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우물 육아교실] "애가 게임에 빠져 살아요"


Q:“올 7살 아들이 게임에 빠져 걱정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컴퓨터 게임을 잘 모르더니 올해 유치원 다니면서부터 늘 게임에 빠져있습니다. 아침에 유치원 가면 선생님이 컴퓨터를 켜놓고 수업 시작 전까지 아이들이 자유롭게 하도록 내버려두는가 봅니다. 거기서 게임 맛을 알기 시작하더니 집에 와서도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려고 합니다.

또 유치원에서 사귄 친구가 이웃에 사는데, 집사람 말로는 그 집에 가면 엄마가 제대로 통제를 하지 않아서 아이들 마음대로 게임을 한답니다. 저나 아이 엄마는 집에서는 시간 제한을 두고 못하게 하는데…. 그러니 날마다 그 친구네 집에서 놀고 싶어하고 또 그 집에 어린 동생이 있어 엄마가 큰애한테 신경을 제대로 못써주니까 자꾸 우리 아들을 불러 함께 놀기를 원합니다.

컴퓨터 앞에서 입 벌리고 멍하니 앉아 게임에 빠진 거 보면 저나 아이 엄마 모두 정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벌써부터 저러니 나중엔 어떨지…. 아직 중독인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 어떻게 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빠, 엄마가 어떻게 해야할 지 도움 주세요.“(여의도에서 성재 아빠)

아이들에게 컴퓨터는 생활의 일부

얼마 전 학교 선배를 만나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나누다 듣게 된 얘기다. 서울 한복판에서 살던 30대 부부가 팍팍한 도시생활이 싫어서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둘을 데리고 시골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아이들이 산과 들로 마음껏 뛰어다니며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면서. 그런데, 이사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하루에 몇 번 오지 않는 완행버스를 타고 거의 날마다 읍내로 출근을 하더란다. 이유는 단 한가지! 읍내에 있는 피시방을 찾아서, 게임을 하느라고. 선배로부터 이 말을 듣고 들었던 생각은 ‘아이들한테는 시골생활이 참 따분했을 거야’보다 ‘게임이 그토록 좋을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도 아닌 읍내를 거의 날마다 버스를 타고 나갈 만큼 게임이 그렇게 하고 싶었을까?’였다.

유치원에서, 또 친구 집에서 게임을 알게 된 성재는 아마도 게임을 통해 들여다 본 새 세상에 날마다 감탄하고 설렐 것이다. 아빠,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 신나는 세상이 있었다니!’ 라고 생각하며 저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침을 꼴깍 삼킬 게 분명하다.

게임이 뭐길래 우리 집 아이건 남의 집 아이들이건 그토록 빠져드는 걸까? 솔직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한테 게임은 생활의 일부인 것 같다. 가장 재미있는, 너무 재미있어서 정신을 날려버려도 눈치채지 못할 놀이가 되어버렸다.

아이와 게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우선 이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게임은 요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다.’ 혹 있을지도 모를 게임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무조건 게임 하는 것을 반대하고 걱정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지난 시절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나 딱지, 구슬치기에 몰두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요즘 아이들은 게임에 푹 빠져있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은 놀이다’라고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고민과 갈등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또 고무줄 놀이, 구슬치기와 컴퓨터 게임은 분명히 다르다. 왜냐하면 게임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은 만들어 질 때부터 어느 정도 중독성을 염두에 둔다고 합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만든다는 거죠. 어떤 학자들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가량이 게임을 하는 적정시간으로 보기도 하는데 이 정도의 시간에서도 충분히 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YMCA 청소년 상담네트워크 차현진 실무자는 짧은 시간 동안 게임을 하더라도 중독될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각자 아이에게 알맞은 시간을 정해서 게임을 즐기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충고하면서 몇 가지를 덧붙여주었다.

시간 정해놓고 반드시 지키게 해야

첫째, 아이 혼자 게임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말 그대로다. 아이 혼자 하도록 두지 말고 함께 하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방안에서든 거실에서든 혼자 게임을 하기 때문에 중독되기도 쉽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게임을 하듯, 카드놀이를 하듯 부모가 함께 게임을 즐긴다면 그야말로 컴퓨터 게임도 건강한 가족놀이 문화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컴퓨터로 게임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하라. 재미있는 게임은 물론 여러 가지 알차고 흥미 있는 콘텐츠를 소개해서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줘라.

셋째,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고 반드시 지키게 하라. 위에서도 말했듯 게임은 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시간을 정해서 해야 한다. 특히 시간 개념이 없는 어린 아이의 경우엔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넷째, 게임이 아닌 다른 놀이도 접할 수 있도록 한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좋은 놀잇감을 만들어주고 놀이를 제공하면 게임에 중독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할 수 있는 놀이가 게임밖에 없으니까 자꾸 그것만 찾는 것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날에는 아이와 함께 간단한 요리를 놀이 삼아 하는 것도 아주 좋다. 특히 남자아이들이 더 열광할 것이다. 라면이나 떡볶이, 오븐이 있다면 과자를 만들어 보라. 만드는 재미, 먹는 재미, 그리고 대접하는 재미까지 일석다조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위 네 가지 항목을 읽고 한숨을 쉬는 부모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집안 일 하기도 벅찬데, 회사 일도 정신 없는데 언제 아이랑 게임하고 컴퓨터 공부(?)시키고 게다가 요리까지? 난 못해!” 그렇다. 정말 힘든 일이다. 또 그럴 마음이 있더라도 아이랑 수준이 맞지 않아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런데 사실 과자를 굽고 게임을 함께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보이는 부모의 마음이요 태도다.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에게 야단치고 소리질러봐야 아무 소용없다. 오히려 갈등만 깊어진다. 감시와 참견의 잔소리가 아닌 이해하고 그러면서도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자식을 사랑하고 믿지만, 또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을 끊임없이 솔직하고 부드럽게 보여주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자유기고가 심유정()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지금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입력시간 : 2004-01-0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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