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햄버거


아직은 인적이 드문 새벽, 뉴욕의 거리. 택시 한 대가 젊은 여인을 내려놓고 사라진다. 진주 목걸이에 검정 드레스, 검은 장갑을 낀 여인은 귀부인처럼 우아한 몸짓으로 티파니 보석상의 진열장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녀는 귀부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길거리에서 햄버거를 우물거리며 콜라를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첫 장면은 이렇게 묘한 분위기로 오랫동안 영화 팬들의 인상에 남았다.


티파니의 보석가게는 환상

주인공 홀리(오드리 헵번)는 화려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텍사스 출신 농부의 아내였다. 그녀의 직업(?)은 파티 걸. 부유한 남자들과 함께 파티에 참석해 주고 대가로 받은 팁으로 생활을 꾸려간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서 상류사회로 진출하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홀리는 초라한 현실을 느낄 때마다 티파니 보석상의 화려한 진열대를 구경하며 환상 속에 자신을 맡긴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옆집에 무명 소설가 폴(조지 페퍼드)이 이사 온다. 그 역시 별 볼일 없는 인생이다. 그는 돈 많은 여자의 정부가 되어주며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낀 폴은 홀리의 어린애 같으면서 천진한 모습에 끌리게 되는데…. 두 사람은 소박하고도 유쾌한 만남을 이어가지만 홀리에게 있어 그는 자신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마침내 홀리에게 잘생긴 남미 외교관이 청혼을 하고, 동경하던 상류 사회로 진입할 꿈에 부풀어 있던 그녀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닥친다. 마약 조직과 연계되어 있다는 혐의를 받아 경찰에 쫓기게 된 것. 설상가상으로 약혼자 역시 그 사실을 알고 파혼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여전히 헛된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홀리.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폴과 홀리는 빗속에서 극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홀리가 들여다보는 티파니 보석가게는 이루지 못할 환상을, 햄버거와 콜라는 그녀의 현실 세계를 상징한다. 홀리는 가난한 폴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돈 많은 남자를 찾아 헤맨다.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잠시 스쳐가는 곳’이라 생각해 짐도 풀지 않고, 뒷골목에서 주워다 기른 고양이에게는 이름도 붙여주지 않는다. 언젠가 상류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 그때 짐을 풀고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이리라고 결심한 것이다. 그런 홀리의 모습은 정체성을 잃은 소시민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마치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소비 문화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처럼.


몽고 유목민의 음식서 유래된 햄버거

미국식 정크 푸드(Junk food)의 대명사로 통하는 햄버거는 뜻밖에도 몽고의 유목민이 해먹던 음식에서 유래했다. 타타르인들은 질긴 말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안장 밑에 깔고 다녔다. 여기에 소금, 후추, 양파즙으로 맛을 내어 날로 먹은 것으로 우리나라의 육회와도 조리법이 흡사하다.

이 음식이 유럽에 전해지면서 ‘타타르 스테이크’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타타르 스테이크를 함부르크의 상인들이 익혀서 내놓은 것이 ‘함부르크 스테이크’이며, 함부르크 스테이크는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에 전해지면서 ‘햄버거’로 불리게 된다.

오늘날 햄버거는 프랜차이즈식 판매 구조에 힘입어 대형 사업으로 성장했다. 값싸고, 간편한데다 진한 맛으로 1950년대부터 서민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고칼로리, 고지방에 질낮은 재료를 사용한 햄버거는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 받는다. 미국인의 비만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햄버거는 ‘건강의 적’으로 낙인 찍혔고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먹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패스트푸드 섭취가 꺼려진다면 직접 양질의 재료를 골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숯불에 구운 고기는 맛이 좋아질 뿐 아니라 기름기가 빠져나가므로 햄버거가 몸에 끼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

*숯불구이 햄버거 만들기

-재료: 다진 쇠고기 200g, 양파 반개, 소금, 후추, 햄버거 빵, 마요네즈, 머스터드, 캐첩, 양상추, 토마토, 피클


-만드는 법:

1. 양파는 반으로 나누어 절반은 곱게 다지고, 나머지는 얇게 채썰어 둔다.

2. 양상추는 씻어서 빵 크기에 맞춰 뜯어 놓고, 토마토는 얇게 썬다.

3. 쇠고기에 다진 양파, 소금, 후추를 넣고 꼭꼭 주물러 햄버거 모양을 만들어 숯불에 구워낸다.

4. 빵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그 위에 양상추, 토마토, 고기 순으로 얹는다.

5. 위에 얇게 썬 양파와 피클 몇 개를 올린 다음 기호에 따라 머스터드와 캐첩을 뿌리고 남은 빵으로 덮는다.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1-04 15:24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