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표심 공략, 소속단체 목소리 대변

[정치 신인시대-전문직업인] 전문성·참신성으로 아성에 도전
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표심 공략, 소속단체 목소리 대변

국회가 구성될 때 마다 전국구(비례대표) 의석에는 으레 직능단체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포진한다. 사회 각계의 민의를 수렴하고 이익단체들의 목소리를 중앙의 정치무대에서 소화하기 위해 직업군 별로 대표급 선수들이 발탁되는 것이다.

전문직 출신의 특화된 정치인들은 상대적으로 직업 정치인들에 비해 때묻지 않은 참신성이 돋보이는 데다 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쉽게 결집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여야는 서로 전문직 대표선수를 먼저 영입하기 위해 애쓰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전문 직업군에서는 보폭이 좁은 전국구보다 정치적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지역구 출마로 선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 16대 국회에서는 여성을 비롯, 기업인 체육인 문인 등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전국구로 원내에 진출했는가 하면 약사 수의사 의사 노무사 영화배우 등 인기 직업군 출신 상당수가 지역구에서 선량(選良)에 이름을 올렸다. 4당체제로 치러질 내년 총선에서도 전문가 그룹이 소속 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상대적 참신성을 앞세운 전략으로 기존 정치권에 도전할 전망이다.


"투명한 정치로 투명한 경제 만들 것"


이정희 회계사(열린우리당 서울 동작 을 출마예정)

“정치가 바뀌려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여기서 구 정치인들을 대신할 사람들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정책 입안과 예산심의 등에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지요. 조세와 회계전문가로서 제가 해야 할 일정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정치 일선으로 뛰어들게 됐습니다.”

이정희 딜로이트ㆍ하나회계법인 전무(43ㆍ회계사)는 광주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20여년을 외길 회계사로 지내오며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자문위원도 지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의 ‘안주머니’를 감시하다 보니 경제와 경영에 대한 투명성 회복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유수 기업들에 대한 회계감사를 통해 오류나 부정을 많이 봐왔고 그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또 관(官)과 함께 일하면서 세정에 대한 형평성 문제 등을 꾸준히 연구해 왔는데, 이런 역량을 정치에 접목시킬 계획입니다”

이 전무는 전남 영광에서 초ㆍ중학교를 나온 뒤 고교는 광주에서, 대학은 서울에서 다녔다. 지금의 회계사 사무실도 서울시내 중심 지역에 있다. 딱히 서울 동작구와 큰 연고는 없는 편. 다만 회계사를 하면서 현 상도동 지역에 10여년 거주한 게 유일한 인연이다.

그는 연고성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이번 선거구도를 몰아가 누가 정치개혁의 적임자이냐를 놓고 주민들에게 호소할 전략이다. 이를 위해 12월 초에는 동작구 사당동에 지역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열린동작경제포럼을 만들어 대표에 취임한다. 현직 회계사로서 경제전문가임을 부각하겠다는 목표다.

“처음에는 민주당을 통해 정치에 대한 꿈을 실현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열린우리당으로 나뉘면서 진로 문제에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됐죠. 현재 호남인들의 정서가 양당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어느 쪽이 호남의 정치적 바람에 부합하느냐를 놓고 따져본다면 분명 전략적인 선택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이 전무는 본업인 회계사 업무 외에 시민운동에도 오랫동안 관여해 왔다. 99년에는 사단법인 ‘좋은 친구 만들기 운동’을 설립해 이사장에 올랐고 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 일하는 사회’에는 감사로 참여하고 있다. 뜻맞는 지인들과 함께 호주머니를 털어 운영하는 일이다.

좋은 친구 만들기 운동의 경우 청소년기 갈등과 방황을 겪는 10대들을 대상으로 주로 대학생들이 주 1회 이야기 및 놀이 상대가 돼주는 자원봉사단체. 법무부와 연계해 서울 외에도 지방 8개 도시에서 동시 진행하고 있다.

“아직 열린우리당의 예선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의 변을 밝히기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만 크게는 한국정치의 개혁, 작게는 중앙집권화 돼 있는 조세행정의 개정을 통해 신 동작건설을 이루도록 힘쓸 각오를 갖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전문가로서, 그중 조세ㆍ회계 분야에서는 내로라 하는 수준급의 경력을 한껏 부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 2003-12-03 16:02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