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콩나물에 살점 한 입…

[맛이 있는 집] 안양 정가네 잉어찜
매콤한 콩나물에 살점 한 입…

요즘 들어 먹는 것으로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졌다. 장난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범죄다. 납을 넣어 무게를 늘려 팔았던 중국산 조기나 게, 고추씨에 공업용 색소를 입힌 가짜 고춧가루, 미군 부대의 음식찌꺼기로 만든 부대찌개, 김장철을 노린 불량 젓갈…. 너무 자주 이런 뉴스를 접하다 보니 이제는 먹는 것이 겁이 날 정도다.

집에서 해먹는 밥은 그나마 조심할 수 있다지만 밖에서 사 먹을 경우 도무지 믿을 수 없다. 타인을 점점 믿기 어려워지는 것이 현대사회의 폐단이라고 하지만 생명에 직접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만큼은 믿고 먹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요즘 어느 식당을 가거나 고춧가루나 참기름, 고사리 등 양념이나 반찬 재료는 대부분 중국산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워낙에 중국산이 판을 치고, 주부들의 장바구니 속에도 한 두 가지는 중국산이 섞여 들어가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니 식당은 더하면 더했지 덜할 리 없다.

국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을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다. 중국산이라 하더라도 멀쩡한 재료라면 그나마 봐줄 만 하다. 대신 중국산을 버젓이 쓰면서 국산이라고 속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자신이 먹을 수 있는 것만 손님에게 파는 식당, 자기 자식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재료를 시장에 내놓는 식품회사. 당연한 것이 바람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안양 호계동에서 만난 ‘정가네 잉어찜’은 반가운 존재다. 맛도 맛이지만 정직한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보기 좋다. 누나와 남동생 둘이 하는 이 식당은 잉어찜과 민물 매운탕이 전문이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들은 시골집에서 부모님이 농사지은 것들로 상을 차린다.

쌀, 배추, 고춧가루, 시래기 등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 대부분이 고향에서 올라온다. 주 메뉴에 들어가는 잉어와 쏘가리 같은 민물고기는 안동호에서 양식한 것, 메기는 온양에서 가져온다.

일단 재료의 출처를 알자 숟가락질이 가볍다. 마음 놓고 음식 맛만 보면 되는 셈이다. 상호에도 들어갔듯이 잉어찜이 주메뉴다. 깨끗하게 씻은 잉어는 비늘을 벗겨 찜통에 넣고 익힌다. 양념을 얹어 얼마간 더 찌다가 콩나물을 올려 다 익을 무렵 다진 마늘을 맨 위에 올린다. 최소한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잉어찜을 주문한 뒤에는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기다려야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잉어찜이 도착하면 콩나물과 마늘, 양념을 고루 섞어야 한다. 찜통에서 잘 익힌 잉어는 살이 보들보들하다. 여기에 양념이 잘 섞인 콩나물을 얹어 먹으면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잉어도 좋아야 하지만 맛의 비결은 양념에 있다. 잉어는 비린내 없이 고소해 여성이나 아이들도 잘 먹는다. 단, 잉어를 통째 익힌 것이기 때문에 가시를 잘 발라내야 한다.

민물매운탕도 이 집의 인기 메뉴. 얼큰한 국물의 비결은 아무래도 푸짐하게 들어간 고기와 시래기, 그리고 손으로 떠 넣은 수제비 때문이 아닐까 싶다. 냄비가 아니라 두꺼운 돌솥을 이용한다는 것도 색다르다. 한가지 더. 밥을 시키면 돌솥밥이 나온다.

보통은 공기밥이 1,000원인데 여기서는 돌솥밥이 1,000원이다. 밥을 공기에 퍼 담고 나서 물을 부어두면 식사를 끝낸 뒤 숭늉까지 맛볼 수 있다. 숭늉 맛이 구수하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차려내는 밥상. 어쩌면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가치를 발하는 것은 이런 마음에서 우러나온 맛일는지도 모르겠다.


▲ 메뉴 : 잉어찜 40,000원(大), 30,000원(中), 쏘가리·매기·잡어 매운탕 30,000∼50,000원. 돌솥밥 1,000원. 031-451-3302


▲ 찾아가기 : 1번 국도(경수산업도로)의 안양 신호계사거리 근처에 있다. 서울쪽에서 갈 때 호평사거리를 지나 신호계사거리 직전 새마을금고에서 우회전, 첫 번째 골목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정가네 잉어찜'이라는 초록색 간판이 보인다. 4호선 범계역에서 자동차로 5분 타?

김숙현(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1-14 12:00


김숙현(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