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이미지 홍수


■ 제목 : 머스 커닝햄의 산책 (Promenade of Merce Cunningham)
■ 작가 : 제임스 로젠퀴스트 (James Rosenquist)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52.4cm x 177.8cm
■ 제작 : 1963
■ 소장 : 미국 텍사스 휴스톤 메닐 콜렉션 (The Menil Collection, Houston, TX)

하루동안 의식 속에 들어오는 이미지들을 글 또는 형상으로 표현한다면 얼마나 많은 양을 차지하게 될까? 사람의 눈이 대상을 인지하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하는데 그런 대상들에게서 받은 인상과 함께 끊임없이 사고하는 능력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이용되기도 한다. 무심결에 보는 영화 속에 빠르게 지나가는 낯익은 상표들, 황량한 고속도로를 질주하다 예고 없이 마주치는 현란한 빌보드 등이 그것이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새롭고 빠른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기를 즐겨 했던 예술 작가들은 다름아닌 미국의 팝 아티스트들이었다. 그들 중 제임스 로젠퀴스트는 사람들의 의식을 섬광과 같이 스쳐 지나가는 새로운 문화와 그 반응에 주목했다.

마치 커다란 광고판과 같이 거대한 그의 작품 안에는 자동차와 햄버거, 케네디 대통령의 얼굴과 케이크 등 상호 관련성이 희박한 대상들이 질서없이 널려 있거나 잘려 나간 채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먹음직스럽게 그려진 스파게티를 덮어버린 여인의 얼굴 위에 TV 동시화면처럼 떠있는 분할면, 다시 그 위에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남자의 다리. 대상들의 연계성 없는 결합이 작품 ‘머스 커닝햄의 산책’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다.

머스 커닝햄은 미국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음악과 안무로부터 해방시킨 몸짓 하나로 무용을 완성할 수 있다는 놀라운 실험정신을 실천했던 인물이다.

로젠퀴스트는 머스 커닝햄의 파격적인 현대무용처럼 그의 젊은 시절 폭발하는 미국 문화의 변모를 실제 빌보드에 담아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에 흡수되었다. 그러나 영화와 텔레비전, 인쇄광고에 이르기까지 범람하는 이미지에 무자비하게 폭격 당하는 사람들과 그 대상이 지닌 시각적 힘에 대한 깨달음이 무엇보다 그의 작품성을 주도하는 것이었다.

의식을 점령하고 있는 불필요한 이미지들의 홍수 대신 기억해도 좋을 미술작품으로 그 자리를 채워나가는 것은 어떨까?

입력시간 : 2003-11-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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