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클럽 교체가 능사인가?


요즘 골프숍은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골프 클럽은 물론이고 옷, 모자, 캐디백, 옷가방, 골프 클럽 커버 등등 없는 것이 없다. 형형색색에, 여러가지 캐릭터들이 멋스럽고, 예쁘게 디자인돼 있다. 어떤 골프숍은 바닥이 온통 잔디색 카피트로, 벽은 하늘색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야외 골프장에 온 것 같은 착각까지 일으킨다. 그래선지 숍에 가면 골프 클럽을 한번 휘두르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난다.

얼마 전 여자 아마골퍼 P 는 난생 처음으로 필드에 나갔다. 가을 날씨가 그렇게 좋을 수 없는데다, 푸른 잔디에 맑은 공기에 흠뻑 취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런데 P 는 라운드가 끝난 뒤 당장 골프클럽을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다. 라운드 도중 같이 나간 동료의 클럽(H 사 제품)으로 몇번 샷을 했는데, 너무 공이 잘 맞았던 것. 주위에서는 P의 말을 듣고 “자기에게 익숙한 클럽이 낫다”며 클럽 교체를 만류했지만 P는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후 P가 새로운 클럽으로 얼마나 스코어가 줄였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그리 큰 변화는 없었을 거라는 게 필자 짐작이다.

사실 주위에 보면 골프클럽을 너무 자주 바꾸는 골퍼들이 있다. 그리고 골프클럽을 바꿔서 스코어가 줄었다고 말하는 골퍼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하지만 골프클럽을 가끔, 진짜 필요할 때 바꾸는 게 아니라 툭하면, 바꾸는 것은 일종의 병이다. 골프클럽을 바꿈으로써 마음에 위안을 삼고, 라운딩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자 하는 뜻인 것 같다.

골프클럽을 바꿔 정말 비거리가 많이 나가고 정확성이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선수들은 맨날 스윙을 고치는데 땀을 흘리는 게 아니라 좋은 장비를 찾는데 온 신경을 곤두 세울 것이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 늘 새로운 골프 장비를 갖출 수 있는 돈 많은 사람이 골프를 잘 칠 수 밖에 없다는 뜻 아닌가.

그러나 옷이 아무리 예뻐도 내 몸에 안 맞으면 그 옷이 빛을 잃는 것 처럼 아무리 좋은 골프클럽도 나하고 잘 맞아야지 그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프로들은 퍼터의 경우 한번 손에 잡으면 웬만해서는 안 바꾼다. 보통 6~ 8 년은 기본으로 쓴다. 손에 익어 감각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아이언은 보통 3년, 드라이버는 2년 정도가 교체 주기다. 사실 프로들은 아마 골퍼와 달리 연습량이 많아 골프클럽이 빨리 성능을 잃는다. 샤프트가 부러지는 경우도 잦은데, 이 경우에도 교체할 때는 가급적 같은 종류의 클럽을 택하는 편이다.

퍼팅의 귀재라 불리는 최상호 프로의 이야기다. 최 프로가 어느 골프 대회에서 전반 라운드를 마친 뒤 점심을 먹고, 퍼팅 연습을 하려고 보니 백에 퍼터가 없었다. 다른 골프클럽은 멀쩡하니 남아 있었다. 그 퍼터는 최 프로가 10년 넘게 쓴 퍼터였다. 그는 퍼터를 찾아주거나 돌려주면 사례를 크게 한다고 공고까지 했다. 결국 못찾았지만.

자신에게 맞는 골프클럽을 심사숙고 후 고른 다음 10년 여를 지니고 있다보면 아무리 좋은 골프클럽이 나와도 지금의 내 것 보다 좋은 것이 없는 것이다. 골프클럽을 교체하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자주 바꾸는 것은 안 좋은 습관만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비기너들은 새 골프클럽보다는 중고 골프클럽으로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 일년쯤 지나 스윙이 잡힌 후에 자기 마음에 드는 골프클럽을 구입해도 늦지 않다.

박나미


입력시간 : 2003-11-05 12:23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