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발기부전과 동맥경화


발기부전만큼 의사와 환자 간에 말하기 쑥스러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남성의 어느 정도가 발기부전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산출되어 있지 않다. 사정은 미국의 경우도 유사하여 40~70세 남성의 5~15%가 완전한 발기부전 환자라고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발기부전의 의학적 정의는 조금은 주관적이다. 남녀가 모두 만족스러울 정도의 성교를 이행할 수 없도록 발기가 충분하지 않거나 발기가 되더라도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전체 성생활의 25% 이상일 때를 의미한다. 정상적인 발기는 신경과 혈관의 복잡한 과정에 의해 일어난다.

대뇌가 성적인 자극을 받으면 성기주변의 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연달아 자극을 받게 되고, 이렇게 자극받은 부교감 신경에서 음경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이 분비된다. 연이어 음경으로 가는 혈액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음경에서 빠져나가는 혈액은 감소하여 음경이 급격히 혈액으로 차게 되어 음경이 커지고 딱딱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 단 한 단계라도 문제가 생기면 음경의 강직과 발기상태를 유지 할 수 없어 발기부전이 생긴다.

발기부전의 원인은 크게 정신적 원인과 기질적 원인으로 나누어진다. 과거에는 발기부전 원인의 대부분이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50~80%까지의 발기부전이 질병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흔한 발기부전의 원인으로는 오래된 당뇨병, 동맥경화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질환과 장기간 흡연과 만성적인 음주 등의 생활습관이 있다.

흡연과 발기부전과의 관계는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강경론자는 담배갑에 ‘만성적인 흡연이 성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명시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음주도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데, 한번에 마시는 양과 얼마나 자주 마시는가가 문제다. 장기간의 걸친 과량의 음주는 발기 능력에 상당한 장애를 주고 가임력도 감소시킨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은 거의 같은 질환으로 모두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질환들이다. 발기가 일어나려면 순간적으로 많은 혈액이 유입되어 음경 혈관을 팽창시켜야 한다고 앞에서 설명하였는데, 동맥경화가 일어난 음경 혈관은 상대적으로 좁고 딱딱하므로 순간적으로 음경 혈액이 증가하기 어렵다.

특히 당뇨병에 걸린 지 10년이 지나게 되면 60% 이상의 환자가 발기부전 증상을 보인다. 정상인보다 10∼15년 일찍 발기부전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혈당을 잘 조절하면 발기부전의 발생을 늦출 수도 있고, 피할 수도 있다. 혈압약이 발기부전을 유발하는 경우는 최근에는 거의 없다.

혈압약을 먹으면 발기부전이 생긴다는 오해는 초창기 많이 쓰였던 혈압약의 부작용 때문이다. 약으로 인해 발기부전이 생긴 경우보다는, 장기간의 고혈압으로 음경혈관의 동맥경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발기부전이 생긴 경우가 훨씬 많다.

동맥경화의 첫 증상이 발기부전이라는 관계를 증명하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의 유수한 병원인 메이요클리닉의 스티븐 제이컵슨 교수는 미국심장학회(AHA) 연례회의에서 발기부전이 심장마비의 전조 증상일 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1979년부터 1998년까지 남성 2,000여명을 관찰하여 성기능과 심혈관 질환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 발기부전 환자는 정상인보다 심장마비 위험이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절반 이상이 의사의 처방 없이 유통된다고 한다. 치료제에 대한 정보도 의사나 약사에게 듣기보다는 친구나 동료에게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발기부전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 보다는 친구나 동료에게, 또는 검증이 되지 않은 최음제, 강장제, 건강보조식품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최음제라고 한다. 효과가 있다고 믿고 복용하면 효과가 전혀 없는 약도 어느 정도 성기능 향상에 대한 위약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

발기부전 환자를 보게 되면 그래도 처음에는 심리적인 원인은 아닌지를 의심해보게 된다. 일단 한번이라도 발기에 문제가 생기면 심리적 위축이 생겨 더더욱 발기 장애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가지 검사를 통해서 심리적인 원인이 아닌 것이 확실해진 이후에는 발기부전이 동맥경화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동맥경화에 의한 발기부전의 경우에는 발기부전에 대한 치료와 함께 동맥경화에 대한 치료가 같이 이루어 져야 한다. 혼자서 고심하면서 이 약 저 약 사먹기 보다는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


입력시간 : 2003-12-03 10:50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