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평정 여부가 총선 최대 관건, 수도권·영남도 승부처

盧의 이름으로… 부산 정조준
부산 평정 여부가 총선 최대 관건, 수도권·영남도 승부처

“다음 총선에서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반통령(半統領)’이다.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고 ‘반권(半權)’을 잡는 것이다. 꼭 이겨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3일 대선 승리 직후 가진 민주당 연찬회에서 한 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노 대통령이 차기 총선을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내년 총선 결과가 그의 대통령 임기동안 얼마나 중요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사실 노 대통령의 중ㆍ하반기 국정 운영은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지금과 같은 거야(巨野) 체제를 깨지 못한다면 정치 개혁은 커녕 통상적인 국정 운영마저 야당의 입김에 휘둘리게 된다. 그러니 노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총력전을 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 진영에서는 이른바 ‘친노 그룹’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 노 대통령을 ‘반통령’이 아닌 ‘전통령(全統領)’으로 만드는데 전위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이미 총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에 있는 친노 인사들이 적지 않다.


친노 인사들 활발한 움직임

‘친노 그룹’은 크게 대선 전부터 노 대통령과 고락을 같이한 민주화 동지 출신의 386 세대와 민주당 대통령 경선 과정서 노 진영에 합류한 인사, 그리고 대선 후 노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인사들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대선 때 노 대통령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한 ‘자치경영연구원’ 출신의 금강팀(연구원이 여의도 금강빌딩에 위치한 덕분에 붙여진 명칭), 부산인맥, 시민단체, 학계·법조·문화계 등의 친노 인사들이다.

금강팀의 경우 자치경영연구원 이사 출신인 이강철 열린우리당 중앙상임위원이 대구동구에, 사무총장을 역임한 염동연 전 민주당 인사위원은 열린우리당 후보로 광주나 전남 보성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좌희정 우광제’로 불리는 노 대통령 386 핵심 측근인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안희정 열린우리당 충남창당준비위 공동위원장이 각각 강원 영월·평창과 충남 논산에서 출마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때 공보팀장을 맡은 김만수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노 대통령 저격수인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을 겨냥, 경기 부천시 소사구에 출사표를 던졌고, 인터넷 팀장을 역임한 백원우 전 청와대 행정관은 경기 시흥, 정책 기획통인 배기찬 청와대 행정관은 대구 북구를 노리고 있다.

또 서갑원 정무1비서관과 황이수 청와대 행정관은 각각 전남 순천과 고양 일산을 출마를 놓고 고민 중이다. 자치경영연구원을 거쳐간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은 경남남해·하동군에, 원혜영 부천시장은 부천시 오정구에 각각 출마 예정이다.


이기택ㆍ신상우ㆍ김정길 출마 예상

노 대통령의 총선 인재풀 중 최대 규모는 부산인맥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총선의 승부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인맥은 청와대 입성파와 총선 출마파로 갈리는데, 입성파 중에도 총선 차출자로 거론되는 이가 많다.

총선 출마파는 대선 때 노 대통령을 지지한 부산상고와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 출신, 30~40대 인사들이 중심을 이룬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와 신상우 민주평통부의장은 각각 부산 해운대 기장을과 부산 북, 강서을 출마가 점쳐지고, 통추 멤버인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은 부산 영도구 출마가 예상된다.

대선 때 노 대통령의 승리를 견인했던 30~40대 인사들 중 인권변호사출신의 조성래 열린우리당 부산시창당준비위원장은 부산 금정구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으로 부산대 총학생회장 ‘3인방’인 정윤재·최인호·송인배씨 등은 각각 부산 사상, 해운대, 경남 양산에 출마하고 서석재 전 의원 보좌관으로 부산정개추 멤버인 조경태씨는 부산 사하을에, 손성수 전 개혁당부산시위원회 대표집행위원은 부산진 갑에 출마를 준비중이다.

청와대 입성파 중에는 MBC 방송 시절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선 때 부산 선대위 부본부장을 맡아 PK지역의 30~40대 조직을 ?駭?‘조직의 귀재’ 박재호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각각 부산 중·동구와 남구에 출마하기 위해 8월25일 청와대를 떠났다. 정가에서는 노 대통령이 총선 승리를 위해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호철 민정1비서관도 차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용 '징발론'에 청와대·각료 술렁
   

열린우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현직 각료 및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징발론'을 거듭 제기했다. 러브콜 대상은 강금실 법무장관을 비롯, 김진표 경제· 윤덕홍 교육, 권기홍 노동·허성관 행자·한명숙 환경·박봉흠 기획예산처· 최종찬 건교부 장관 등 10여명이다.

'강효리'로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강 법무장관의 징발은 민주당이 조순형 대표 체제 출범 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우리당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당연시'되고 있다.

우리당 일각에서는 1월11일 창당대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강 장관을 대표 경선에 내보내야 한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수도권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서울 종로나 강남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서 야당이 제1당이 될 경우 강 장관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점을 들어 강 장관의 출마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은 최대 목표인 영남권 공략을 위해 각료들의 영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구엔 윤덕홍 교육, 권기홍 노동, 이창동 문화부 장관 등이, 경북 영주엔 이영탁 국무조정실장, 경북 영천엔 최기문 경찰청장이 거론된다.

또 PK(부산·경남)지역엔 허성관 행자(경남 마산),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경남 밀양),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울산) 등의 투입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은 출마 결심을 굳힐 경우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중순께 단행될 제2차 개각에서 장관직을 떠날 전망이다.

또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수원 권선구에,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강원 강릉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 한명숙 환경부장관은 여성 몫의 비례대표로 차출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에서는 윤훈렬 비서관(영등포갑), 성재도(부산진을)ㆍ김성진(경남마산합포) 행정관이 출마의사를 밝힌 가운데 문희상 비서실장(경기 의정부), 유인태 정무수석(충북 제천·단양), 문재인 민정수석(부산), 정찬용 인사보좌관(광주), 윤태영 대변인(경남 진해) 등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징발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2-10 10:4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