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영국풍 패션

감각적 디자인에서 복고풍의 중후한 멋내기까지

버버리 코트와 타탄체크. 영국 패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템들이다. 영국은 레인 코트와 우산을 늘 준비해야 하는 날씨로 인해 화려한 패션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 가을과 겨울은 중후하면서도 파격을 일삼는 영국 패션에 주목해야 한다.

영국풍 스타일의 유행 요인으로는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불안 요인을 떠나 풍요로운 과거를 회상하는 복고 성향을 꼽을 수 있다. 또 모즈룩, 펑크 같은 영국 특유의 거리 문화에서 나오는 자유분방함이 패션계 전반에 창작의 의욕을 돋구고 있다.

그래서 영국의 패션디자인은 버버리, 아쿠아스쿠텀, 닥스에 이르는 고풍스럽고 클래식한 스타일과 함께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an Westwood),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에 이르는 톱 디자이너들이 보여주는 런던 뒷골목의 펑크 스타일까지 고급 패션으로 진화해 있다.

지금 세계는 영국바람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연방체제로 다양한 문화와 스타일이 공존하기 때문에 패션도 더욱 다채로운 경향을 찾아 볼 수 있다. 또 하나 영국은 고급소재의 강국이기도 하다. 영국의 소재회사들이 오랜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 영국패션의 저력의 원천.

이 같이 영국패션은 고급소재를 바탕으로 다양하고도 감각적인 디자인, 마감과 디테일의 완벽성으로 디자인의 큰 변화보다는 안정된 스타일을 유지한다. 다양한 모직물이 특징이기 때문에 영국풍 패션은 가을, 겨울에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하면 빠지지 않는 문양이 체크. 체크의 무늬를 각 씨족 고유의 색상과 무늬를 넣어 자신들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한 것에서 유래한 체크무늬는 재킷이나 슈트에 애용되면서 전통 직물로 사랑 받고 있다. 유행하는 전통적인 체크로는 스코틀랜드 지방의 전통 문양인 타탄(Tartan) 체크와 가는 줄이 사선으로 엇갈려 체크를 만들어내는 글렌(Glen) 체크, 사냥개 이빨 모양의 하운즈투스(Hounds Tooth) 체크 등이 있다.

캐주얼한 느낌의 체크로는 다이아몬드 무늬의 아가일(Argyle) 체크가 대표적이다. 버버리, 닥스와 같이 브랜드 고유의 체크도 품위 있는 영국의 전통을 대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헤지스’, ‘빈폴’ 등의 트레디셔널 브랜드에서도 자제 개발한 체크 무늬를 선보여 전통있는 영국 스타일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체크 룩을 연출할 때는 되도록 같은 문양끼리 충돌하지 않도록 한다. 위아래 하나만 체크 무늬를 입고 함께 입는 아이템을 체크 무늬에 들어간 색 중 하나를 단색 코디해 입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코트의 안감이나 가방, 모자, 구두, 머플러, 스타킹 등을 체크 무늬로 액센트만 주는 것도 센스 있다. 색은 중간 톤의 색상으로 비슷한 색이 여럿 섞여 있는 체크가 무난하지만 강렬한 빨간색과 초록색의 대비도 시도해 볼 만 하다.

대표적인 영국풍 패션은 품위 있는 영국 왕실 스타일인 레이디 라이크 룩과 사립고교 스타일인 스쿨 룩, 1960년대 비틀스를 연상케 하는 모즈 룩, 레이어드 스타일의 자유롭고 파격적인 믹스앤매치 스타일인 펑크 룩 등을 꼽을 수 있다.

레이디라이크룩(Lady Like Look)

레이디라이크룩은 우아하고 품위 있는 여성을 표현한다. 허리선을 강조하는 실루엣과 부드러운 이미지로 상징되는 레이디라이크룩은 클래식한 슈트가 대표적인 아이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의 실루엣이 특징이며 실크와 울 같은 전통적인 소재와 레이스, 꽃, 리본 같은 여성스러운 장식이 포인트.

대표 아이템은 트위드나 헤링본 소재의 재킷과 플리츠 스커트, 길이가 짧은 모직 코트 등이며 영국의 전통 문양인 아가일, 타탄 체크 패턴의 아이템들도 사용된다.

레이디라이크룩은 클래식 패턴과 소재에 주목해야 하는데 몇 가지 다른 색상의 실로 짠 트위드 소재의 재킷은 일명 ‘샤넬 수트’라고도 불리면서 가을 히트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트위드 재킷은 정장 스커트에 입어도 되지만 진팬츠와 함께 코디하면 여성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멋을 낼 수 있다.

유행하는 레이디라이크룩은 요조숙녀를 상징했던 이전의 룩과는 많이 다르다. 무조건 여성스럽고 단정하게만 보이는 아래위 한 벌 정장을 맞춰 입는 것은 시대 착오적 패션. 상하의 중 한 아이템만 슈트 아이템을 착용하고 진이나 스포츠 캐주얼 아이템을 믹스하는 것이 요즘 스타일이다. 여기에 모자나 체인 장식 등을 더해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처럼 일탈한 공주풍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모즈 룩(Mods Look)

몸매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데 대한 반발로 탄생한 모즈룩은 신체를 구속하지 않으면서, 균형잡힌 실루엣을 보여주는 미니멀 스타일. 60년대 대표적인 패션디자이너 마리콴트(Mary Quant)로부터 시작됐다. 작고 귀여우면서도 소년 같은 도발적 매력이 숨어있던 60년대 패션아이콘 트위기, 윤복희의 스타일을 떠올리면 된다.

이번 시즌 60년대 스타일을 중심으로 미니 스커트와 미니 원피스, 모직코트 등에 모즈룩의 기하학적이고 모던한 라인이 보여지고 있다. A라인의 미니 스커트나 하프코트, H라인 실루엣의 미니 원피스 등이 대표적이다. 우주 여행과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인기를 얻었던 에나멜, 비닐 소재와 모자, 장갑, 벨트, 부츠 등의 소품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숄처럼 어깨를 넓게 덮는 깃, 큰 단추, 넓은 통의 7부 소매 등이 등장했으며 팝아트의 영향을 재현한 기하학적인 그래픽 프린트, 흑백의 옵티컬 프린트, 물방울 프린트가 더해졌다. 컬러는 블랙 앤 화이트가 기본이며 옐로우, 오렌지, 핑크, 스카이블루 등 밝은 컬러를 대비시키는 컬러풀한 시각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스쿨 룩(School Look)

스쿨 룩은 영국의 사립학교 스타일. 최근 거리에서 보여지는 미니 스커트 차림에 무릎 길이 양말을 신은 여성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모두 스쿨 룩의 영향이다. 대표적 아이템으로 교복을 연상케 하는 감색 재킷과 아가일(다이아몬드) 체크 스웨터, 주름치마 등을 들 수 있다.

재킷가슴에 덧붙이는 사립학교의 전통 문양이 수놓인 엠블렘도 빼놓을 수 없는 스쿨 룩의 포인트. 그러나 정말 학생복처럼 보이면 넌센스. 특히 올해는 전통적인 스쿨 룩에 펑키한 요소를 더해 기존의 스쿨 룩에서 보여지던 모범생의 이미지를 벗어버린 것이 특징이다.

영국 사립학교 풍의 모직 재킷을 입고, 진팬츠와 캔버스화를 코디하거나 체크무늬 주름 미니 스커트에 무릎 길이 니삭스를 신는다. 여기에 록커 스타일의 체인 벨트를 두르거나 바이커 스타일의 가죽 장갑을 매치해 파격미를 더한다. 펑크 스타일이 부담스럽다면 스쿨 룩의 액세서리들은 작고 귀여운 원색의 디자인을 고른다. 헌팅 캡이나 여러 가지 색을 믹스한 니트 모자와 목도리가 필수.

펑크룩(Funk Look)

반항적 이미지의 80년대 영국 젊은이들의 스타일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80년대의 펑크 스타일과 런던 스트리트 스타일의 빈티지 느낌이 섞여 반영되고 있다. 가죽 같은 등 남성적인 소재에 자극적인 성적 매력이 엿보이는 펑크룩은 파격적인 이미지 때문에 톱디자이너들에 의해 자주 패션쇼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짧은 점퍼, 블루종 스타일의 가죽 점퍼들이 주로 등장하고, 차이나 칼라를 버클로 조이는 일명 ‘바이커’ 스타일도 나타나고 있으며, 허리선을 고정시킨 가죽 점퍼도 펑크룩의 요소다. 터프한 느낌을 주는 블랙 컬러의 가죽 점퍼에 여성스러운 새틴 상의를 입고 레깅스나 스키니 팬츠 위에 랩스커트를 입으면 완벽한 펑크족.

뾰족한 굽이 인상적인 스틸레토 힐을 신어 여성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여기에 80년대 팝스타의 영향까지 더해 상의는 볼륨감있게, 하의는 슬림하게 입어 글래머러스한 Y자 실루엣을 만들기도 한다. 스타의 이미지대로 반짝이는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31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