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 활용한 활력 찾기와 재충전, 아침 열풍 거세

[신년-아침 열풍] 아침혁명으로 인생을 지배하라
새벽시간 활용한 활력 찾기와 재충전, 아침 열풍 거세

‘AM 05: 54’

우리나라 100대 기업 CEO의 평균 기상 시간이다. 월간 ‘현대경영’은 지난 10월호에서 100대 기업 CEO들은 평균 오전 5시 54분에 기상해 오전 7시 47분에 출근한다는 조사결과를 소개했다. 성공한 기업 CEO들은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이다.

‘불황의 시대’, 일찍 일어나 아침 시간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하루를 지배하고, 하루를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한다”는 오래된 가르침이 새삼스레 부각되고 있는 것. 잠깐 동안 주위를 둘러보면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려는 내 이웃이 곧잘 눈에 띈다.

회사원 최모(39) 씨는 지난 10월부터 오전 5시 30분이면 이부자리에서 일어난다. 오전 8시 출근 시간이 임박해서야 겨우 눈을 떠서 헐레 벌떡 집을 나서던 아침이 바뀌면서 삶도 변하고 있다. 조간 신문과 영어 서적을 보며 차분히 하루를 준비한 뒤 오전 7시쯤 집 근처 뒷산으로 향한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들이키며 그는 “야호” 대신 “I can do anything”을 외친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변화에요. 늦잠을 자던 습관을 고치는 것 자체 만으로 앞으로 닥칠 어떤 상황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샘솟는답니다.”


숙면으로 생체리듬 좋아져

아침형 인간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은 지난해 하반기 서점가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0월 출간된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한스미디어 펴냄)의 저자 사이쇼 히로시의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아침에 깨어 있었다”, “아침 시간을 십분 활용하면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다소 상식적인 주장이 독자들에 강하게 어필하면서 불붙었다.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 책은 두 달이 넘도록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라 있으며, 이후 아침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활용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속속 출간되면서 붐이 한층 고조되는 추세다. ‘아침형 인간 성공기’(사이쇼 히로시 지음ㆍ 21세기북스 펴냄),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다카이 노부오 지음ㆍ명진출판 펴냄) ‘아침 10분 혁명’(다케자와 노부유키 지음ㆍ북폴리오 펴냄) 등이다.

이들은 한결 같이 아침 시간을 활용해 생활의 활력과 재충전을 기하는 비법들을 소개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이버 공간도 ‘아침형 인간’ 열풍에 동참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www.daum.net)에는 지난 10월 이후 “아침형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모닝쇼크 아침형 인간” 등 관련 카페가 15개나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 중 회원수가 2,000명에 이르는 “아침형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커뮤니티에선 회원들이 ‘100일간의 도전’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며 서로의 경험담을 교류하고 의욕을 북돋운다. 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돌아가며 ‘모닝 콜’을 해주고 아침 운동도 함께 하면서 오프라인 모임으로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침형 인간 열풍의 사회 심리적인 요인은 ‘불황의 늪’과 관련이 깊다. ‘삼팔선’ ‘사오정’ 등 불안한 고용 환경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과 맞물려 있다. 현재 아침형 인간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어 번역서 시장이 좋은 예다.

이들 책들은 일본에서도 거품 경제로 불황이 시작된 90년대 초부터 꾸준히 발간돼 현재 50여 권이 팔리고 있다. ‘아침 10분 혁명’을 펴낸 북폴리오의 김현정 대리는 “불황이 깊어지다 보니 (개인의) 일상을 바꾸려는 욕구가 절실해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아침형 인간 붐을 해석했다.

아침형 인간 열풍은 심리적인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연세대 의대 강희철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간의 생체 시계는 오랜 시간 태양이 뜨고 지는 하루 주기?맞게 적응돼 있어 이 같은 흐름과 어긋나는 생활을 하면 안정된 신체 리듬을 해치기 쉽다”고 말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올빼미형)’의 경우 신체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신체 건강의 측면에서도 아침형 생활이 권장되는 이유다.

취침 시간은 수면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톨릭대 성 빈센트병원 홍승철 (신경정신과) 교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이 숙면을 취하는데 유리하다”며 “이러한 아침형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낮의 활동력과 학습 효과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체질에 따라 신체적 효율 달라

그러나 체질에 따라 아침과 밤의 효율적인 활동 경향이 차이가 난다는 견해도 있다. 한방에서는 사상의학에 따라 올빼미형과 종달새형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본다. 자생한방병원 사상체질클리닉 조영 과장은 “음인(陰人-소음인, 태음인)의 경우 양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양기가 강한 아침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고, 일을 시작해도 멍한 상태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음인들의 경우 무조건 새벽이나 아침 일찍부터 활동하는 종달새형을 따라 하는 것은 쉽게 지치고 피로를 호소하게 되는 등의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데에 따르는 스트레스도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독일인 건강 연구학자 페터 악스터와 의사인 미하엘라 악스트-가더만은 공동 저서 ‘잠꾸러기 건강법’(2001년)에서 “오전 7시 20분 이전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말라”고 말했다. 이들은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아침 7시 20분 전에 일어나는 사람들의 타액은 그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는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수치가 훨씬 높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옳든 그르든 ‘아침형 인간 열풍’으로 인해 요즘은 ‘효율적인 시간 관리’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시대가 됐다. 종달새형과 올빼미형 모두 ‘자기 계발’의 시대적 목소리를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2004년 새해 벽두 ‘성공과 건강을 위한’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점검해보자.

체크리스트
   


"나는 종달새형일까, 올빼미형일까?"

1. 아침에 일어날 때는 어떤 상태인가?

①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출근할 준비가 된다. ②일어난 지 10분 이상 지나거나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깬다. ③최악이다.

2. 중요한 시험의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언제로 하고 싶은가?

①오전 8시에서 정오 사이 ② 늦은 아침시간(오전 10시∼정오) ③초저녁

3. 휴일에는 언제 일어나는가?

①평소처럼 일찍 일어난다. ②평소보다 1∼2시간 늦게 깬다 ③ 점심 때쯤 눈을 뜬다.

4. 모임이나 파티는 언제, 어떤 형태를 좋아하는가?

①오후의 티파티 형식 ②저녁 시간에 술 몇 잔 하는 형태. (단, 오전 1시 전까지는 꼭 귀가한다.) ③저녁 늦게 시작해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모임. (날을 새야 파티는 제 멋이다.)

5. 수업이 오전 5시에 시작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①일어나서 수업을 들으러 간다. ②나중에 녹화 테이프를 본다. ③전날 밤을 새웠다가 곧장 수업을 들으러 간다.

6. 언제 가장 졸리는가?

①점심식사 후 ②오후 10시 이후 ③아침 내내

7. 내일은 쉬는 날이라면 오늘 몇 시에 잠자리에 들겠는가 ?

①평소처럼 ②평소보다 1∼2시간 늦게 ③지쳐 쓰러질 때까지 안 잔다.

8. 아침식사는 무엇으로 하는가?

① 무엇이든 반드시 먹는다 ②시리얼이나 토스트 ③ 거의 먹지 않거나 커피 한 잔


<결과> 답변① 이 가장 많은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가 가장 기분이 좋고, 오후 2시반 께 가장 활발히 활동하며 아침 식사는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하는 '종달새형'이다.

답변②가 가장 많은 경우 - 때에 따라 '종달새형' 또는 '올빼미형'으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정한 수면과 기상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 오후에 피곤해지기 쉬우므로 점심을 되도록 가볍게 먹은 뒤 약 10분 운동한다.

답변③이 가장 많은 경우- 오후 8시부터 10시 사이 기분이 가장 좋고, 저녁식사를 가장 잘 챙겨먹는 ' 올빼미형'. 지적ㆍ 예술적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다.

(자료- 영국 '스코티시 데일리 레코드' )

배현정기자


입력시간 : 2003-12-24 11:22


배현정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