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아빠' 고백으로 연예계에 잔잔한 충격뮤지컬 서 강한 남자연기로 대변신

[스타 데이트] 김승현
'애기아빠' 고백으로 연예계에 잔잔한 충격
뮤지컬 <십이야>서 강한 남자연기로 대변신


‘만능 스포츠맨, 미술가, 미혼부….’

배우 김승현(22)의 뒤를 따라다니는 단어들이다. 연예계에서 재주 많기로 소문난 김승현은 사실 본업인 연기보다 부수적인 화제거리로 더 유명하다. 못 하는 운동이 없고, 미술과 만화에도 빼어난 솜씨를 갖고 있다. 쇼 오락프로그램 출연의 ‘단골’이었던 이유다. 게다가 지난 여름에는 19살이란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된 사연을 고백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김승현이 제대로 연기를 한번 해보겠다며 나섰다. 12월12일 대학로 창조콘서트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십이야(연출 이미경ㆍ제작 펑키 락)’의 남자주인공 세바스찬 역을 맡은 것이다. 지난해 봄 종영한 SBS 일일드라마 ‘외출’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2년만의 복귀무대로 뮤지컬 선택

그가 복귀작으로 뮤지컬 ‘십이야’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고 1년이던 1997년 신세대를 겨냥한 캐주얼 의류 ‘STORM’ 잡지 모델로 데뷔한 김승현은 SBS 시트콤 ‘행진(99년)’, SBS FM ‘텐텐클럽(99년)’, KBS ‘슈퍼 TV 일요일 일요일은 즐거워(2002년)’ 등에서 그야말로 ‘곱상한’ 하이틴 스타로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주로 부자집 아들이나 발랄한 신세대 캐릭터의 역할만 섭외가 들어왔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 TV 브라운관에서 보여줬던 ‘귀공자 혹은 미소년’의 여린 이미지를 벗고, 터프한 남성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기회로 삼을 작정이다. “남들이 시키는 대로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서서히 자아를 찾아 가는 ‘세바스찬’의 변신을 통해 강한 남성다움을 보여주고 싶어요.”

뮤지컬 ‘십이야’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The Twelfth Night)가 원작. 배가 난파해 서로 헤어지게 된 쌍둥이 남매 세바스찬과 바이올라가 이 섬의 영주와 엇갈린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원작의 배경인 궁전이 이 공연에서는 나이트 클럽으로 바뀌어 춤과 노래, 랩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도록 설정됐다.

“젊은이들은 다소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고전을 나이트 클럽이라는 공간을 빌어 현대적으로 표현한 게 색다르잖아요. 무척 신선해요. 새로운 형식에 대한 도전이라 더 흥미진진해요.”

춤과 노래, 연기의 3박자를 고루 소화해 내야 하는 뮤지컬 공연은 육체적으론 무척 고달픈 작업.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공연 한 달여 전에 뒤늦게 팀에 합류한 김승현은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쉽게 채울 수 없었다”고 한다.

경기도 김포가 집인 그는 퇴근 후에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재연습을 요청,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대학로 연습장에 나타나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원래 타고난 ‘몸치’에 ‘음치’인데 연습을 거듭하니까 뮤지컬 공연이 되더라구요. 그게 재미 있어 자꾸 해보고 싶어졌죠.”

뮤지컬 ‘십이야’에서 엇갈리는 사랑의 결말은 김승현에게 주변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멀리서 영원한 사랑을 찾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진정 소중한 사람은 바로 곁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사람이 아닐까요.”

지난해 6월 세 살 바기 딸을 공개한 후 깊은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던 김승현. 현재 호적에 동생으로 올라 있는 딸과 함께 부모님 집에 살고 있는 그는 연예인으로 더 확고히 자리잡고 병역 문제가 해결되는 3~4년 후쯤 여자친구와 근사한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다.


시련과 성숙의 한해, 2004년엔 새로운 도약

이렇듯 2003년이 김승현에게 커다란 시련과 성숙의 시간이었다면 2004년은 새로운 출발과 도약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내년 1월1일 첫 방송되는 KBS 2TV 미니시리즈 ‘꽃보다 아름다워’(극본 노희경, 연출 김철규 기민수)에서 추소영과 일란성 쌍둥이 오빠로 캐스팅 됐고, 현재 영화?또 다른 드라마에서도 출연 요청을 받고 있는 상태.

그러나 김승현은 서두르지 않고 한 발씩 앞으로 내딛고 싶어한다.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 극 속에 완전히 빠져들어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연기자를. 그 날을 위해서 여러 장르를 섭렵하며 자신을 갈고 닦고 있다고 했다.

이제 20대 초반인데도, 너무나 또렷하게 자신의 미래 청사진을 밝히는 김승현은 앞날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어서 나이보다 성숙한 그의 영혼에서 ‘올드보이’처럼 진한 인간내음을 뿜어낼 수 있기를….


● 프로필

생년월일: 1981년3월18일 키: 184cm 몸무게: 63kg혈액형: AB형 취미: 농구, 축구 특기: 미술 학력: 경기대학교 다중매체학부 연기전공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2-18 15:5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