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盧-부산상고 인맥 커넥션 거론, 특검 실시땐 정국 뇌관 될 수도

특검 거부는 釜商 동지 구하기?
야당 盧-부산상고 인맥 커넥션 거론, 특검 실시땐 정국 뇌관 될 수도

최도술 이영로 문병욱 정화삼…. 참여정부 출범 이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釜商ㆍ부상) 선후배들이다.

최근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정국에 뒤이은 ‘특검 정국’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한치 양보 없는 팽팽한 대치 상태를 계속하면서 노 대통령과 부상 동문들간의 커넥션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한나라 민주 자민련 등 야3당은 11월10일 국회를 통과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에 관한 특검법’에서 부상 인맥을 직접 거론했다. 특검대상인 ‘최도술 비리의혹’에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55, 부산상고 54회)과 이영로씨(63, 45회), ‘이광재 비리 의혹’의 문병욱(51, 57회) 썬앤문 그룹 회장, ‘양길승 로비의혹’의 정화삼씨(56, 53회) 등이다.


한나라당 부산상고 동문들 정조준

특검 여부는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지만 만일 국회에서 재의결돼 특검이 실시될 경우 이들 부상 인맥은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노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의문’를 숱하게 남겨놨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여론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부상 인맥에 대한 특검 이후’를 크게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야당쪽에서 나돌고 있다. 실제로 그럴만한 이유를 짐작케 하는 비화가 적잖이 전해지고 있다.

대선이 ‘창(이회창)대세론’으로 완전히 기울던 지난해 9월 말. 민주당내 반노(反盧) 움직임으로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던 노 후보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부산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곳에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만나 신세타령을 했고, 강 회장은 실의에 찬 노 후보를 격려했다고 한다.

한 야당측 인사는 “노 후보는 부산에서 40년 지기이자 부산상고 동기인 정화삼씨가 있는 청주로 가 정씨의 소개로 이원호 키스나이트클럽 사장을 만났고, 이씨 소유의 R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12월 대선전까지 충주를 4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화삼씨와 이원호씨는 지난 7월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양길승 몰카’ 사건에 주역과 조연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술자리에는 두 사람 외에 노 대통령의 또다른 부상 동기인 L씨(키스나이트 클럽에 과일 납품)가 동석했다.

정씨와 이씨는 대통령 취임식 때는 물론 노 대통령의 아들과 딸 결혼식에도 참석, 각별한 관계를 과시했다. 특검법은 작년 10~11월 네 차례에 걸쳐 이씨 부인 등의 계좌에서 50억원이 현금으로 인출돼 노 후보측에 제공된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난 4월17일 노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청남대 개방 행사에는 정씨와 이씨 외에 또 다른 부상 동문이 모습을 나타냈다.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이다. 문씨는 노 대통령의 4년 후배로 대선 전부터 노 대통령측과 교류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다수의 호텔과 골프장 등을 소유한 문씨는 지난 4월 그의 동생과 썬앤문그룹 김성래 전 부회장이 농협 원효로 지점에서 120억원을 대출 받은 사건과 강남 N호텔 인수시 180억원 세금을 23억원으로 감면받은 특혜와 관련, 권력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11월18일 예결위 질의에서 이 문제의 ‘권력’ 주체로 노 대통령과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을 지목해 청와대와 일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김성래 전 부회장이 검찰조사에 대비한 비밀대책회의 녹취록에는 썬앤문측이 대선 전에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전 실장 등 노 후보측에 95억원을 제공한 대목이 나와 문씨와 노 대통령 간의 커넥션이 특검법의 수사 대상이 돼 있다.

문씨 소유의 강남 N호텔에서는 노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부상 동문회가 열렸고, 지난 9월1일에는 노 대통령이 경기 이천의 ‘세계도자기축제’ 행사 후 이 호텔에 잠시 들러 두 사람 간의 관계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문씨가 부상 동문인 전모씨와 함께 98년 4월 설립한 생수회사 ㈜명수참물에 노 대통령의 비서였던 홍경태씨가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다. 당시 홍씨는 사실상 노 대통령의 소유였던 ㈜장수천의 대표이사였다.

또 최근 SK비자금 수수로 구속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장수천의 이사로 등재돼 있었고, 최씨로부터 2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노 대통령의 운전 기사 선봉술씨가 98년 11월부터 장수천의 새 대표가 되었으며, 노 대통령의 386 핵심인 안희정씨가 99년 7월 장수천을 인수해 ㈜오아시스워터의 대표이사가 된 것 등은 문씨 커넥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부상 동문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1년 후배인 최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다. 노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로 통하는 최씨는 지난 10월15일 SK로부터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정국의 단초를 제공했다. 최근에는 ‘11억+α’ 문제로 야당의 공세는 물론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300억원 제공설 등 의혹 집중

특검법은 최씨가 ▦대선을 전후해 김성철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부산지역 건설업체 관계자 등이 관급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최씨와 그의 부상 선배인 이영로씨 등에게 30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SK그룹 등 다른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김 회장 등을 중심으로 한 부산지역 건설업체 기업인들이 최씨에게 300억원을 준 의혹이 있다”며 “노무현 후보의 부산지역 선대위 회계책임자로서 최씨가 관리했던 수개의 차명계좌가 특검 수사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의 부상 8년 선배인 이영로씨도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부상 총동창회 부회장을 역임한 이씨는 노 대통령이 깍듯이 선배로 모셨을 정도로 부상 인맥의 대부격으로 알려졌다. 부산 정재계에서는 이씨가 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래 스폰서 역할을 해왔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씨 소유의 백양농장(부산시 기장면)에서 부상 동문들이 모여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단합 대회를 가졌는데, 10월께는 노 후보가 백양농장에서 열린 부상 간부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부산지역 금융계에서 ‘마당발’ 혹은 ‘부산의 이원조’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탓인지 최도술씨와 SK 손길승 회장, 최도술씨와 부산지역 기업 대표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소문도 많다. 최근 김성철 부산상의 회장, 강병중 넥센 회장 겸 부산방송 회장 등이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최도술씨를 중심으로 한 부상 커넥션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2-03 15:5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