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같은 할인점, 호텔 같은 백화점영역파괴, 업태파괴, 상품파괴…무한경쟁 가속화

[유통시장 무한경쟁시대] 유통업 메가 트렌드 시대
백화점 같은 할인점, 호텔 같은 백화점
영역파괴, 업태파괴, 상품파괴…무한경쟁 가속화


유통의 ‘메가 트렌드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마디로 유통업계의 영역ㆍ업태 파괴가 만들어낸 새로운 트렌드다. 할인점들이 백화점을 벤치마킹해 백화점식 영업을 도입하고, 백화점들은 한술 더 떠 호텔과 항공사 등의 고급 고객 서비스 방식을 도입해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패션 쇼핑몰에도 백화점식 ‘멀티 숍’ 개념이 도입되고 TV홈쇼핑에는 이민과 창업상품이 대박을 터뜨리는 등 상품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경기 용인 수지에 사는 주부 황혜순(46)씨는 대학 수시모집에 입학한 딸 아이의 생일선물로 유명 브랜드 손목시계를 사주기로 했다. 분당의 한 백화점으로 가려던 황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할인점을 먼저 들렀다.

신세계이마트에 도착한 황씨는 다양한 제품을 갖춘 할인매장을 둘러보고 깜작 놀랐다.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스와치 등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할인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인점들도 이제 유명 브랜드 제품의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저가 판매라는 할인점 특유의 색채가 바래지고 있다. 종전에 중저가 가전만을 취급하던 할인점들이 삼성 하우젠 등 고급가전을 입점시키는가 하면 필립스, 브라운, 지멘스, 일렉트루눅스, 바우네트 등 해외 유명 가전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섰다.

최근들어서는 가전 고급화에 발맞춰 백화점에서나 구경할 법한 대형 홈씨어터관까지 할인점에 등장했다. 이마트 고잔점의 경우 TV와 DVD, 오디오, 프로젝터, 스피커 등을 실제 가정처럼 꾸며놓고 시연하고 있다. 방음시설이 되어 있는 별도의 룸 형식으로 크기도 실제 아파트의 거실과 똑 같은 규모로 설치해 놓았을 정도다.

화장품 매장에서도 국내 제품 외에 로레알 파리 등 수입 브랜드 제품들을 도입해 제품 다양화와 고급화로 불황기에 백화점과 무차별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할인점 고객만족 서비스 백화점 위협

할인점들이 영역파괴에 나서면서 고유의 창고형 외형 마저 크게 바뀌었다. 마감하지 않은 천장과 기본 마감에만 그쳐온 벽면은 거의 사라졌다. 천장마감은 기본이고 조도를 대폭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선반 진열대의 높이를 고객의 눈높이 이하로 낮추는 등 고급화, 고객 중심화가 핵심 테마를 이루고 있다.

특히 구매력이 강한 30~40대가 집중된 신도시 지역의 경우 백화점보다는 할인점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할인점 인테리어의 고급화는 마케팅의 필요충분조건이 됐다.

이를 위해 할인점들은 저 비용구조의 테두리 안에서 인테리어의 고급화를 추진하기 위해 집기 및 인테리어를 전담하는 표준화팀(이마트의 경우)을 구성하고 인테리어 마감재의 표준화와 대량 구매를 통해 비용을 줄여 매장환경을 고급화 시키는 추세다

할인점의 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고객 화장실이다. 신세계이마트의 경우 초기에는 일반 화장실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2,3년 전부터 화장실 고급화와 함께 남자화장실에도 기저귀교환대와 아동시트를 설치하는 등 백화점급 화장실을 선보였다. 최근 문을 연 고잔점의 경우는 화장실마다 비데를 설치, 웬만한 고급 백화점보다 낫다는 평가다.

고객만족 서비스도 백화점의 수준을 위협하고 있다. 신세계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이마트 전국점포에 고객만족센터를 설치했다. 상품의 반품이나 교환, 애프터서비스에서부터 심지어는 주변 명소와 극장프로 안내까지 실시하는 등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개념의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할인점의 도전에 직면한 백화점도 응전에 나섰다.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자체적으로 개발한 마케팅 외에 할인점, 호텔, 항공사, 외식업체 등 업태를 초월한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부터 할인점 벤치마킹을 통해 점내 저가의 상설 아울렛 전문매장을 운영중이다. 의류가 주류를 이루는 이들 전문매장 외에도 각 층마다 아울렛 이벤트 코너가 마련돼 할인점에서처럼 다양하고 값싼 제품을 수시로 접할 수 있다.

식품부문에선 즉석 요리 제품이 빼놓을 수 없는 할인점 벤치마킹 인기상품. 일례로 겨울 방학철을 겨냥해 신세계이마트가 ‘간편야채’라는 상품을 처음 기획했다. 이 ‘간편야채’는 야채, 볶음밥 등을 미리 손질해 위생 포장한 것으로 야외에서 물만 부으면 조리가 되는 편리한 즉석요리 상품.

최근 신세계 백화점의 식품부가 이 같은 ‘간편야채’를 벤치마킹해 ‘R2P(Ready to Prepare)’라는 개념의 ‘준비된 야채’를 만들어 찌게용, 카레용, 매운탕용, 찜닭용, 볶음밥, 파채, 감자채, 셀러드류 3종 등 총10종의 야채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할인점인 신세계이마트 보다 오히려 백화점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는 고객은 할인점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고객보다 편의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 업그레이드 서비스로 차별화

백화점의 벤치마킹은 호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백화점 점포 내에서 실시하는 발레파킹서비스. 호텔에서 진행하는 발레파킹 서비스를 백화점 VIP 주차장에 도입,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백화점들은 여성 화장실의 바닥과 벽면의 분위기 등 환경을 호텔식으로 고급화, 여성화장실 안에서 화장도 할 수 있는 파우더 룸까지 갖추고 있다.

또 항공사에서 실시하는 기내서비스를 매장에 도입하는 사례도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항공사에서 VIP고객을 위한 특별 라운지를 마련한 점을 벤치마킹해 VIP고객들이 언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VIP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또 일반 휴게공간에서는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가 고객들에게 차 등을 제공하듯 고객들에게 카트를 가지고 다니며 차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테이크 아웃 커피점들의 인기에 착안해 백화점 지하1층에 델리존을 마련해 테이크아웃 형태로 음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백화점은 근거리 배달 서비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동네 인근 슈퍼마켓의 배달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고객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배달을 실시하는 강남권백화점이 늘어나고 있다.

두타와 밀리오레, 메사 등 동대문과 남대문의 대형 패션 쇼핑몰들도 영역파괴를 꾀하고 있다. 재래시장 패션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멀티숍’의 등장. ‘멀티숍’은 한 매장 안에서 바지, 상의, 치마, 모자, 가방 등 다양한 패션 상품군을 모두 살 수 있도록 꾸며놓은 대형 매장이다.

또 매장 크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와 원하는 옷을 입어볼 수 있도록 피팅룸도 크게 늘리는 추세다. 예전 쇼핑몰 매장은 1.5평 크기의 작은 매장들이 칸막이로 구분돼 있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는 폐쇄형 구조에다 피팅룸이 없어 사이즈와 디자인이 몸에 맞는지 입어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멀티숍의 등장으로 백화점 못지않은 토털 쇼핑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다.


TV홈쇼핑, 창업상품 등으로 대박행진

TV홈쇼핑의 상품 영역 파괴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과 조기명예퇴직 세태에 편승해 캐나다 이민과 인턴십 상품 판매이후 창업 상품이 대박을 터뜨리는 등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최근 우리홈쇼핑은 1시간 동안 방송한 창업 상품에 1,123명이 상담을 신청 받을 정도였다.

우리홈쇼핑이 판매한 창업상품은 2종류.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즉석 인화할 수 있는 자판기 사업 아이템인 ‘디카폰카’(대당 990만원)와 전화 영어 수강생을 모집하는 무점포 사업 ‘전화 영어 교실’(가맹비 190만원) 등이다.

TV홈쇼핑 관계자는 “TV홈쇼핑이 이민과 창업 등 무형의 가치를 상품화한 제품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은 특정 업태로 구분되던 유통의 벽이 점차 허물어 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유통의 메가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3-12-05 14:16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