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분위기, 가격 3박자 "식욕 절로"

[맛이 있는 집] 청담동 Le Bifteck 스테이크
맛, 분위기, 가격 3박자 "식욕 절로"

고깃집은 자주 가면서 스테이크 집은 일년에 몇 번 갈까 말까 한 것이 우리네 한국인들이다. 비쌀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분위기에 적응이 잘 안될 것 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어려울 것도, 비쌀 것도 없다. 고깃집에서 먹는 안심이나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한 조각 가격은 거의 비슷하다. 아니 고깃집에서는 1인분으로는 부족해 추가로 더 먹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싸게 먹힐 경우도 있다.

시끌벅적한 소음에, 옷에 밴 고기 냄새까지 생각한다면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깔끔하게 먹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고깃집과 스테이크 집을 방문하는 비율이 5:1도 안 된다. 어색해서 싫다, 고상한 분위기를 맞추기 힘들다, 양이 적어서 먹은 것 같지 않다 등 이유도 다양하다.

여기 편하게 행동해도 좋을 만큼 자유롭고, 그러면서도 약간은 우아하고, 맛이 좋으면서도 양도 넉넉한, 게다가 가격까지 괜찮은 스테이크 전문점을 한군데 소개한다. 이름은 Le Bifteck(비프스테이크라는 의미, 르 비프텍이라고 읽으면 된다).

르 비프텍은 청담동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환한 조명과 하얀색과 아이보리 빛으로 마감한 인테리어 때문인지 따스하고 개방적으로 보인다. 어두컴컴한 조명에 폐쇄적인 느낌이 강한 이 주변 카페나 레스토랑과는 전혀 딴판이다. 그래서일까? 르 비프텍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세련된 감각의 깔끔한 실내, 환하지만 너무 밝을 정도는 아닌 적당한 조명 그리고 차분한 분위기…. 처음임에도 여러 차례 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메뉴는 스테이크 몇 가지에 스프, 샐러드, 커피와 음료, 20여 가지의 와인 리스트 정도. 너무 많은 것에 욕심내지 않고 필요한 것들만 모아 놓은 느낌이다. 스테이크는 립아이와 안심 같은 일반적인 것 외에 두 가지 새로운 게 보인다. 하나는 3㎝ 두께로 준비한 두툼한 스테이크, 또 하나는 살짝 구워 나온 스테이크를 자기 입맛에 따라 구워먹는 비스테카 알라 타볼라.

이름이 길어서 어려워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레어 상태로 겉만 살짝 익혀 고객에게 서브하면 테이블에 설치된 그릴 위에서 각자 알아서 구워 먹는 것이다.

맛있게 익어 가는 고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마구 솟는다. 참숯을 써서 불이 꽤 강한 편인데 한 가운데 올려놓기 보다 약간 비껴 놓아야 천천히 즐길 수 있다. 고기 익히는 정도는 자기 취향대로. 레어와 미디움 중간 정도다 싶을 즈음 한 조각을 자르고 나머지 덩어리는 다시 불 위에 올려 둔다. 보기보다 훨씬 부드러운 고깃살, 적당하게 스며든 지방, 심플한 머스타드 소스 모두 만족스럽다. 덜 익혔을 때는 부드러운 맛이, 미디움을 지나 웰던 정도까지 익었을 때는 씹는 맛이 기분 좋다.

모든 메뉴에 함께 제공한다는 샐러드와 빵 맛도 일품이다. 원하는 만큼 리필도 해준다고. 스테이크는 양이 꽤 많은 편이라 여성들이라면 빵이나 샐러드는 맛만 보는 정도로 먹고 메인을 충분히 즐기는 게 좋겠다.

분위기 있게 데이트하기에도, 친구들이나 가족 모임을 하기에도, 혹은 제대로 된 스테이크 맛을 즐기려는 마니아들에게도 두루 추천할 만하다.


▲ 메뉴 : 비스테카 알라 타볼라 82,000원(500g), 립아이 스테이크 27,000원, 두툼한 스테이크 100g당 12,000원, 안심 스테이크 32,000원, 연어 스테이크 22,000원, 오늘의 스프 6,000원. 02-3445-9754


▲ 찾아가기 : 학동사거리에서 갤러리아 백화점 방면으로 가다가 버거킹 옆 골목으로 들어간다. 언덕길을 직진으로 오르다가 왼편에 ‘cafe-t’라는 4층 건물이 나오면 좌회전, 왼편 두번째 빌딩 1층에 르 비프텍이 있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2-05 10:54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