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 City:A Dame to Kill For) ★★★

2005년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만든 흑백 필름 누아르의 속편이다. 폭력적이고 냉소적이며 허무하다. 초호화 캐스팅의 입체영화인데(구태여 입체영화로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전편이 나왔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 많이 감소됐다.

배우들의 연기와 시각 스타일, 액션과 저주 받은 도시의 분위기 등은 즐길 만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횡설수설 하는 듯이 두서가 없고 단편적이다. 호평을 받고 흥행에서도 성공한 전편을 의식한 듯이 너무 멋을 부리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해 부담이 간다.

얘기는 두 개의 중심 플롯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복수심에 불타는(이 영화는 복수하려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룬다) 젊은 프로 도박사 자니(조셉 고든-레빗)와 그의 증오의 대상인 부패한 정치인 로크(파워즈 부스)의 대결.

이 얘기에 역시 복수심에 불타는 스트립 댄서 낸시(제시카 알바)의 무자비한 복수가 곁들여진다. 영화는 이런 내용을 두 부분으로 잘라 영화의 앞과 뒤를 장식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얘기가 일관성을 잃어 혼란스럽다.

다소 반복적인 후반의 얘기는 가슴을 무기로 남자를 잡는 치명적인 마녀와도 같은 에이바(에바 그린)의 독성 있는 성적 매력과 유혹에 빠져 폐인이 되다시피한 드와이트(조쉬 브롤린)와 에이바의 애증이 뒤범벅이된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드와이트 역은 전편에서는 클라이브 오웬이 맡았었다. 그런데 필름 누아르의 전형적인 수법인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드와이트의 하소연이 설득력이 없다. 오웬의 멋을 못 따르는 브롤린과 그린의 콤비는 화끈하지 못한데 그린이 브롤린을 완전히 압도한다. 이런 여자에게 걸렸다 하면 지옥으로 떨어지고 마는데 팜므파탈 중 최고봉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부수인물들이 나와 칼을 쓰고 총을 쏘고 치고 받고 하면서 영화에 유혈폭력이 난무한다. 흩뿌려지는 피는 백색으로 처리하면서 때로 붉은 색으로도 채색했다. 이런 시각적 화려함이 이 영화의 제일 보기 좋은 점이다.

전편에서 나왔던 마브 역의 미키 로크와 형사 존역의 브루스 윌리스가 다시 나온다. 이 영화에 처음 등장한 한국계배우 제이미 정이 미호로 나와 하늘을 훨훨 나르면서 긴 칼을 휘둘러 여러 명의 나쁜 놈들의 목을 잘라버린다. 이 밖에도 레이디 가가, 레이 리오타, 크리스토퍼 로이드, 스테이시 키치, 로사리오 도슨, 데니스 헤이스버트 및 제레미 피븐 등이 나온다.

악몽과도 같은 도시와 그 곳에 사는 버려진 인간들의 내면을 좀 더 깊이 파고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전편의 얘기를 혁신적으로 뛰어넘지 못하는 점 등 아쉬운 점이 더러 있다. 그러나 아무 생각없이 보고 즐길 만은 하다. 감독은 전편처럼 밀러와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공동으로 맡았다. 로드리게스는 연출 외에도 제작과 작곡과 촬영과 편집까지 했다.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