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 프로젝트로 탄생한 옴니버스코미디적 상상력과 다양한 장르로 그려낸 '차별'

[시네마 타운] 여섯 개의 시선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탄생한 옴니버스
코미디적 상상력과 다양한 장르로 그려낸 '차별'


<여섯 개의 시선>은 2001년 11월 25일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들의 ‘인권 감수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한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탄생한 단편 옴니버스 영화다.

인권이라면 고문과 투옥이 등장하는 묵직하고 거대한 사건들을 다뤘을 법 하지만 것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경험하는 작은 ‘차별’들이 코미디, SF, 호러(?) 등의 다양한 장르적 특성들과 어우러지는 대중성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인권이라는 테두리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외모로 인한 차별,(<그녀의 무게>, <얼굴값>),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며 자식에게 들이대는 폭력(<신비한 영어나라>), 자동차만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에서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대륙횡단>), 제3세계 외국 노동자에 대한 지독한 무지와 끔찍한 차별(<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등이 <여섯 개의 시선>이 담고 있는 현재 한국의 인권에 대한 주제들이다.

좀더 공적인 영역의 차별과 폭력을 비전향장기수를 통해 다루고 있는 <선택>(홍기선)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여섯 개의 시선>은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차별들이 모여 거대한 반인권적 사회를 형성하고 있지 않나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만약 영화를 보기 전 “한국은 인권이 보장되는 곳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안심했다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한국이 인권이 보장되는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마음 편히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인권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첫번째 에피소드인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는 여자 상업고등학교 3학년인 선경이 주인공이다. 이 사회가 특히 젊은 여성에게는 능력보다 외모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 한 학급의 학생과 선생님들의 대화를 통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녀의 무게>는 코미디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여섯 개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단편이다.

그러나 우리가 터트리는 그 폭소조차도 목숨을 걸고 성형과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선경과 같은 어린 여성들의 고통과 슬픔을 비웃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기를 권유한다.

<그녀의 무게>와 같이 외모를 다루고 있지만 반대로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이 받게 되는 선입관을 다룬 박광수 감독의 <얼굴값>은 “얼굴값도 못한다”는 이 일상적인 언사를 가지고 현실과 비현실의 오가며 일종의 공포영화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지막 반전이 묘미인 이 작품은 흔히 문제로 여겨지지도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은 어린이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습니까?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는 아이의 영어교육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되고 있는 소름끼치는 폭력의 현장을 말 그대로 날것 그 자체로 보여준다. 강남의 한 부유한 가정의 9살 종우는 엄마와 같이 동화 속 그림같이 꾸며진 치과에서 L과 R발음을 외국아이들처럼 하기 위해 혀에 ‘간단한’ 수술을 받는다.

시사회 전 감독은 눈감지 말고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부탁했지만 종우의 신음소리와 비명을 들으면서 화면을 직시한다는 것은 이것이 고문이 아니면 무엇이 고문이겠는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 힘든 일이었다.

정재은 감독의 <그 남자의 사정>에서도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감시를 목적으로 설계된 모노톤의 아파트는 마치 ‘청결과 규율’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단조로운 구조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오줌싸개 아이에게 엄마가 소금을 얻어오라고 명령하는 것과 성범죄 사이트에서 신상 공개된 남자 A씨가 왕따를 당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랫도리를 벗깃 채 소금을 구걸 보내는 엄마의 정당성과 아파트 문 앞에 신상공개까지 붙여놓고 그 남자를 멸시하는 주민들의 정당성에 대한 동등한 문제제기다. 소금을 얻기 위해 각 아파트의 벨을 누르지만 어른들은 모두 소금을 얻으려 다녀야 한다고 동의하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소금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그 남자를 경계하고 외면해야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못하는 것과 병렬되면서 아이들을 벗겨내 내모는 것과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에 따른 인권문제를 재고하게 만든다.


한국은 모두에게 평등한 인권을 보장하고 있습니까?

여균동 감독의 <대륙횡단>에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문주의 일상이 열한편의 짧은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14분의 단편은 각 짧은 장면마다 장편 영화의 감동을 전달하기에 무리가 없을 만큼, 때로는 풍자가, 때로는 쓸쓸함이, 때로는 치열함이 드러나는 문주의 삶의 모습들이 보여진다.

가장 풍자가 돋보였던 장면은 지하철 계단에 왜 장애인 도움 장치가 쓸모없이 놓여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 장애인의 휠체어가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면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그 휠체어의 몇 배나 빠른 속도로 계단을 올라 내린다.

마지막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한국인이 가해자인 경우이다. 박찬욱 감독은 본인의 연출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라고 밝히기도 했었다. 맨 앞과 뒤에 등장하는 네팔 현지 촬영 장면을 제외하고 28분이라는 시간 내내 찬드라의 시선으로 촬영된 이 단편은 형식적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이며, 한국인의 인권의식에 대해 가장 첨예하게 다루고 있다.

네팔 노동자 찬드라 구룽은 서울의 한 섬유공장에서 보조 미싱사로 일하고 있다가 어느날 길을 잃고 경찰에 의해 행려병자로 취급 받아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이 기가 막힌 이야기는 찬드라의 고통스런 기간을 다큐적인 기법으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네팔에 있는 찬드라가 컬러 화면에 등장하는 앞뒤의 장면을 제외하고 찬드라의 막막한 현실같은 거친 흑백화면을 통해 관객은 철저하게 찬드라의 시점에서 그녀를 감금한 한국 현실과 한국인들을 바라보게 된다.

얼굴이 검은 시골할머니로 생각한 게 당연하다는 경찰, 잠재된 정신불안이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거라고 주장하는 의사, 파키스탄 사람이 찬드라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의사, 찬드라가 네팔어로 얘기하는 것이 정신병자가 헛소리하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하는 간호사 등 그녀의 인권유린에는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음을 직시하게 만든다.


꼭 봐야 할 현실

다양한 시선의 여섯 편의 작품은 인권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무딤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때로는 웃고 미소지으며 넉넉하게 바라볼 수도 이고, 긴장과 죄책감으로 가슴 졸이며 주시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섯 개의 시선>이 인권위원회에서 대중을 자각시키기 위해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주제의식이 뚜렷한 잘 만들어진 감동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꼭 보기를 권하고 싶다.

시네마 단신
   


기대작 <올드보이> 포스터 공개

2003년 하반기 기대작, 박찬욱 감독 최민식 유지태 주연의 <올드보이>가 21일 개봉을 앞두고 홈페이지와 포스터를 전격 공개했다. 티저 홈페이지부터 진행된 '악행의 자서전'쓰기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계속된다. www.oldboy2003.co.kr


이은주, <소금인형> 여주인공 캐스팅

힘픽쳐스가 제작하고 신예 이순안 감독의 데뷔작인 <소금인형>에 이은주가 여주인공역에 캐스팅됐다. 이미 한석규가 남자 주인공으로 확정되어 화제를 모은 영화 <소금인형>은 <오!수정>, <번지점프를 하다> 등에서 알려진 이은주가 김선우(한석규)의 납치당한 아내 서지호를 연기한다.


<바람난 가족> 비디오 출시

영화 <바람난 가족>이 비디오로 나왔다. 다양한 서플먼트 메뉴를 갖춘 DVD는 11월 중순 출시될 예정이다.


입력시간 : 2003-11-06 16:4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