 됐다.


#풍경 둘

1996년 상영된 영화 ‘어른들은 청어를 굽는다’에 나온 허준호와 이하얀은 이 영화에서 인연을 맺어 1997년 9월 결혼식을 올렸다. 그 동안 아내 이하얀은 육아와 가사 그리고 남편 허준호의 뒷바라지에 전념했고 허준호는 결혼 이후 결혼 전보다 훨씬 왕성한 활동을 하며 연예인 잉꼬부부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10월 11일 이들이 이혼을 하기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극중에서 만나 결혼까지 이어진 인연이 끝이 났다.


드라마 출현→ 소문→ 결혼

최근 들어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연인이나 부부로 나온 연예인들이 실제 결혼의 연을 맺는 경우가 급증했다. 또한 작품에 함께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결혼한 연예인 부부 중 이혼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물론 이전에도 신성일 엄앵란 처럼 함께 같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끼리 결혼하는 것은 적지 않았으나 근래 들어서는 그 사례가 아주 많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출연한 최수종과 하희라,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부부로 나온 김호진과 김지호,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연인으로 나온 차인표와 신애라, ‘연인들’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로 나온 김국진과 이윤성 등이 드라마나 시트콤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연예인 커플이다.

이 밖에 유호정-이재룡, 이세창-김지연, 이봉원-박미선, 유준상-홍은희 커플이 결혼 전 같은 작품에 출연해 사랑의 싹을 틔운 연예인 부부들이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출연으로 연인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인’의 이병헌과 송혜교가 대표적인 경우다. 한때 연인 사이를 유지했던 유진과 박용하 역시 드라마 출연이 계기가 돼 만남을 이어갔다.

물론 이 같은 추세는 우리의 경우가 예외는 아니다. 미국 할리우드나 일본의 경우도 이런 현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최근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연예계 안팎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선 결혼에 대한 연예인들의 인식 변화다. 특히 여자 연예인의 경우 그 동안 재벌이나 교포와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하며 연예계를 떠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연예인들은 결혼과 상관없이 연기자로서의 일을 계속 하고 싶어하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 극중 인연을 결혼으로 결실 맺는 추세가 많아진 첫째 원인이다. 연예인은 특수한 직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직업적 특성을 잘 알고 이해해주는 연예인 배우자를 찾게 되는 것이다.


캐릭터에 몰입, 진짜 연인처럼

연기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강해진 것도 연예인 커플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극중에서 연인이나 부부로 나와 연기에 몰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이 든다는 게 연예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리고 대중매체와 연예 기획사의 관심과 상업적 전략도 이러한 연예인끼리의 결혼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스타의 결혼만큼 대중들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사안은 없다. 이러한 대중의 높?관심 때문에 방송과 스포츠지는 끊임없이 극중 연인이나 부부를 현실 속으로 이어가려는 기사를 보도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때때로 연예인들에게 연인 관계를 이어주게 하는 작용을 한다.

심지어 일부 기획사에서 연예인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연인설을 흘렸다가 이것이 계기가 돼 결혼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좋은 감정은 있었지만 스포츠지에서 연일 보도하니 정말 연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 연예인의 말은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극중 인연으로 결혼에 골인한 연예인 부부들이 이혼을 하는 사례가 많은 은 데 이는 이 같은 인위성과 단시간에 만나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 상황논리에 빠져 결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전혀 생각지 않다가 막상 결혼 생활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불거져 나오기 마련인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

이 같은 연예인 부부의 결혼과 이혼은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한번쯤 결혼과 이혼의 의미를 살펴보아야 한다. 사랑, 성공, 그리고 섹시함, 화려한 소비의 분신으로 스타를 보려는 대중의 욕구는 스타를 이상적인 대상으로 동경하면서 스타의 결혼, 행동, 패션, 소비 생활을 궁금해 하며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하게 된다.

특별함으로서의 스타의 모습을 보려는 것이다. 반면 대중에게는 스타를 동일시하며 나와 같은 존재로서 즉 평범성의 전형으로서 보려는 욕구 또한 강하다. 그래서 검소한 소비생활을 하고 일반 사람처럼 생활하는 스타를 좋아하기도 한다.

스타의 화려한 결혼이 이상적인 동경의 상징이라면 스타의 이혼은 스타 역시 사랑의 좌절이 존재할 수 있다는 평범성을 확인하는 하나의 단서라 생각하기에 대중은 스타의 결혼과 이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좌절이겨내는 공인의 모습 보여줘야

이러한 욕구에서 촉발되는 높은 관심의 대상인 연예인들의 결혼과 이혼은 높은 관심만큼이나 이들의 행태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들 중 일부가 극중 인연으로 급작스럽게 결혼을 하는 연예인 부부들을 보면서 남녀간의 만남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또한 연예인의 이혼을 보고 그들이 방송 등에 나와 당당하게(?) 이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혼의 심각성도 희석돼가고 있다. 이혼은 부끄러워 할 일도 죄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급증하는 이혼이 가정 파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연예인들이 너무 쉽게 행하고 이야기하는 이혼은 문제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스타들이 사랑의 좌절보다 사랑의 영속함으로 사랑의 완결태, 즉 사랑의 이상형으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그것을 보며 자신의 결혼생활을 사랑으로 채우려는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3-10-31 09:50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