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니 특별전형 파문 '일파만파'지원자격·선발기준 논란, 성대생 입학반대 서명운동

왜 '특혜전형'이라 비트나
귀여니 특별전형 파문 '일파만파'
지원자격·선발기준 논란, 성대생 입학반대 서명운동


‘특별 전형’인가, ‘특혜 전형’인가.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끈 인터넷 소설 ‘그 놈은 멋 있었다’의 작가 ‘귀여니’(본명 이윤세ㆍ18)가 2004학년도 성균관대 2학기 수시 전형에서 예술학부에 합격하면서 ‘특기자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1월 19일 성균관대의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일파만파의 시초였다. 이후 매일 수백명의 학생들이 대학 홈페이지에 접속해 “인터넷 소설을 쓰면서 ‘외계어’라고 부를 만큼 국어를 파괴한 장본인을 특별 전형으로 받아 들인 데 대해 학교 측에 재심의를 요청한다”는 강력한 항의를 펼치고 있다.

이 대학 예술학부에 영화 배우 배용준(2000년) 등이 특기자 신분으로 입학한 전례는 있긴 하나, 인터넷 소설 작가가 특기자 가격을 부여 받아 입학하기는 처음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학교측은 해명에 들어 갔다. 21일 이양이 입학한 연기예술학 전공과정의 정진수 주임 교수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합격 이유가 그 신호였다.

정 교수는 당시 글을 통해 “연기예술학과는 소설가를 뽑는 학과는 아니며 순수 예술보다는 대중 예술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학과”라며 ‘이 양의 소설이 영화로 제작될 예정된 점 등을 참작해 수시 모집 응시 자격인 ‘방송연예 활동 경력’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26일 입학처도 여론 마당에 글을 올려 “이양은 수능 시험이 적용되거나 내신 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일반전형이 아닌, 전공 주임교수의 실적평가와 실기 및 면접고사가 가장 큰 변별력을 갖는 ‘연기예술 특기자전형’에 지원하여 합격한 것”이라며 “선발 절차상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글 파괴자" 비난 봇물

그러나 학교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문은 진정되기는 커녕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28일 인터넷포털 ‘다음’에는 “한글 파괴자, 입학 무자격자 귀여니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취지로 ‘귀여니 성균관대 입학 반대’(cafe.daum.net/noentrance)라는 카페가 만들어졌고, 성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입학 반대 서명 운동도 펼쳐질 예정이다. 심지어는 부정 입학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 전형이란 대입 전형의 다양화, 특성화 정신에 따라 교과 성적 뿐 아니라 학생의 소질과 적성, 특기, 소양 등을 반영하여 선발한다는 게 취지. 지난 94년 도입된 이래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1999년 18.7%(67,200명)에 머물렀던 특별전형 비율은 지난해 32.3%(120,740명)까지 늘어났으며 올해는 36.6%(144,942명)로 증가했다.

그러나 매년 연예인 특례 입학, 경시대회 비리, 공정성 시비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암기식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본래 취지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지원 자격과 선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성균관대 연기예술특기자의 지원 자격은 ▲기성 극단의 드라마나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의 주연 또는 조연으로 출연한 자 ▲ 현재 방송 및 연예 분야에서 활동 중인 자 등으로만 제시돼 있을 뿐, 더 이상의 규정이 없다.

이윤세 양은 충북 제천여고 2001년에 인터넷에 소설 연재를 시작, 일약 주목을 받자 오프라인 출판 후 ‘그놈은 멋있었다’(황매刊)로 교보문고 소설 판매 1위에 오를 만큼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현재 신진 감독 이환경의 지휘 아래 청춘 뵀?송승헌과 정다빈이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 같은 제목의 영화로 촬영 중이다(BM, LT 픽쳐스 공동 제작). 그러나 이 소설은 100만 여권의 판매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 작가의 손을 거쳐 영화로 제작되기 때문에 ‘(인터넷 소설가가 아닌) 방송 및 연예 분야에서 활동 중인 자’로 인정한다는 점에 잡음이 일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정 교수가 해명 차원에서 제시한 이유도 공감을 얻지 못 하고 있다. “이양의 글을 읽고 드라마 작가의 소질을 발견했다”는 정 교수의 발표에 많은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 한글을 자의적으로 파괴해 지어 낸 뻔한 연애담의 작가를 특기자로까지 뽑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책의 판매 부수가 자격이나 소양을 대신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측의 결정에 상업주의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수험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

뿐만 아니라, 수험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주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험생들은 “다른 사람들은 코피 흘려가며 공부해도 성균관대 못 들어가는데, 귀여니는 인터넷 소설 단 3편으로 들어갔다”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수학능력 시험조차 치르지 않고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에서는 비판의 강도가 더욱 높다. “연세대 수시를 지원했던 안시현 선수는 (수능 변환표준점수 미달로) 불합격 처리됐다. 성균대의 입학 기준과 달라서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게 더 상식에 맞는 행정 처리”라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ID 주경원). “그럼 다른 예체능계 학생은 시간이 남아서 공부하는가?”(ID 이소라).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 연예인이나 인기인에 치중된 특례 입학 시비 논쟁으로 치달았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특정인의 지명도나 가치를 높이 사서 그녀를 학교 홍보 수단으로 선발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이양이 우리대학의 지원자 중에 평가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양이 연예인은 아니면서도 ‘귀여니 신드롬’을 일으켰을 정도로 신세대들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점을 이용해 학교 홍보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이처럼 이양의 입학을 둘러싸고 비난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 전문가들은 “명백한 입시 비리가 아니라면 대학의 고유한 학생 선발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결 같이 고수해 눈길을 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박인옥 사무처장은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주가 있다면, 학과 성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입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규정된 현행 전형 방식을 적극 찬성한다”며 “재능의 우열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일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도 있으나 대학측이 사전에 공고한 전형 제도에 따라 진행됐다면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학사지원과 심규식 연구관은 “전형 방식을 다양하게 도입하는 것은 교육부의 권장 사항으로, 자격 기준 및 전형 방법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대학이 자율 결정할 바”라며 “입시 부정이 아니라면 감사에 들어 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태는 ‘수능 점수에 의한 일렬 정렬’을 맹신하는 문화에서 빚어진 구태의연한 논란”이라며 인식의 전환을 역설했다.

현실적으로 귀여니 사태는 현행 대입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제도권내의 교육과 제도권밖의 문화 사이에 빚어지는 충돌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2-04 14:45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