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의 계절, 옷속의 감춰진 비만 퇴치법

"살아 살아, 내 몸을 떠나거라"
방심의 계절, 옷속의 감춰진 비만 퇴치법

현대인들의 최대 관심 중 하나인 다이어트. 굶고, 다이어트식(食)을 하고 기계를 이용한 비만 관리도 해보지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은 좀체 해소되지 않는다. 두꺼운 외투 안으로 속살을 겹겹이 숨길 수 있는 계절이긴 하지만 방심은 금물. 연말 늘어나는 술자리를 비롯한 망년회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도 다이어트는 필수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비만인들을 위한 다이어트의 왕도(王道)는 없을까. 요즘 뜨고 있는 3종 다이어트의 장단점과 주의사항을 알아본다.


◆ 태보 다이어트- 태권도와 복징 접목시킨 격투댄스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태보(Tabo)가 국내에 상륙,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탤런트 이영애가 TV CF에서 복싱 글러브를 끼고 힘찬 발차기를 하는 모습 (LG카드)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후 개그우먼 조혜련이 ‘태보 다이어트’ 비디오를 내면서 폭발적인 태보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태보는 명칭처럼 태권도(Taekwondo)와 권투(Boxing)을 접목시킨 격투댄스. 신나고 경쾌하며 힘이 느껴지는 음악을 배경으로 태권도와 킥 복싱 등의 기본 동작을 조합해 만는 유산소 운동이다. 기본 동작이 쉬운데다 격렬하고 공격적인 것이 특징인 이 다이어트법은 호신술로 배워도 좋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동작과 날카롭고 강력한 동작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신체의 모든 부분을 조화롭게 발달시켜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주먹을 뻗고 다리를 차올리는 등 격렬한 운동이라 준비 운동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처음부터 운동량과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동작을 천천히 따라 하되 하루 20분 정도는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정재은 임상운동사는 “근육을 많이 사용하고 소모하는 칼로리량도 커서 건강 다이어트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장하는 방법이지만 기본 체력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크다”며 “체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 상해를 입기 쉽고, 급격한 체력 소모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체력에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우유식초 다이어트- 간단한 다이어트식으로 인기

‘우유식초’ 다이어트는 값도 저렴하고 만들기도 쉬워서 인기를 모은다. 말 그대로 우유와 식초만 섞어 마시면 되는 간단한 다이어트식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11월 초 SBS-TV의 신개념 건강 프로그램 ‘약이 되는 TV’(이제권ㆍ안인배 연출)에서 다이어트 비법으로 소개한 이후 큰 인기를 몰고 있다.

그러나 우유식초 다이어트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학계 내부에 논란이 많다. 일반적으로 “우유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적게 먹는 사람에 비해 비만 확률이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견도 만만찮다.

미소인 강남 한의원의 김오곤 원장은 “우유는 콜레스테롤이 높은 식품이라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 큰 함정은 ‘마음껏 먹으면서 살을 뺀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데 있다. 강남베스트클리닉 권혜석(가정의학과) 원장은 “살을 단숨에 빼겠다는 욕심에 영양가가 높은 우유를 과도하게 마시다 보면 ‘칼로리 과잉’이 되기 쉽다”고 꼬집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유당 분해 효소가 적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우유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우유 알레르기’가 일어나기 쉽고, 우유와 식초의 산이 위를 자극해 속쓰림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우유식초는 산 성분에 의한 자극이 있어 위염이나 위궤양, 신물이 자주 넘어오는 사람은 특히 삼가야 하는 요법”이라고 지적했다.


◆ 휴대폰 다이어트- 기능성 음악과 저주파 이용

최첨단 신종 다이어트법으로 모바일 세대의 취향을 겨냥, 휴대 전화를 이용해 다이어트 효과를 본다.

SK텔레콤과 모바일 콘텐츠 업체인 ㈜네비웨이가 제휴해 선보인 ‘폰 다이어트 서비스’가 그 효시다. 기능성 음악과 저주파를 접목, 네이트(Nate)와 준(June) 등 무선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동 시간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네비웨이측은 “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다이어트 효과가 검증된 기능성 음악에다 특정 호르몬의 변화를 유발시키는 저주파를 통합한 것”이라며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직접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폰다이어트’ 음악을 들으면 인체 내에 다이어트 치료제로 쓰이는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이 증가하는 반면 복부 비만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은 감소된다는 것.

그러나 이 역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미소의원 오동재 원장은 “호르몬 변화가 식욕 억제 효과에 간접적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살을 빠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며 “흥미 차원에서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나 실제 다이어트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인터뷰- 다이어트 전도사 양혜승
   


"다이어트는 자신있게 살기위한 투자"

"체중보다 자신감이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요인이에요."

여성 거구 그룹인 '빅 마마'가 등장하기 이전인 지난해 6월, 거구로 '외모파괴' 여가수의 원조로 꼽히는 양혜승(28)의 몸철학이다. '다이어트 전도사'를 자청하지만, 외모 콤플렉스의 흔적은 없다. "현재의 모습을 사랑하지만, 더 건강하고 자신 있게 살기 위해서 하는 투자"라며 특유의 다이어트론을 펼친다.

그는 1989년 미스 경기 4위에 뽑힐 정도의 미인이었다. 그러나 식욕을 주체 못 해 슬슬 살이 찌더니, 급기야 100kg을 넘고 말았다. 날씬함과 뚱뚱함을 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미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없다. 그가 다이어트에 돌입한 동기는 간단하다.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피곤도 많이 느끼고 체지방도 많이 쌓이고…." 최근 78kg으로 체중을 줄인데 이어 내년 여름까지 꾸준한 다이어트를 해 50kg대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SBS '약이 되는 TV'에 출연해 민간 요법으로 다이어트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우유식초에서 귤껍질, 수박당 다이어트 등을 두루 해봤어요. 귤껍질로 차를 끓여 마시는 방법이 잘 맞았는데 그건 평소 제가 차를 즐겨 마시기 때문이죠. 가장 좋은 다이어트는 본인이 하고 쉽고 몸에 무리가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다이어트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살과의 전쟁은 인류 공통의 테마라는 점을 상기시킨 뒤, "다이어트의 노예가 되지 않고 건강한 주체로서 즐기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 다이어트를 내세우며 활기찬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양혜승은 데뷔 앨범 '100kg'에 이어 2집 '화려한 싱글'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1집 발표 당시의 몸무게는 정확히 106kg.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2-05 11:24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