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곤 한나라당 광진갑 지구당위원장한국일보 정치부서 잔뼈 굵은 준비된 정치인

[정치 신인시대-언론인] "냉철함으로 새정치 지평 열 것"
홍희곤 한나라당 광진갑 지구당위원장
한국일보 정치부서 잔뼈 굵은 준비된 정치인


한나라당 광진 갑 지구당은 좀 유별나다. 다시 말하면 당원들의 정당 참여도가 어느 지역보다 뜨거운 곳이다. 원래 이곳은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의 옛 지구당. 그가 탈당하자 이곳 지구당에서는 자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당원들은 물론 지구당사와 집기 등 거의 모든 것을 한나라당 소유로 지켜냈다.

김 의원은 유급직원 몇 명과 몸만 빠져나간 셈. 사고지구당이 된 이후 지난달 치러진 위원장 경선에서 지금의 홍희곤 위원장(41)이 상대후보를 7:3의 비율로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원들의 애당심만큼은 어느 지역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중앙당 부대변인직에 있으면서 광진 갑에 탐이 났고, 신인 정치인에게는 호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그래서 더욱 열심히 선거운동을 한 결과, 지구당 위원장 직에 무난히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홍 위원장은 사실 광진과 큰 연고는 없다. 부산 태생에 경기고-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한국일보 기자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보좌역 및 당 부대변인 등으로 일해 왔다. 이런 점이 위원장 경선은 물론 향후 치러질 본선에서도 부담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로 대신했다.

"연고가 없던 김영춘 의원이 이곳에 들어와 15대 때 떨어지고 16대에 당선됐지만 곧 이어 당을 떠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젊은 후보가 나서니까 주위에서 비슷한 우려를 많이 하시더군요. 김 의원처럼 중앙에만 신경 쓸 것 아니냐, 본선에서 지면 손털고 나갈 것 아니냐 등의 얘기입니다.

그래서 더욱 몸으로 뛰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경선기간 내내 열심히 뛰어다닌 덕에 압도적인 표차로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연고 운운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압축된 기간에 제가 보여준 모습을 당원 및 주민들이 잘 봐주신 덕택이죠."

홍 위원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한국일보 기자로 재직했다. 그중 절반 가량인 6년여를 정치부에서 보냈다. 그는 이 기간이 사실상 정치인으로의 수업을 우회적으로 쌓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자평한다.

"정당 출입을 해온 정치부 기자 출신이란 게 신인 정치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입니다. 변화무쌍한 정치현실 속에서 그 때마다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간 정치권을 취재했던 경험을 되살려 가장 최적의 길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당원이나 주민들에게 명쾌한 해법이나 막힘없는 대안을 바로바로 제시할 수 있는 순발력과 대처능력도 정치부 기자 생활에서 길러졌다고 봅니다."

그는 지난해 대선 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나라가 바로서는 길로 확신했고, 이에 일조키 위해 험난한 정당판으로 뛰어 들었다는 것이다.

"비록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서 패했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노 대통령에게 일정 부분 기대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같은 기대는 완전히 깨졌습니다. 아마 노 대통령이 정치를 잘 했다면 굳이 저까지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의 노 대통령은 완전히 잘못 선택된 것이죠. '그렇다면 이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으로 이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한 최소한의 책무가 있기에 미력이나마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지자' 이런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마자 홍 위원장은 다시 지역 주민들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지구당사를 나섰다. 그가 누누이 강조했던 '준비된 정치인'의 자세였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 2003-11-20 11:42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