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盧대통령 호남구애에 "총선 겨냥 고향타령" 비난우리당, '한나라당과 짝짝궁은 구정치 연합" 맹공

"호남민심? 넘볼 걸 넘봐야지"
민주당, 盧대통령 호남구애에 "총선 겨냥 고향타령" 비난
우리당, '한나라당과 짝짝궁은 구정치 연합" 맹공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최근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손잡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와 관련한 특검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 선거자금과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도 언론에 발표하는 등 여권에 대한 발목잡기가 강도를 더해가면서 나온 열린우리당의 볼멘 소리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격.’거기 맞서 한수 더 뜨는 민주당의 공세다. 부산 출신의 노 대통령을 민주당의 대주주 격인 광주에서부터 지지해 줘 결국 당선까지 시켜줬는데 그 은공도 모른다는 것. 아예 딴살림 차려 나가더니 안방까지 내어 달라는 형국이라며 자못 불편한 심기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신경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형성한 ‘신 밀월시대’에 쌍이라도 맞추듯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신 견원지간’으로 접어 들고 있다. 그 정점에는 노 대통령을 위시한 열린우리당의 민주당 텃밭인 ‘호남 침공’이 자리잡고 있다.


노 대통령 '고향론'에 민주 발끈

노무현 대통령은 11월 7일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를 방문, ‘고향론’을 펼치며 적극적인 호남 구애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광주에 올 때마다 제 고향 보다 더 고향처럼 느낀다”며 “항상 따뜻하게 환영해 줘서 그렇다”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예찬론을 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 표정에 제가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 지지를 한 도시라는 자랑이 담겨 있다.

`빚 줬지. 빚 갚아야 돼’ 이런 표정을 읽을 수 있다”며 “그래서 고향보다 더 고향같은 곳이 광주”라고 재차 `제2의 고향론’을 펼쳤다. 한발 더 나아가서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어려울 때 상의할 만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나 청와대에선 정찬용 보좌관(광주 출신)이 있다”며 “청와대 실세는 문재인 수석이 아니라 인사하는 사람(정 보좌관)이 실세”라고 정 보좌관을 한껏 추켜세웠다.

다분히 감성적인 호남 접근법이었다. 정 보좌관을 앞세우면서, ‘빚 갚아야…’ 라며 소외감에 빠진 민심을 아우르기 위한 화술을 동원했다. 이날 노 대통령의 방문에는 광주지역 노사모 회원들이 나와 노 대통령을 연호하며 성원을 보냈다. 노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최근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하며 DJ를 세계적 지도자로 극찬한 데 이어 나온 것이라 더욱 민주당 측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민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은 “언제부터 고향이었다고 생각했는가”라고 반문한 뒤 “즉각 신당 띄우기를 그만 하라”며 비난했다. 민주당은 또 “노 대통령이 느닷없이 ‘고향타령’을 하는 것을 보니 선거가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지난 대선대 이회창 후보와 별반 다른 게 무엇인가”라고 정면으로 꼬집었다. 김재두 부대변인은 “청와대는 대통령이 염불(국정운영과 지역현안 청취)보다는 잿밥(신당띄우기)에 신경쓴다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잘 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이 같은 민주당 공세에 대해 “노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정상적인 국정 수행인데 이를 선거운동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그렇다면 대통령은 내년 총선까지 지방 일정도 갖지 말라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정동채 홍보기획단장은 “민주당이 반노 감정을 갖고 버티는 한, 순식간에 소멸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공세에 명분을 앞세워 반격하고는 있지만 내심은 반색하는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 참석과 광주 방문 등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오해가 상당 부분 풀리고 당 지지도도 올랐다”고 평가했다.

박양수 조직총괄단장은 “10ㆍ30 재보선에서 광주 기초의원 2명을 배출하고, 광주시의회 의장 및 광주 북구청장이 우리당에 입당한 것은 그만큼 호남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증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은 이 지역 광역ㆍ기초단체장 6~7명과 DJ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 등 10여명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盧 측근 비리의혹에 민주-한나라 연합작전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광주 방문에 이은 역공을 노 대통령 측근 비리에서 풀어나갈 방침이다. 한나라당과의 공조를 통해 특검법을 통과시켜 노 대통령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태세다. 이와 맞물려 민주당은 11월 9일 지난 대선 때 노 후보 캠프가 지구당 지원금 내역 등을 기록한 비밀장부를 공개하면서 노 후보 캠프의 불법자금 유용의혹을 제기했다.

후단협 활동 등을 통해 노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인 최명헌 의원은 “선대위가 지난 해 각 지구당에 500만~1,500만원씩 3~4차례 내려보냈다”며 “광주ㆍ전남 이외에 영남 등 경합ㆍ열세 지역에는 상당액의 비자금이 내려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최 위원장은 또 ▦안일원 전 청와대 행정관 명의의 1억6,000만원짜리 후원금 영수증 발견 ▦임채정 의원이 지난 해 12월2일 인천시지부 후원회에 1억원, 대선 이후인 12월24일 서울시지부에 2,000만원을 기부한 경위 ▦기업과 개인이 기부한 2억9,000만원 및 3억5,000만원 후원금 영수증 6장에 천정배 의원 보좌관 출신 오의택씨의 이름이 기재된 경위 등에 의혹을 제기했다.

전갑길 의원도 “이상수 의원이 후원금 내역을 놓고 왔다 갔다 하며 발표한 데 따른 결과”라며 “떳떳하다면 왜 회계장부를 모조리 열린우리당으로 가져가 민주당에 반납하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발빠른 해명을 내놓으면서도, 동시에 특검법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벌이는 공조 움직임에는 ‘구정치 연합’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등 방어 태세에 들어 갔다.

열린우리당은 우선 대선자금과 관련한 민주당 공세를 두고 “6,000만원 영수증이 안 전 행정관 명의로 돼 있는 것은 여사무원이 임의로 적어 놓은 탓이고 나머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영수증에 보좌관의 이름을 적는 건 편의상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임채정 의원 관련건에 대해서는 1억원은 영수증 처리한 후원금이고 2,000만원은 개인 후원금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검법 야당 공조에 대해 즉각 포문을 열었다. 이 기회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구태 정치의 집산지로 함께 몰아 가면서 양당의 지지층에 동시 타격을 입히자는 계산에서다.

한 의원은 “특검법은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방탄특검이자, 총선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정략특검인데 민주당이 `한나라당 구하기’에 분골쇄신하는 이유가 뭐냐”며 `정략공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신기남 의원도 “현재 검찰수사가 유례없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검찰을 무시한 특검 추진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한나라당과 공조는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한나라당과 동일시하면서 한나라당에 적대감정을 갖고 있는 호남 민심을 돌려 세워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염영남기자


입력시간 : 2003-11-12 14:48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