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항에서 전어회 놓고 소곡주 한잔… 동백정 일몰도 좋아

[주말이 즐겁다] 충남 서천
홍원항에서 전어회 놓고 소곡주 한잔… 동백정 일몰도 좋아

갈꽃이 파도처럼 흔들린다. 바람 불때마다 은빛 물결 넘실대는 갈대의 바다 속에서 들려오는 가을 연인들의 달콤한 속삭임은 갈대들끼리 몸 비비는 소리에 묻혀버린다. 시인들은 갈대를 외로움 잘 타는 연약한 존재로 노래했다. 그래서 일까. 갈대들은 이렇듯 수천 수만의 친구들과 어울려 서로 체온을 나누며 겨울을 준비한다.

늦가을의 갈대밭은 계절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여행지 중 으뜸으로 꼽힌다.


공공경비구역 JSA 찍은 신성리 갈대밭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한군 이수혁 병장(이병헌)과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가 야간 수색작전 중 우연히 만나는 명장면의 배경은 늦가을의 갈대밭이었다. 남한과 북한 군인간의 그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 이 장면은 바로 충남 서천군 신성리의 금강변 갈대밭에서 촬영됐다.

금강 물줄기를 따라 형성돼 있는 갈대밭의 넓이는 무려 10만 여평.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의 하나로 꼽히는 갈대의 바다다. 영화가 크게 성공한 후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지자 서천군에선 갈대밭에 산책로를 만들어 방문객들이 거닐 수 있도록 했다. 어른 키를 넘는 갈대가 끝없이 펼쳐지는 은빛 갈대밭을 거닐다 보면 온몸에 가을의 정취가 뚝뚝 묻어난다.

갈대밭에 산책로를 만들기 전에는 길손들에게 인기가 있던 강변 둑길을 걷는다. 기울어 가는 햇살에 은빛으로 부서지는 갈대밭 너머로 금강 물줄기가 눈부시다. 상류의 인적 없는 물가엔 청둥오리 몇 마리 한가롭게 떠다니고, 가끔 떼를 지어 후드득 날아가는 철새들의 군무가 늦가을의 정적을 깬다.

서천 한산면은 갈대밭으로 유명하지만 하구 갈대밭을 오갈 때 반드시 들르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름 옷의 왕자'로 군림해온 한산 세모시의 전통을 잇고 그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세운 한산 모시관이다. 이곳엔 모시풀을 처음 내려주었다는 건지산 산신령을 모신 모시각, 베틀 등 모시 길쌈에 필요한 도구와 모시를 재료로 한 다양한 제푸이 전시된 전수교육관, 한산 세모시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저산팔읍 길쌈놀이' 전수관 등이 있다.

또 세모시와 함께 한산의 전통명주로 인정받는 한산 소곡주 제조장이 길 건너에 있다. 백제 왕실에서도 즐겨 음용 하였다고 전하는 소곡주는 찹쌀을 빚어 100일 동안 익힌 술. 서천 주민들은 소곡주를 '앉은뱅이 술'이라 하는데, 이는 술맛이 좋아 한번 맛을 보면 일어설 줄 모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전어 요리 맛 볼 수 있는 홍원항

술이 있는데 안주가 없을 리 없다. 요즘같은 가을철엔 뭐니뭐니 해도 전어 요리가 최고 아닌가. 돈이 아깝지 않다는 물고기라는 뜻의 전어(錢魚)는 '가을 전어 굽는 냄새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거나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라 할 정도로 명서이 자자한 가을철 별미다.

서천의 홍원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아려진 전어 집산지. 깊은 바다에 살던 전어는 벼이삭이 실해지는 9월 중순쯤부터 연안에 몰려드는데, 살도 통통히 오르고 온 몸에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9월 무렵부터 11월 사이에 잡은 전어가 가장 맛이 좋다.

가격은 회와 무침 1kg에 2만원선, 구이는 1,5kgdp 2만5,000원선. 한 접시에 20마리쯤이 오르는데, 서너 명이 먹기 적당한 양이다. 또 회, 무침, 구이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3~4인분)를 3만원에 내놓는 식당도 있다.

전어 요리를 맛보고 서천 제일의 일몰 전망대라는 마량이 동백정을 산책 삼아 다녀오는 것도 좋다. 500년 묵은 동백나무들이 우거진 언덕에 자리한 정자에서 바라보는 저녁 노을은 매년 봄마다 피어나는 붉은 동백만큼 환상적이다.


● 숙식 서천 읍내 금강하구언으로 가면 된다. 금강 하구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많다. 한산 모시문화관 근처에 건지산장(041-951-9442)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전어 요리는 홍원항횟집(041-952-3405)등에서 맛볼 수 있다. 서천군 관광과(041-950-4114)에 문의.


● 교통 서해안 고속도로 서천 나들목(좌회전)→4번 국도(서천 읍내 방향)→3m(좌회전)→602번 지방도(한산방향)→8km→29번 국덧戀綺湲凋챨禍?.5kg(우회전)→4km→신성리 갈대밭. 만약 전어회를 먼저 맛보려면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 나들목(우회전)→21번 국도(비인 방향)→4km→비인 검무소 사거리(우회전)→12km→홍원항.

입력시간 : 2003-11-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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