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담배를 끊기 어려운 이유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250만 명이, 우리나라의 경우 4만명이 흡연으로 인한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수치는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인 1만 3,000명에 3배에 달하는 수치다.

TV를 비롯한 많은 대중매체에서 금연을 홍보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성인의 흡연율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좋은 징조다. 보건사회연구원이 3년마다 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92년의 34%, 95년의 35%, 98년의 36%이던 흡연율이 2001년 조사에서32%로 감소했다. 하지만 아직도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흡연율이 높고, 가까운 일본만 보아도 우리나라 남성들보다 흡연율이 20%나 낮다.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 만성기관지염, 심장병, 피부노화, 정력감퇴, 불임 등 짧은 지면으로 일일이 열거하기로 어려울 만큼 많은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제는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건강상식이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쇼 박사는 담배를 한대 피울 때 마다 수명이 11분씩 짧아진다는 계산 결과를 영국의학잡지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몸에 나쁜 담배를 왜 피울까? 왜 쉽게 끊을 수 없을까? 11억 정도의 세계인구가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 일종의 중독이기 때문이다. 담배 연기에 들어있는 화합물은 약 4,000 종이다. 이 중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은 니코틴이다. 니코틴은 또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물질이기도 하다.

우리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니코틴은 빠르게 폐로 흡수되어 혈액을 통해 뇌에 도달한다. 손끝의 담배에서 뇌까지 니코틴이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7초 정도이다. 흡수된 니코틴은 우리 몸에서 일차적으로 각성효과를 나타내어 집중력을 증가시키고 일이 잘되게 한다.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불안을 감소시키고, 배고픔도 덜 느낀다. 심장이 빨리 뛰고 전신의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혈압도 올라간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혈액의 니코틴이 20-30분간에 걸쳐 서서히 감소하면서 반동적으로 반대효과로 나타난다. 머리가 멍해지고,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화를 잘 내고, 배가 고파지는 등의 경한 금단증상이 매 담배 개비마다 나타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그래서 흡연자들은 니코틴의 체내 농도를 일정수준 이상 유지해서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혈중 니코틴 농도가 매우 낮아지기 때문에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중독이 심한 사람일수록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피워야 할 일이 생각나고 정신이 맑아진다.

얼마나 니코틴 중독이 심한가를 알려주는 질문이 다음에 제시되어 있다. 항목의 번호를 점수로 계산하면 자신의 니코틴 의존도를 알 수 있다.

1. 하루에 보통 몇 개비의 담배를 피우십니까?

(0) 10개비 이하 (1) 11-20 개비 (2) 21-30 개비 (3) 31 개비 이상

2.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 만에 첫 담배를 피우십니까?

(3) 5분 이내 (2) 6분-30분 사이 (1) 31분-60분 사이 (0) 61분 이후

3. 금연구역(병원, 지하철, 극장 등)에서 담배를 참기가 어렵습니까?

(1) 예 (0) 아니오

4. 하루 중 담배 맛이 가장 좋을 때는 언제입니까?

(1) 아침 첫 담배 (2) 그 외의 담배

5. 오후와 저녁시간보다 오전 중에 담배를 더 자주 피우십니까?

(1) 예 (2) 아니오

6. 몸이 아파 하루 종일 누워있을 때에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1) 예 (2) 아니오

합산한 점수가 0-2 점이면 니코틴 의존도가 낮고, 3-5 점이면 중간 정도의 니코틴 의존도를 가지고 있으며, 6점 이상이면 니코틴 의존도가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잠시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나타나서 그냥 담배를 끊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의사와의 상담 하에 니코틴 패치를 붙이면서 금연을 시도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니코틴 패치는 니코틴을 피부를 통해 공급해 줌으로써 금연으로 생긴 니코틴 금단증상을 줄이거나 없애서 금연을 쉽게 도와주는 금연보조법이다.

담배에 의한 체중감소의 효과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끊은 후 체중이 늘어나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며, 특히 많은 여성 흡연자들이 몸매를 날씬하게 유지하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피우면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니코틴에 의한 식욕감퇴와 담배의 각종 독소, 특히 일산화탄소에 의한 만성 산소결핍증으로 신진대사에 장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연 후 평균적으로 체중이 2-4kg 정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금연과 함께 운동을 같이 시작하면 체중증가를 막는데 도움이 되며, 담배에 대한 생각을 없애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금연실행 이전에 담배를 피웠던 시간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침 첫 담배를 피웠던 시간에 15-20분간 조깅을 하는 것이 도움 된다. 식욕증가와 군것질도 금연 후 체중증가의 원인이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


입력시간 : 2003-11-25 15:42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